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일주일은 버텼지만...깊어지는 공공병원 한숨
전공의 집단 사직 2주차...서울의료원 등 시립병원 비상의료체계 점검
정부의 의대 증원에 반발한 전공의 집단 사직 사태가 2주차를 맞았다. 이에 상급종합병원에서 시작한 의료공백 위기의 여파가 2차 종합병원과 공공병원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코메디닷컴은 26일 찾은 서울시 공공의료 핵심 기관 중 하나인 서울의료원을 직접 찾았다. 중랑구에 위치한 서울의료원은 서울시 산하 2차 종합병원이다.
일반 응급환자 중심 증가세... '한숨' 돌렸어도 병상 포화·부족
이날 오전 권역응급의료센터 구역 내 보호자 대기실엔 4~5팀의 보호자 10여 명이 대기 중이었다. 병원은 감염 우려 등으로 의료진과 환자 외의 응급실 출입을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다.
서울의료원의 일반 응급실 병상은 포화와 부족을 오갔다. 응급의료 모니터링 시스템 종합상황판에 따르면, 기사 작성 시점인 26일 오후 1시 40분경 서울의료원의 응급실 일반 병상은 부족한 상태였다. 가용병상수인 17병상이 모두 찼음에도 2명의 환자가 더 기다리고 있었다. 응급 전용 중환자실 역시 14병상 중 4병상이, 내과(총 7병상)와 신경외과(총 6병상) 중환자실 병상은 각각 1병상만 남아 포화 직전의 상태였다.
내과 등 경증환자, 2배 증가할 때도...개원가 파업 시 최대 위기
소화기내과, 호흡기알레르기과, 내분비대사내과 주변의 환자가 유독 붐볐다. 실제, 접수·수납 데스크가 위치한 병원 입구를 지나 들어선 내과 진료 대기실엔 환자와 보호자가 빼곡했다. 대기 의자가 부족해 서 있는 보호자들도 다수였다.
내원객 중에선 이번 사태로 혹시라도 이날 외래진료를 못 볼까 우려하던 환자와 보호자도 있었다. 노원구에 거주하는 20대 후반의 김 씨는 "지난주 병원에 전화해 예정대로 진료가 가능한지 문의했다"고 토로했다. 김 씨는 70대 후반의 호흡기 만성질환자인 할아버지를 모시고 정기 검사를 받기 위해 이날 병원을 방문했다.
김 씨는 이어 "할아버지가 서울 시내 상급종합병원을 다니다 서울의료원이 집과 거리도 가깝고 외래 진료도 보기 더 수월하다고 해 병원을 옮긴 상태"라면서 "의료공백 사태라는 말에 혹시라도 오늘 예약된 진료를 못 볼까 봐 걱정됐다"고 덧붙였다.
내원객 증가와 함께 전공의 일부가 빠진 상황도 부담감을 키웠다. 의료진 전반의 업무량이 늘어난 탓이다. 서울의료원의 전공의 비율은 27% 수준이다. 기존에 전공의가 담당하던 환자의 처방 지도와 처치, 입·퇴원 및 전원 서류작업 등으로 교수나 전문의가 수술과 외래 진료, 입원 병동 등 병원 안을 수없이 오가는 상황이란 후문이다. 내·외과 처치가 모두 가능한 가정의학과에선 소수 인원이 돌아가며 평일 오후 8시까지 3시간 연장 진료를 보고 있다.
개원의의 집단 휴진 사태까지 상황이 악화할 경우 서울의료원의 부담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향후 대한의사협회 등이 집단행동을 본격화하면 중심 축이 전공의와 의대생 등에서 개원가 중심으로 옮겨갈 가능성이 크다.
서울시, '의료공백 총력 대응' 천명...장기화 대비 긴급 채용 예산 지원
다른 서울시립병원들 역시 대체로 엇비슷한 상황으로 확인된다. 서울의료원과 함께 일반 외래환자 이용이 많은 보라매병원 관계자는 "이용률 자체는 다른 병원과 비교했을 때 큰 차이는 없을 것"이라면서 "남아 계신 의료진이 최대한 차질 없이 진료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상황을 전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지난 주에는 서울의 한 공공병원 환자들이 진료 접수도 못하고 발길을 돌려야 했던 사례도 있었다고 전했다.
서울시는 '의료공백 총력 대응'을 천명하고 관련 지원을 다 하겠다는 입장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2일과 24일 보라매병원과 서울의료원을 연이어 방문하며 시립병원 8곳의 비상의료체계를 점검했다.
특히, 26일에는 의료공백 장기화에 대비해 의료인력 긴급 채용을 지원하겠다는 발표도 내놨다. 외래환자 이용이 많은 서울의료원, 보라매병원, 은평병원 등 3곳에 대해 45명의 의료진을 1~3개월간 단기 채용할 수 있도록 26억 원의 재정을 투입하겠단 것이다.
서울시 김태희 시민건강국장은 "위기 발생 시 서울시 산하 시립병원은 항상 최일선에서 대응했으며 이번에도 공공병원으로서 가치를 보여줘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면서 "서울시는 시립병원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환자와 시민의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