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떠난 인턴 "정부, 대화하기엔 신뢰 잃어...전공의가 협상 주체"
"전공의 운명, 전공의에게 맡겨달라...정부는 전공의 범죄자 취급 멈춰야"
29일 정부의 전공의 현장 복귀명령 시한이 도래한 가운데 정부는 이날 오후 4시 전공의 대표자들에게 대화를 제안한 상태다. 해당 일정을 앞두고 한 전공의가 "대화를 하겠단 정부 입장이 매번 다르다"며 대화를 위한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29일 대전성모병원 인턴 수련을 받고 있던 류옥하다 씨는 대한의사협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정부는 전공의가 대화하지 않는다고 하고 대화 창구가 없다는 거짓말을 멈춰 달라"고 요구했다. 류옥 씨는 앞서 정부의 의대 증원에 반발해 공개적으로 사직했던 인물이다.
류옥 씨는 "최근 회의에서 정부는 대화에 화답하겠다고 했다가 사법절차 진행이 불가피 하다고 했다"며 정부 입장이 매번 달라 더 이상 믿지 못하겠다고 전했다. 이 이유로 그는 이날 보건복지부 박민수 차관이 예고한 오후 면담에도 참석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특히 사직한 전공의의 운명은 의사협회나 의대 교수들이 아닌 전공의들이 직접 정하고 싶다는 주장을 강조했다. 향후 진행될 의정협상에 전공의들이 주체가 돼야 한다며, 외부 의료계 단체에 선을 그었다.
류옥 씨는 "정말 의문이다. 정부는 같은 날에도 대화하자고 하다가 의교 개악이 협상대상이 아니라고 했다"며 "대화하러 나오라는 다음 날에는 동료 전공의들의 부모님, 아내, 남편, 아기가 있는 집에 경찰과 함께 찾아가 업무개시명령으로 겁주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너무 혼란스럽다. 정부 사람마다, 부처마다 이야기가 다르다. 정부는 대화할 의지는 있기나 하나. 정부 입장이 매번 다른데 도대체 대화 창구가 어디인지 의문"이라며 "이미 정부는 2020년 9.4 의정합의에 따라 '의대 정원 통보를 일방적으로 강행하지 않는다'는 조항을 헌신짝처럼 내버렸다. 대화의 기본은 신뢰다. 이미 정부는 전공의와 국민들의 신용을 잃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정부는 전공의가 대화하지 않고 대화 창구가 없다는 거짓말을 멈춰 달라. 단결된 의료계가 사분오열돼있다는 거짓말을 멈춰 달라"며 "정부 스스로, 대화 의지를 확인하고 대화 창구를 통일해야 한다. 특히 전공의들을 범죄자 취급하며 모멸감을 주는 행위도 즉시 중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향후 협상과 관련해서 그는 "의대생과 전공의 등 우리의 운명을 우리에게 맡겨 줬으면 한다. 우리 운명을 남에게 맡기고 싶지 않다"며 "선배들의 무한한 지원은 너무 감사하다. 그러나 이번 사태는 의사협회나 교수협의회 등이 아니라 학생들과 전공의가 협상 대상이 돼야 한다. 우리 미래는 우리가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