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담배 피우면, 자녀 비만 위험 높아...이유 봤더니
“부모 흡연과 아동 비만의 연관성, 모든 계층에 해당”…미각 상실, 식습관에 악영향
어린이의 비만은 부모 특히 엄마의 흡연 탓일 확률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호주 RMIT대 연구팀은 최근 10년 동안 수집된 호주 어린이 약 5000명에 대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담배를 피우는 부모와 함께 사는 어린이는 평균적으로 과일 주스, 소시지, 감자튀김, 스낵, 전지방 유제품, 청량음료 등 건강에 덜 좋고 칼로리가 높은 음식을 즐겨 먹는 것으로 나타났다.
흡연자는 담배의 니코틴과 각종 화학물질 때문에 미각을 많이 잃는다. 이 때문에 열량(에너지)이 높고 지방 성분이 많이 들어 있는 식품에 대한 선호도가 비흡연자에 비해 훨씬 더 높다. 부모 중 한 명 또는 두 명이 담배를 피우는 가정에선 부모의 미각 변화 탓에 자녀가 '고지방' 식품을 더 많이 먹을 수 있다.
연구의 책임 저자인 프리티 스리바스타바 박사(전임강사)는 “부모의 흡연과 아동 비만 사이에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이번 연구 결과는 종전 연구 결과나 통념을 뒤집은 것”이라고 말했다. 공중 보건의 주요 관심사로 떠오른 비만이 모든 계층과 사회 집단에 걸쳐 문제가 되고 있음을 시사하는 결과다. 호주는 부유한 국가 중 아동 비만율이 특히 높은 국가에 속한다. 2017~2018년 호주 어린이 4명 중 1명이 과체중 또는 비만인 것으로 나타났다. 스리바스타바 박사는 “부모의 흡연이 간접흡연 노출의 위험보다 더 큰 영향을 미친다. 특히 엄마의 흡연이 아빠의 흡연보다 어린이 비만에 훨씬 더 나쁜 영향을 미친다”고 강조했다.
지금까지는 사회경제적 수준이 낮은 가정이 높은 다른 가정에 비해 비만과 흡연의 위험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많았다. 하지만 이번 연구 결과 부모의 흡연은 모든 사회경제적 계층에서 아동 비만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데이터를 토대로 가정을 상위, 중위, 하위의 세 가지 사회경제적 그룹으로 분류해 분석했다.
연구팀에 의하면 엄마가 주로 자녀를 키우는 사례가 많다. 특히 식품 쇼핑 요리 등 가사를 맡는 엄마의 흡연은 자녀의 식습관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또한 부모가 담배를 끊거나 담배를 줄이면 식단 선택과 신체활동 등 가족의 건강 행동에 긍정적인 파급 효과를 가져온다. 비만은 자존감을 낮추고 왕따 등 사회적으로 고립될 확률을 높이고 학업 성취도와 장기적인 고용 기회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어린이에게 정서적, 사회적으로 악영향을 미칠 위험이 높다. 연구팀은 아동 비만의 근본 원인을 해결하기 위해 정책 입안자, 의료 전문가, 교육자, 부모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연구에는 호주 모나쉬대, 랭커스터대도 참여했다.
이 연구 결과(The links between parental smoking and childhood obesity: data of the longitudinal study of Australian children)는 국제 학술지 《BMC 공중보건(BMC Public Health)》에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