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증원 2000명 '팽팽'...정부 속도조절 여지 열어놔
정부와 의료계 생중계 토론회...박민수 제2차관 "의료계 대화의 장에서 풀자"
보건복지부 박민수 제2차관이 의대 정원 확대와 관련해 의료계가 '대화의 장'으로 들어와야 한다고 촉구했다. 의대정원 2000명 확대 방침 이후 정부와 의료계의 강대강 대치가 이어지는 가운데 정부가 협상의 가능성을 비친 것이다. 이날 박 차관은 2000명 규모에 대해서는 물러서기 힘들다는 입장을 보였으나, 속도 조절 가능성은 논의할 수 있다고 밝혔다.
23일 보건복지부 박민수 제2차관과 대한의사협회 김택우 비상대책위원장은 KBS 1TV의 시사프로그램 ‘사사건건’에 출연했다. 이날 무려 90분간 ‘의대 증원 논란의 본질을 묻다’라는 주제로 이뤄진 특집 토론에서 양측은 팽팽히 맞섰다. 특히 향후 필요 의사수를 놓고는 입장 차를 좁히지 못했다.
복지부 "의대증원 없인 의사부족 해결 못해"...의협 "기술 발달로 오히려 의사 수요 줄 수도"
박 차관은 토론회에서 "의대 증원 없인 국내의 의사 부족이란 큰 줄기를 해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연구 결과를 보수적으로 종합해도 미래에 1만 명의 의사가 부족했다"면서 "여기에 현재 부족분인 5000명을 더해 향후 10년간 총 1만5000명의 의사가 부족하다고 결론냈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같은 결론에 기반해 1만 명은 의대 증원을 통해 충원하고 나머지 5000명의 부족 분은 기술발전, (질병) 예방 강화, 의사 인력 재배치 등을 통해 흡수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반면 의협 김택우 비상대책위원장은 의대 증원 없이도 질병의 선제적 예방과 의학 기술 발전, 의료이용 정상화 등을 통해 의사 인력 수요를 해결할 수 있다고 봤다. 김 비대위원장은 "의사 수가 왜 부족한가를 논의하자면 대한민국의 의료 시스템과 필수의료과를 기피하는 환경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고령화로 의료수요가 70~80% 늘어난다는 건 수긍할 순 있으나, 고령층의 건강 관리를 잘한다면 이 지표는 달라질 것"이라면서 "향후 인공지능(AI) 등 기술 발전으로 의사 수요 더 적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한 한국의 의료 이용량이 다른 국가에 비해 3배 정도 많은 상황이기 때문에 의료이용 과잉을 조정하면 오히려 의사 수를 줄여야 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정부 "논의도 전에 의료계 뛰쳐나가...대화의 장에서 풀자"
이날 박 차관은 의대증원은 협상해서 밀고 당기는 과제는 아니라면서도 속도 조절 등에 대해서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박 차관은 "이제 와서 (2000명의 의대 증원을) 다시 또 줄이거나 원복하는 등 제로베이스에서 다시 논의하자고 하면 의대 증원 시기는 더욱 늦어서 충격이 더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는 협상해서 양보하고 밀고 당기고 할 과제는 아니다"라며 "그야말로 의료계가 얘기하는 것처럼 객관적이고 과학적으로 추계할 영역"이라고 부연했다.
또한 박 차관은 "의료계와의 대화가 참 힘들다"면서 "(의대 증원) 속도를 조정할 것인지 다른 방법을 해야 할 것인지에 대해 논의를 해야 하는데 (의료계는) 그런 논의도 하기 전에 뛰쳐나가지 않나"고 반문했다. 다만 "(의료계가) 빨리 환자들 곁으로 돌아와 의료공백 위기를 회복하고 대화의 장에서 풀자"고 제안했다.
이에 김 비대위원장은 "협상이나 협의라는 것은 상대가 받아들일 수 있는 조건 하에 가능하지 않는가"라며 "정부는 '2000명도 부족하다'고 한발도 물러서지 않기에 접점을 찾을 수 없다"고 반박했다.
김 위원장은 "(정부가 의대 증원 규모를) 2000명으로 고정한 상황에 대해 정책적인 유연성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