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료계 파국 피할까...의대 교수들, '갈등 중재자' 자처
의대 교수협의회, 의사 인력 추계로 '다자간 협의체' 제안
의대 증원을 여부로 대치 중인 정부와 의료계 사이의 갈등 양상이 다음 주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공의 집단행동 후 맞이한 첫 주말, 의대 교수들이 갈등 중재자 역할을 자처하며 나섰기 때문이다.
24일 전국 의대 교수협의회는 성명서를 통해 "전국 의과대학 교수들은 필수 불가결한 의료공백을 메우기 위해 계속 일선에서 환자 진료에 최선을 다하고 있고 앞으로도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다음 주 예견된 의료 공백 확대 우려를 일축했다.
이어 "의대 교수들은 더 바람직한 방향으로 의료정책이 결정되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하루빨리 전공의와 학생들이 절망에서 벗어나서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가지고 다시 환자에게 돌아오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부연했다.
앞서 의료계에서는 이번 주말 이후 국내 의료 현장의 혼선이 크게 확대될 수 있다는 예상이 나왔다. 전공의 집단 사직에 이어 응급 수술 등 현장을 지키고 있는 전임의(임상강사), 의대 교수 등까지 단체 행동을 나설 가능성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날 전국 의대 교수협의회가 내부 논의 끝에 의료 현장을 지키면서 정부와 우선 협의를 지속해야 한다는 공식 입장을 내놓았다.
전국 의과대학 교수협의회는 "필수 의료와 지방 의료 붕괴의 다른 원인은 손대지 않고 정원만 크게 늘리는 것은 잘못된 정책 결정"이라며 "신중함과 과학적인 근거가 필요한 의료정책을 너무 조급하게 서둘러서 시행하는 것은 오히려 의료시스템을 와해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국 의대 교수협의회가 제시한 새로운 가능성은 정확한 의사 인력 추계를 위한 '다자간 협의체' 구성이다. 기존 협의체와 달리 의사 뿐만 아니라 간호사 등을 포함한 이해관계자가 포함된 협의체에서 재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의대 교수들과 정부 간 갈등이 심화할수록 의료계 내에서 개원의나 종합병원 의사, 각 전문 진료과목별 별 분열이 발생하고 있는 만큼 봉합하는 데 무게를 둔 것이란 해석이다.
전국 의과대학 교수협의회는 "최근 수년에 걸쳐서 소아청소년과가 무너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정부는 해결책을 하나도 제시하지 못하고 방관했다"며 "환자를 치료하는 것은 의사의 소명임은 분명하지만 전공의 사직과 의대 학생 휴학 결정은 깊은 절망감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조속한 해결을 위해 정부와 의사들 모두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전국 의과대학 교수협의회는 현 의료비상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정부 뿐만 아니라 의사단체 등과도 대화하며 적극적으로 중재자 역할을 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전공의 집단행동 후 첫 주말을 맞은 가운데 의료 현장 곳곳에서는 의료 공백 여파가 이어지고 있다. 이른바 '빅5(서울대·세브란스·삼성·아산·성모)'로 불리는 서울 주요 병원은 응급실은 '빨간불'(사용 가능한 병상수 50% 미만) 상태가 이어졌다.
응급의료포털에 따르면 이날 낮 12시 기준 서울대병원은 26개 일반 병상이 모두 가동 중이다. 4명의 환자는 병상을 배정받지 못한 채 대기하고 있다. 세브란스병원은 4명의 응급 환자가 자리가 나길 기다리고 있다. 두 병원 소아 응급실도 빨간불이 켜진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