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 싫어했는데”... 아플수록 꼭 해야 하는 이유?
[김용의 헬스앤]
“힘 내세요! 응원합니다!”
불편한 몸을 이끌고 걷기 운동을 하는 A씨(67·남)와 오늘도 마주쳤다. 지팡이에 의지한 채 힘들게 걸음을 옮기는 그를 동네에서 자주 본다. 뇌경색(뇌졸중) 후유증으로 한쪽 몸이 마비된 그는 집에서 재활 치료 중이다. 언어 장애로 발음도 어눌한 그를 보고 인사를 건네자 이내 얼굴이 펴진다. 그는 몸이 마비돼도 실의에 빠지지 않고 매일 운동하고 있다. 사지가 멀쩡한 내가 오히려 부끄러울 정도다.
평소 운동 싫어하던 사람도... 막상 병 걸리면 운동해야 한다
우리 어릴 때는 뇌졸중을 흔히 중풍으로 불렀다. 길을 걷는 중풍 환자를 보고 “집에 있는 게 낫지 않나?”라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재활 운동의 의미조차 모르던 철없던 시절의 얘기다. 건강기사를 쓰는 직업을 얻으면서 새삼 운동의 중요성을 절감한다. 건강할 때 운동을 싫어하던 사람도 막상 병에 걸리면 몸을 움직여야 한다. 말 그대로 ‘살기 위해’ 운동을 해야 한다. 그래야 치료 효과가 높아지고 장애 등 후유증을 최소화할 수 있다.
암 환자도 어느 정도 기력을 회복하면 산책부터 시작해 아령 등 가벼운 근력 운동도 하는 게 좋다. 암 치료는 체력이 많이 소모된다. 기운이 없다고 누워만 있으면 근육이 줄어 치료가 더딜 수 있다. 활동하기도 더 어려워진다. 몸을 움직여야 회복에 도움을 주고 식욕 증진에도 좋다. 힘든 항암 치료를 받는 환자는 잘 먹고 잘 움직여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체력이 급격히 떨어져 치료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살기 위해 먹고 운동해야 한다.
“걷는 것이 이렇게 소중했다니”... 다시 살기 위해 움직인다
뇌졸중은 뇌로 가는 피의 흐름이 중단되어 갑작스럽게 뇌세포 손상이 발생하는 병이다. 뇌혈관이 막힌 뇌경색과 뇌혈관이 파열되면서 발생하는 뇌출혈로 구분할 수 있다. 뇌세포가 손상되면 부위에 따라 운동 장애, 감각 장애, 실어증, 의식 장애 등과 같이 다양한 증상이 나타난다. 많은 경우 장애가 남아 일상생활에 큰 어려움을 겪게 된다. 요양병원 환자 가운데 상당수가 뇌졸중을 앓는 사람들이다.
뇌졸중은 증상이 의심되면 119 연락이 필요한 응급 질환이다. 한쪽의 팔이나 다리가 저리고 마비 증상. 갑작스런 두통-소화불량, 언어-시야 장애가 나타나면 뇌혈관 수술이 가능한 병원으로 빨리 가야 생명을 구하고 후유증을 최소화할 수 있다. 다행히 목숨을 건지면 마비 등 장애 요인을 극복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바로 뇌졸중 재활이다. 제대로 걸을 수 있게 하고 일상생활의 어려움을 줄여 예전의 삶으로 돌아가는 데 있다. 관절의 움직임, 마비된 부분의 근력을 증진시키는 일이 중요하다.
아기가 걸음마를 배울 때처럼... “한 걸음, 두 걸음 너무 소중합니다”
먼저 한쪽 몸이 마비된 환자가 균형을 잡고 앉을 수 있어야 한다. 다리에 어느 정도 힘을 쥘 수 있으면 본격적인 걷기 훈련(보행 치료)를 시작한다. 고관절(엉덩이관절)을 뒤로 뻗는 근육에 힘이 생기면 서는 연습에 집중한다. 처음에는 물리치료사의 도움을 받아서 서 있는 자세에서 약한 다리에 체중을 싣는 연습부터 하게 된다. 이어 혼자서 평행봉이나 지지대를 잡고 걷는다. 아기가 걸음마를 배울 때처럼 한 걸음, 두 걸음 내딛는 것이다. 치료사의 도움 없이 보행 보조기, 네발 지팡이, 지팡이를 이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평지를 충분히 걸을 수 있으면 계단과 경사로를 걷는 훈련을 이어 간다.
암 환자에게 가벼운 산책 등 규칙적인 운동은 입맛을 돋우고 급격히 떨어진 체력을 올리는 데 도움이 된다. 다만 격한 운동이나 무거운 물건 들기는 피해야 한다. 암이 뼈에 전이가 된 경우 자칫 골절이 되기 쉬워 운동을 조심해야 한다. 암 환자가 늑골 골절, 척추 압박 골절, 특히 대퇴골이 부러지면 매우 위험하다. 아기를 보살피듯이 암 환자의 몸은 정성스럽게 살펴야 한다.
“병과 싸워서 이기려는 투혼에 박수 보냅니다”
뇌졸중 환자나 암 환자의 눈물겨운 걷기 훈련을 보면 건강한 내 몸이 얼마나 소중한지 느낄 것이다. 아프면 운동이 얼마나 중요한지 절감한다. 지금은 건강해도 더 나이 들면 얼마간 아프다 죽을 것이다. 자다가 평화롭게 죽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지금 50~60대라면 20년 후 나도 병상에 누워 있을지도 모른다. 고혈압, 당뇨병, 심뇌혈관병에 조심하지 않으면 더 빨라질 수 있다.
오늘도 불편한 몸을 이끌고 걷기 운동을 하는 A씨를 보면 저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투혼은 운동 선수만 있는 게 아니다. 끝까지 싸우려는 굳센 마음이 투혼이다. 어려운 병과 싸워서 이기려는 수많은 환자 분들의 투혼에 박수를 보낸다. “힘내세요,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