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고루 먹으라지만…암 위험 낮추는 식단 따로 있을까?

[권순일의 헬스리서치]

채소와 단백질 식품이 조화를 이룬 한식 한상
균형 잡힌 식단은 암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암은 여러 가지 요소가 관여하는 복합적인 질병이지만 이중에서도 매일 먹는 음식과 관련이 깊다. 의료 전문가들은 “건강한 식습관만 유지해도 암을 예방하는데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말한다.

영양학자들은 섭취하는 음식이 암 위험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에 대해 여러 가지 분석 결과를 내놓고 있다. 미국 하버드대 공중보건대학원 연구팀에 따르면 미국에서 발생하는 1800여만 건의 암 사례 중 무려 25%는 영양 개선으로 예방할 수 있다.

미국 암학회에 의하면 과체중 또는 비만은 유방암, 간암, 대장암을 포함한 수많은 암에 걸릴 위험과 관련이 있다. 건강한 식단은 비만과 관련된 위험을 줄임으로써 질병, 특히 만성 염증을 상쇄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영양소가 별로 없는 부실한 식단으로 인해 염증이 발생하면 인슐린 수치가 급증해 인슐린 유사 성장 인자(IGF-1)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들은 “이 인슐린 유사 성장 인자들은 세포들에게 충분한 영양소가 주변에 있고, 이 세포들이 계속 성장해야 한다는 것을 알려 준다”며 “이렇게 되면 세포 증식이 많이 일어나고, 세포가 분열되는 것만으로도 결국 암으로 이어지는 돌연변이에 걸릴 가능성을 증가시킨다”고 말한다.

그러나 암을 유발하는 만성 염증(오랜 기간 동안 잘못된 영양 습관을 통해 발생할 수 있음)은 발가락을 긁은 후에 발생할 수 있는 급성 염증과 같지 않다. 만성 염증은 수년에 걸려 일어나고, 세포는 조절 장애와 돌연변이를 일으킨다.

암 발병 위험을 낮추기 위해 섭취해야 하는 음식의 종류, 그리고 암과 영양을 둘러싼 일반적인 오해를 바로잡고, 일관되고 건강을 증진하는 식단을 보다 쉽게 달성할 수 있는 방법을 알아봤다.

암 예방에 도움이 되는 식단은?

전문가들에 따르면 대부분을 식물로 구성하는 식단은 장기적으로 건강을 증진하는 훌륭한 영양 계획이다. 이것은 오로지 식물성 식품만을 기반으로 한 완전 채식주의 식단과 혼동해서는 안 된다.

즉 과일과 채소 50%, 통곡물, 곡물, 전분 25%, 단백질 25%로 구성하는 것이다. 단백질에는 달걀, 유제품, 살코기 같은 동물성 단백질 또는 두부, 콩, 견과류 등의 식물성 단백질이 포함될 수 있다. 단 가공육이나 붉은 고기(적색육)은 되도록 적게 먹어야 한다.

전문가들은 “염증, 인슐린, 비만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정제된 탄수화물(흰 빵 같은 식품)과 포화 지방이 많은 가공식품은 우선 칼로리 초과 섭취의 원인이 된다”며 “만성 염증은 암에 중요하며 그래서 가공식품 섭취를 제한하는 것이 확실히 중요한 부분”이라고 말한다.

식단의 대다수는 땅에서 나온 것과 같은 쌀, 감자, 콩, 과일 및 채소와 같은 자연 식품이어야 하며 자신에게 적정한 섭취량을 알고 있어야 한다. 인간뿐만 아니라 동물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칼로리 제한이 큰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칼로리 섭취를 제한할 때 더 건강하고, 암에 덜 걸리고, 심혈관질환이 적은 경향이 있다. 전문가들은 “배가 부르다는 느낌이 드는 식사량의 약 60~70% 정도를 섭취하면 적당한 양일 수 있다”고 말한다.

술, 보충제와 암과의 관계는?

술과 암=매일 밤 한두 잔의 레드와인이 심혈관 건강을 증진시킨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이러한 주장에 반박을 하며 어떤 종류의 술도 안전하지 않다고 말한다. 국제암연구소(IARC)에 따르면 술은 1급 발암물질이다.

특히 정기적으로 많은 양의 술을 마시는 것은 다양한 유형의 암과 관련이 있다. 전문가들은 “술은 안 마시는 게 상책이지만 어쩔 수 없이 마셔야 할 때라도 종류에 관계없이 하루 3잔 이하로 조절하는 게 좋다”고 말한다.

보충제와 암=각종 보충제와 비타민은 건강 증진 식단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추가돼야 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이것은 주로 우리 몸이 보충제를 통해 할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더 효율적으로 음식을 통해 영양소를 섭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대부분의 비타민과 보충제는 그렇게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실제로 일부 연구에 따르면 아연과 셀레늄과 같은 영양소를 너무 과다 섭취하면 특정 암에 걸릴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

실제로 암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비타민은 칼슘, 종합 비타민, 비타민D로 꼽힌다. 미국 하버드대 연구팀에 따르면 2000 IU(국제 단위)의 비타민D를 섭취하면 6년 후 암 사망 위험이 크게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연구에서는 칼슘이 대장암을 예방하는 데 효과적인 것으로 밝혀졌다.

바로 잡아야 할 암과 영양에 대한 오해=소셜 미디어(SNS) 게시물에서 퍼지는 식이에 관한 조언은 영양 및 암 예방을 둘러싼 오해를 대중들에게 퍼뜨릴 소지가 있기 때문에 면밀하게 검증을 해봐야 한다. 유포되고 있는 가장 해로운 잘못된 믿음 중 하나는 특정 비타민과 미네랄이 생명을 구하는 화학 요법 약품이나 백신의 대용품으로 사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과학적으로 입증된 치료법을 대신해 ‘이 약을 먹고, 이 채소를 먹고, 이 주스를 마시면 화학 요법이 필요하지 않다’라는 식의 잘못된 정보를 많이 본다”며 “이런 것들이 가장 위험하고 가장 잘못된 정보”라고 말한다.

암 예방 위해 자주 먹어야 할 식품은?

균형 잡힌 식단을 유지하되 자주 먹으면 특정 암 예방에 좀 더 도움이 되는 식품들이 있다.

마늘=그동안 연구 성과에 따르면 마늘은 몇몇 종류의 암 위험을 줄이는데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위장 계통의 암 예방에 효과적이라는 분석이다. 마늘의 항암 효과는 면역력을 강화시키는 항균 속성 혹은 암 유발 물질의 형성을 차단하는 데서 비롯되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강황=카레의 주원료인 강황은 커큐민이라고 불리는 활성 화합물을 함유하고 있다. 이 커큐민이 강력한 항암 효과를 낸다.

사과=사과는 항암 특성을 가진 폴리페놀을 함유하고 있다. 폴리페놀은 염증과 심혈관질환, 그리고 감염을 막을 수 있는 식물성 기반 화합물을 포함하고 있다. 이런 성분은 항암 작용을 하고 종양을 퇴치하는 효과가 있다.

십자화과 채소=브로콜리, 콜리플라워, 케일과 같은 십자화과 채소는 비타민C, 비타민K, 망간을 포함한 유익한 영양소를 함유하고 있다. 또한 이런 채소들은 항암 특성을 가진 식물 화합물인 설포라판을 갖고 있다.

한 연구는 설포라판이 암세포의 성장을 현저히 억제하고 대장암 세포의 사멸을 촉진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다른 연구에서는 설포라판이 콩 안에 있는 화합물인 제니스테인과 결합하면 유방암 종양 발생과 크기를 현저히 억제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베리류=베리류에는 각종 비타민과 미네랄, 식이 섬유가 풍부하다. 과학자들은 항산화 특성과 잠재적인 건강 이점 때문에 베리류에 많은 관심을 보여 왔다. 한 연구는 블랙베리의 화합물인 안토시아닌이 대장암의 생체지표를 낮춘다는 것을 보여줬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블루베리의 항염증 효과가 쥐의 유방암 종양의 성장을 막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탕무=동물을 상대로 진행된 여러 건의 실험 결과 사탕무의 진홍색 잎에 들어있는 영양소가 암을 예방하는데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탕무 추출물을 췌장암과 유방암, 전립선암 치료제로 사용하기 위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름진 생선=연어, 고등어, 멸치 등 기름진 생선에는 비타민B, 칼륨, 오메가-3 지방산 등 필수 영양소가 풍부하다. 한 연구에서는 생선을 많이 먹는 사람들이 적게 먹는 사람들보다 대장암에 걸릴 위험이 53% 낮다는 것을 발견했다.

또 다른 연구는 노년기에 생선기름을 섭취하는 것이 전립선암의 위험을 현저히 낮추는 것과 관련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6만8109 명의 사람들을 추적한 연구는 일주일에 적어도 네 번 생선기름 보충제를 먹은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대장암에 걸릴 확률이 63% 낮다는 것을 발견했다.

콩류=콩, 완두콩, 렌틸콩과 같은 콩류에는 섬유질이 풍부해 암에 걸릴 위험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14개의 연구에 대한 메타분석에 따르면 콩류 섭취가 증가하는 것과 대장암에 걸릴 위험이 낮아지는 것에는 연관성이 있다.

콩 섬유질 섭취와 유방암 위험 사이의 관계를 분석한 연구에서는 콩 섬유질이 많이 든 음식을 먹은 사람들이 하루 섬유질 섭취량을 충족시키지 못한 사람들보다 유방암에 걸릴 확률이 20%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당근=당근은 비타민K, 비타민A, 그리고 항산화제를 포함한 몇 가지 필수 영양소를 포함하고 있다. 당근은 또한 많은 양의 베타카로틴을 함유하고 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베타카로틴은 면역 체계를 지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며 몇 가지 암을 예방할 수 있다.

8가지 연구에 대한 이 검토 연구는 베타카로틴이 유방암과 전립선암 위험을 낮추는 것과 관련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당근을 더 많이 섭취하면 위암에 걸릴 위험이 26% 낮았다.

호두=미국 암연구소에 따르면 모든 견과류는 암을 예방하는 특성을 보인다. 이중에서도 호두에 대한 연구 결과가 많다. 호두는 페던클라진이라는 물질을 함유하고 있다. 이 물질은 신체에서 우롤리틴으로 대사된다.

우롤리틴은 에스트로겐 수용체와 결합하는 화합물로서 유방암을 예방하는 작용을 한다. 동물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호두와 호두 기름을 주입받은 쥐는 종양 억제 유전자의 수치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권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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