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개혁 아닌 의사 노예화…원점서 논의해야”

여의도서 궐기대회 개최...필수의료정책 패키지·의대정원 정책 무효화 주장

정부의 의과대학 입학 정원 확대 정책에 반대하는 대한의사협회(의협) 산하 전국 16개 시·도 의사들이 25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에서 용산 대통령실 앞까지 행진해 마무리 집회를 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스1]
의료계가 서울 한복판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고 정부에 의대정원과 필수의료정책패키지를 원점에서 재논의할 것을 요구했다.

대한의사협회(의협) 비상대책위원회는 3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환승센터 인근에서 ‘의대정원 증원 및 필수의료 패키지 저지를 위한 전국의사 총궐기대회’를 열었다. 주최 측은 2만5000명이 참가했다고 신고했다. 경찰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3400여명을 배치했다.

이날 궐기대회에서 의협 주요 임원과 의료계 주요 인사들은 정부가 내놓은 의대 증원과 필수의료정책패키지를 강력하게 비판했다.

의협은 궐기대회 결의문을 통해 “정부의 졸속 의대 정원 증원 추진과 불합리한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추진에 강력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교육 여건과 시설 기반에 대한 선제적 준비와 투자가 없는 상황에서 급진적으로 의사를 2000명을 증원한다면 의료비, 건강보험료 등 각종 늘어나는 사회적 비용으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등신불처럼 몸 태운 전공의 지지” “필수의료정책패키지 독소조항 가득” 

의협 주요 임원들은 현재 상황을 결코 수용하지 않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재차 밝혔다. 이정근 의협 회장 직무대행은 격려사에서 “정부가 졸속으로 추진한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의 부당성과 문제점을 만천하에 밝히고 투쟁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다”면서 “의료계는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으며, 우리는 현재 비민주적인 정부의 태도를 바라만보고 있지 않을 것이며, 현 상황을 단연코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택우 의협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은 대회사를 통해 “중생을 구하기 위해 자기 몸을 태워 공양한 등신불처럼 정부가 의료 체계에 덧씌운 억압의 굴레에 항거하고, 의료 노예 삶이 아닌 진정한 의료 주체로서 살아가기 위해 분연히 떨쳐 일어난 전공의의 결정을 지지한다”고 강조했다.

박성민 의협 대의원회 의장은 격려사에서 “의사를 달래기 위해 던진 필수의료 4대 정책 패키지에도 독소조항이 가득 들어 있다”고 주장했다. 박 의장은 “정부는 의료개혁이라는 미명 아래 이를 수용하지 않는 의사들을 반개혁적이요 반국민적인 범죄자 집단으로 내몰고 있다”고 규탄했다.

“불합리한 제도 눈감아왔던 선배들 잘못 인정”…의대증원은 잘못된 포퓰리즘 

의료계 주요 인사들은 의료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면서도 지금과 같은 방식은 아니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안덕선 고대 의과대학 명예교수는 ‘필수의료정책패키지의 문제점’ 원고를 통해 “정부가 내놓은 필수의료정책패키지는 전문직의 자율성이 바탕이 아닌 각종 타율적 규제종합세트로, 이것이 진정 의료개혁인지 아니면 의사노예화인지 매우 통탄스러울 뿐”이라면서 ” 국가 정책은 합리적인 논리와 신뢰가 있어야 하는데 명령과 통제로 압박하는 것을 도저히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봤다.

불합리한 의료시스템을 지금까지 방치해왔던 의료계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도 있었다. 이형민 대한응급의학의사회 회장은 의대 정원 증원의 문제점을 짚으면서 “전공의들이 없으면 병원이 돌아가지 않는다면 그것은 병원의 잘못이며, 제도의 잘못이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수련이라는 명목 하에 과도한 노동과 불합리한 제도를 눈감아왔던 선배들의 잘못을 인정하고 전공의 후배들께 머리숙여 사죄한다”고 말했다.

이어 “의대 증원은 분명히 잘못된 포퓰리즘 정책”이라면서 “필수의료를 살리려면 낙수효과가 아니라 직수효과가 필요하며, 당장 필수의료분야의 처우 개선과 법적 위험성을 줄여준다면 수개월 안에 수 천명 이상의 전문의들이 본인의 전공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윤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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