문어와 오징어도 성별 있어... '암컷 수컷' 어떻게 결정될까?
문어 성염색체는 철갑상어(1억8000만 년)보다 더 오래 된 3억8000만 년 전 진화
지금까지 발견된 동물의 성염색체 중 가장 오래된 것은 약 1억8000만 년 된 것으로 추정되는 철갑상어의 것이었다. 문어의 성염색체는 그보다 두 배 이상 오래된 3억8000만 년으로 추정된다는 새로운 연구결과가 나왔다. 생물학 논문 사전공개 사이트인 《바이오아카이브(bioRxiv)》에 발표된 미국 오리건대 연구진의 논문을 토대로 과학전문지 《네이처》가 4일(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이다.
이번 연구 결과는 문어와 오징어를 포함한 두족류의 성적 발달이 어떻게 진행되는지에 대한 오랜 질문에 대한 답을 제시한다. 연구책임자인 오리건대의 앤드루 컨 교수(진화유전학)는 “아마도 현재까지 알려진 가장 오래된 동물 성염색체를 우연히 발견했다”며 “두족류의 성 결정은 미스터리였는데 유전자에 의해 결정된다는 최초의 증거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2015년 문어 수컷 유전체 밝혀진 데 이어 이번 연구로 문어 암컷 유전체 지도 완성
대부분의 포유류와 일부 곤충을 포함한 많은 동물들에서는 성염색체가 그 개체가 수컷이 되는지 암컷이 되는지를 결정한다. 인간의 경우 여성은 2개의 X성염색체를 가지고 있고, 남성은 보통 1개의 X성염색체와 1개의 Y성염색체를 갖는다. 몇몇 파충류, 조류, 어류, 곤충류에서는 수컷이 2개의 Z성염색체를 갖는 반면 암컷이 1개의 Z성염색체와 1개의 W성염색체를 갖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오징어와 문어 같은 연체동물과 빨판은 없으면서 딱딱한 껍질을 지닌 앵무조개를 아우르는 두족류의 경우 어떻게 암컷과 수컷이 되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과학자들은 일반적으로 일부 파충류와 어류처럼 온도와 같은 환경적인 요인이 부분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추정해왔다.
2015년 《네이처》에 발표된 미국과 독일, 일본 연구진의 논문은 캘리포니아 두점박이 문어(Octopus bimaculoides) 수컷의 유전체의 염기서열을 밝혀냈다고 보고했다. 이번에 발표된 오리건대 연구진의 논문은 캘리포니아 두점박이 문어 암컷의 유전체 지도를 완성했다. 연구진은 29쌍의 염색체와 17번 염색체라고 불리는 1개의 염색체를 발견했다. 이와 달리 수컷 문어는 17번 염색체의 사본이 두 개였다. 연구진은 이를 토대로 17번 염색체가 성염색체라는 가설을 세웠다.
다른 종류의 두점박이 문어의 DNA를 염기서열 분석한 결과 이러한 사실이 확인됐다. 17번 염색체는 수컷에서 2개, 암컷에서 1개의 사본이 발견됐다. 또한 17번 염색체에는 인간의 생식조직에서 단백질을 암호화하는 것과 유사한 유전자가 여럿 있었는데, 정자에 있는 단백질도 그중 하나였다.
새, 나비 등 암컷은 1개 Z성염색체, 1개 W성염색체...문어는 W염색에 발견 안돼
앞서 밝힌 것처럼 새나 나비와 같은 동물에서 수컷은 2개의 Z성염색체를 가지는 반면 암컷은 1개의 Z성염색체와 1개의 W성염색체를 갖는다. 그러나 문어에서는 W염색체가 발견되지 않았다. 따라서 문어의 수컷은 ZZ 성염색체를 갖고 암컷은 ZO 성염색체를 갖는 것으로 추정된다.
연구진은 또한 다른 문어와 오징어 종에서 Z염색체를 발견했다. 하지만 앵무조개에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컨 교수는 “이는 Z염색체가 딱딱한 껍질을 가진 앵무조개로부터 분리된 이후 현대 오징어와 문어로 이어진 계통에서 한 차례 진화했음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이는 Z염색체가 4억5000만년에서 2억5000만 년 전 사이에 처음 출현해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그는 설명했다.
독일 라이프니츠 담수생태 및 내수면어업연구소의 마티아스 스토크 연구원(진화유전학)은 이 염색체의 진화 과정이 매우 뚜렷하다고 밝혔다. 미국 허드슨 알파 생명공학연구소에서 성염색체 진화를 연구하는 사라 캐시 연구원은 “이 논문에 제시된 데이터는 두족류가 동식물 모두에서 가장 오래된 성염색체를 가지고 있음을 분명히 보여준다”면서 “성염색체의 유전학을 연구하기에 매우 멋진 시기가 펼쳐지고 있다”고 말했다.
해당 논문은 다음 링크(https://doi.org/10.1101/2024.02.21.581452)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