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개 '이 높이' 이상 베면...뇌졸중 위험 높아, 몇 cm 적당?
12cm~15cm 이상 높은 베개, 뇌졸중 위험 커져..높이 12cm 이하, 9cm정도가 안정적
12cm이상 높은 베개를 베고 자면 목 혈관이 찢어져 뇌졸중 위험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국립 뇌-심혈관 센터의 토모타카 다나카 박사팀은 높은 베개를 사용하면 목이 구부러지는 방식 때문에 뇌졸중이 발생할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는 연구를 '유럽 뇌졸중 저널(European Stroke Journal)' 최근호에 발표했다.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 일본 매체 아사히 심번 등이 보도한 내용이다.
17~19세기 일본에서는 최대 16cm 높이의 베개가 사무라이, 쇼군, 게이샤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다. 낮잠을 자는 동안 이들의 헤어 스타일을 유지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일명 '쇼군 베개'라 불리며 베개 위에 다른 베개나 수건을 얹어 더 높게 자는 경우도 많았다.
이번 연구에 따르면 높은 베개를 사용하면 뇌에 혈액을 공급하는 동맥이 찢어질 수 있다. 이를 자발적 척추동맥박리증이라 하며, 뇌졸중의 약 10%를 차지한다. 다나카 박사는 "메밀을 넣은 베개를 사용하면서 그 위에 수건을 얹는 사람들이 꽤 많다"며 "베개가 푹신해도 목이 심하게 구부러지기 때문에 15cm가 넘는 베개는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연구진은 2018년부터 2023년까지 일본의 공인된 종합 뇌졸중 센터에서 치료를 받은 106명의 환자를 추적하여 베개를 측정하고, 높은 베개 사용이 자발적인 척추동맥박리 위험을 높이는지 여부를 조사했다. 베개 높이가 12cm 이면 '높은 편', 15cm 이상은 '매우 높은' 베개로 간주했다.
환자의 절반은 자발적인 척추동맥박리를 겪고 있었던 가운데 이 질환을 겪은 사람의 약 34%는 12cm 이상의 높은 베개를 사용했다. 베개가 12cm 이하인 환자는 15%에 불과했다. 연구진은 높은 베개를 사용하면 턱이 가슴으로 밀려나기 때문에 잠을 자다가 뒤척일 때 혈관이 손상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이에 따라 "19세기 중반에 발표된 여러 연구에서 약 12cm 정도의 베개는 생활하기에 편안하다고 보고돼 왔지만, 높이 약 9cm의 정도가 건강에 더 안정적이다"고 덧붙였다.
척추동맥박리, 뇌 뒤쪽으로 향하는 주요 목 혈관이 찢어지는 뇌졸중
뇌졸중은 뇌로 가는 혈액 공급이 차단될 때 발생한다. 혈전에 의해 혈액이 차단되는 허혈성 뇌졸중의 약 2%는 자발적인 척추동맥박리로 인해 발생한다. 척추동맥박리는 뇌졸중의 드문 원인이지만, 15세이상 45세 이하에서는 10~20%로 그 비율이 늘어난다.
척추동맥은 목뼈를 따라서 뇌의 뒤쪽으로 향하는 주요한 혈관이다. 척추동맥박리는 말 그대로 혈관벽이 박리되는 질환을 말한다. 박리는 찢어짐을 뜻한다. 혈관의 벽을 구성하는 내막, 중막, 외막의 사이에 균열이 발생해 혈액이 유입되면 혈관벽이 찢어진다. 이 혈관벽에 피가 고이고 쌓이면서 혈관을 막으면 '뇌경색', 혈관이 파열되면 '뇌출혈'이 발생하는 것이다.
보통 척추동맥박리는 자발적으로 발생하며 목의 과도한 움직임과 관련이 있는 경우가 많다. 척추동맥은 목뼈 속을 통과하여 머리속으로 들어가기 때문에 목을 움직일 때 다른 혈관에 비해 더욱 심하게 당김이 발생하기 쉽다.
한편, 매년 약 10만 명의 영국인이 뇌졸중을 앓고 있으며 3만 5천 명이 사망하는 것으로 보고된다. 대한뇌졸중학회에 따르면 한국에서는 한해 13만~15만 명이 넘는 환자가 발생한다. 뇌졸중 환자의 80%가량이 60세 이상의 고령 환자다.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한 국내에서 노인 인구 비율이 40%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2050년에는 약 40만 명의 뇌졸중 환자가 매년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해당 연구는 High pillow and spontaneous vertebral artery dissection: A case-control study implicating “Shogun pillow syndrome” 제목으로 유럽뇌졸중저널에 실렸으며, https://journals.sagepub.com/doi/full/10.1177/23969873231226029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