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정부 횡포 못 견디고 사직...초법적 명령 철회해야"

비대위 구성한 전공의협의회...진료 중단 시한은 미언급

20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대강당에서 2024년도 긴급 임시대의원총회를 진행 중인 대한전공의협의회 박단 회장과 각 병원 전공의 대표 및 대의원 모습. [사진=뉴스1]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에 반발하며 집단 사직 등 단체행동에 나선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가 공식 입장을 밝혔다. 의대 증원을 추계한 정부의 근거가 부족하다고 비판하면서 헌법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초법적 행정명령을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 다만, 진료 중단을 언제까지 이어갈 지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협의회는 20일 밤 '정부는 잘못된 정책을 철회하고 비민주적인 탄압을 중단해달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공개했다. 이는 이날 오후 긴급 임시대의원총회를 진행한 결과를 공개한 공식 입장이다. 성명서엔 대전협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박단 회장과 전국 84개 수련병원을 대표하는 전공의 등이 이름을 올렸다.

협의회는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을 과학적인 근거에 의한 합리적인 추계가 선행하지 않은 '정치적 표심을 (잡기) 위한 급진적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성명서는 "대한민국 의료 체계의 근간을 흔들 중차대한 정책이지만 19쪽에 불과한 보건복지부의 문서에는 피상적인 단어만 나열돼 있을 뿐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면서 "과학적 근거를 요구했으나 정부는 근거 자료 공개를 거부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의사 수를 늘린다고 한들 저수가와 의료 소송 등의 문제를 우선적으로 해결하지 않으면 필수의료 기피 현상은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다"면서 "의대 증원은 필수 의료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국민들의 의료비 증가로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협의회는 "오로지 총선 승리만을 위한 의료 정책을 가만히 지켜볼 수는 없었다"면서 "무너지는 수련 환경 속에서도 병원을 떠나고 싶었던 전공의는 단 한 명도 없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피교육자인 전공의가 없다는 이유로 병원이 정상적으로 운영되지 않는 작금의 병원 구조는 과연 바람직한가. 이를 지금까지 방조했던 정부는 아무런 책임이 없는가"라고 반문했다.

특히, 협의회는 정부가 "전공의를 '범죄자' 취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성명서는 "1만5000명 전공의들의 연락처를 사찰한 사실을 정부는 당당하게 이야기하고, 사직서 수리 금지와 집단행동 교사 금지 명령 등 초법적인 행정 명령을 남발하고 있다"면서 "전공의들은 더 이상 정부의 횡포를 견디지 못하고 하나둘씩 사직을 결정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협의회는 "대한민국이 자유민주주의 국가라면 의사뿐 아니라 어느 누구에게도 이와 같은 초법적, 비민주적 조치가 취해져서는 안 된다"면서 기본권 보장과 함께 총 7가지의 사안을 정부에 공개 요구했다.

의대 증원 정책과 관련한 요구 사안은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와 2000명 증원 계획 전면 백지화 △과학적인 의사 수급 추계를 위한 기구 설치와 증원·감원 논의 △수련병원 전문의 인력 채용 확대 △불가항력 의료사고 법적 부담을 완화할 구체적인 대책 △주 80시간에 달하는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등이다.

전공의 사직서 제출에 대한 정부 방침과 관련해선 △전공의를 겁박하는 부당한 명령 전면 철회와 전공의에 대한 정식 사과 △국민 기본권을 침해하는 의료법 제59조 업무개시명령 전면 폐지와 대한민국 헌법 및 국제노동기구(ILO) 강제 노동 금지 조항 준수 등도 촉구했다.

협의회는 "젊은 의사들의 목소리를 전달해야 하는 상황에 유감"이라면서 "무너지는 수련 환경 속에서도 병원을 떠나고 싶었던 전공의는 단 한 명도 없다. 내일은 환자들의 곁을 지킬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최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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