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의대정원 확대보단 필수의료 살리기 먼저"
정부 "2028년까지 10조 원 이상 지원"...의료계 "재원 확보 불투명"
의대증원을 둘러싸고 정부와 의료계가 팽팽한 대치를 이어가는 가운데, 대한의사협회는 필수의료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주장을 내놓았다.
23일 오후 KBS 1TV ‘사사건건’에서 정부와 대한의사협회의 공개 토론에 나선 의협 김택우 비상대책위원장은 "현재 병원에서 필수의료를 하면 할수록 적자가 누적되고 있다"며 "이에 따라 전문의를 더 채용할 수도 없고 전공의들은 더 많은 시간 근로에 노출돼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의대 정원을 늘려 10년 후에 미래에 많은 의사를 배출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고 필수의료로 가게끔 당장 흡인책을 마련하는 것이 더 시급한 과제라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은 필수의료의 주된 기피원인을 '낮은 수가 책정'으로 봤다. 그는 "필수의료 수술 수가가 80% 감가돼 있는 상태"라며 "학계에서는 원가 정도로만 수가를 맞춰도 필수의료 살아난다고 보고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 박민수 제2차관은 저수가에 공감하면서도 "수술, 처치는 원가보다 밑으로 가있는 것은 사실이다"며 "그러나 검체는 128%, 영상은 111% 정도 높게 책정돼있어 수가 균형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박 차관은 점진적으로 수가를 늘리겠다는 입장도 전했다. 그는 "기존의 불균형을 해소하면서 저평가된 필수의료 수가를 별개로 집중 투자하겠다"며 "신규 투자로 2028년까지 '10조 원 + α (알파)' 계획을 세웠다. 10조 원은 기본적으로, 추가 소요가 필요할 시 예산을 추가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김 위원장은 건강보험 재정을 통한 지원이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비판했다. 그는 "정부가 필수의료를 살리기 위해 10조 원 플러스 알파를 투자한다고 했는데, 건강보험재정으로 투자한다는 것이 문제"라면서 "결국 어느 시점에는 적자로 돌아설 것이다. 특히 과거 건강보험 재정을 20% 늘리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은 바 있어 신뢰가 떨어져 있다"고 말했다. 재원 확보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정부의 지원이 계획대로 이뤄질 수 있겠느냐는 비판이다.
이어 양측은 정부의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일종인 의료사고 특례법에 대해선 입장 차만 확인했다. 김 위원장은 "우리나라는 특히 의료소송이 많다. 이는 일본에 260배, 영국의 900배에 이르는 수치"라며 "이런 부분 때문에 필수의료를 안 가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한다"고 전했다.
해당 주장에 박 차관은 "의료소송이 많은 건 사실이지만, (여전히) 환자가 보상받을 길은 막막하고 환자에게 입증 책임이 있다"며 "정부가 구상한 것은 자동차보험과 같은 구조로 책임 보험체계를 두고 기금(펀딩)을 마련하고, 이를 통해 일정 정도 사고에 보상을 해주는 구조"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