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뻔한 음식?”...채소·과일이 생명 살릴 수 있다
[김용의 헬스앤]
“또 뻔한 얘기...”
건강 기사를 쓸 때 암이나 질병 예방 부분에서 채소-과일을 꾸준히 먹으라는 말을 빠뜨리지 않는다. 대부분의 암 뿐만 아니라 고지혈증(이상지질혈증), 뇌졸중(뇌경색-뇌출혈), 심근경색 등 주요 질병을 막는 데 채소-과일이 ‘도움’이 된다. 만병통치약이 아니라 질병 예방-조절에 일정 부분 기여한다는 의미다. 그러면 “또 뻔한 얘기를 길게 늘어 놓았다”며 핀잔을 주는 분이 있다. 뭔가 획기적인 식품을 기대했는데 ‘또, 똑같은 음식’이라는 실망감이 표출되어 있는 것 같다.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불로초처럼 먹으면 늙지 않는다는 상상의 약초는 없다. 일정 부분 ‘도움’ ‘기여’가 되고 질병 위험을 ‘줄이는’ 식품이 있을 뿐이다.
오랜 세월 동안 확인-검증된 식품... 왜 몸에 좋을까?
나는 기사 작성 시 1~2명의 의사 코멘트보다는 여러 명의 전문의가 공동 참여한 학회(학술단체)의 자료를 주로 참조한다. 거의 매일 쏟아지는 국내외 논문, 보건 당국인 질병관리청, 국가암정보센터 등의 자료도 살펴 본다. 부주의한 건강 기사는 많은 사람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어 신중할 수밖에 없다.
채소-과일을 권장하는 이유는 긴 세월 동안 장단점이 확인된 검증된 식품이기 때문이다. 효과 좋은 약물도 식물에서 추출한 성분이 출발점인 경우가 많다. 식물에는 항산화 영양소(antioxidant nutrients), 식물생리활성물질(phytochemical), 식이섬유 등 몸에 이로운 물질들이 많이 들어 있다. ‘항산화’는 말 그대로 몸의 손상이나 노화, 질병을 일으키는 산화와 싸우는 영양소다. 비타민 C, 비타민 E, 비타민 A 및 비타민 A의 이전 물질인 카로티노이드, 셀레늄, 베타카로틴 등에 많다.
세포 손상 예방, 면역력 유지, 폐 기능 증진, 항암-항노화
비타민 C는 채소(토마토, 풋고추, 브로콜리 등), 과일(감귤, 딸기, 키위 등), 곡류 등에 많고 몸의 세포 손상을 막는 작용을 한다. 비타민 E는 견과류(아몬드, 호두, 땅콩 등), 콩, 해바라기씨 등에 풍부하고 유방암 및 폐암 예방에 기여한다. 비타민 A는 우유-유제품, 달걀 노른자 등에 있고 시력 유지, 세포 건강 유지, 항산화 작용을 한다. 베타카로틴은 녹황색 채소(고구마, 당근, 늙은 호박, 단호박, 망고, 시금치) 및 과일(살구, 감귤, 단감 등)에 많다. 폐 기능 증진 및 항암, 노화를 늦추는 효과가 있다.
식물생리활성물질은 파이토케미칼(phytochemical)이란 용어로 많이 알려져 있다. 몸속에서 항산화 작용, 해독 작용, 면역력 증진, 호르몬 조절, 박테리아나 바이러스를 죽이는 작용을 한다. 퀘세틴 성분이 그 종류로 사과, 배, 체리, 포도, 양파, 케일, 아욱, 브로콜리, 상추, 마늘, 녹차 등에 포함되어 있다. 대기 오염과 흡연으로부터 폐-기관지를 보호하는 작용이 있다. 카테킨은 녹차, 포도 등에 많고 항암 효과가 있다.
대장암-골다공증 예방,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 감소에 기여
이소플라본 성분은 콩, 두부, 된장, 청국장, 콩나물, 감자, 옥수수, 땅콩, 멜론, 건포도 등에 포함되어 있고 유방암-골다공증 예방,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 감소에 도움이 된다. 설포라펜은 배추, 브로콜리, 케일, 양배추, 순무 등에 많고 대장암 위험도를 줄인다. 알릴 화합물은 마늘, 양파, 부추, 파 등에 들어 있고 간암, 유방암, 대장암, 위암 예방에 기여한다.
여기서 채소-과일은 주로 가공하지 않은 ‘자연 그대로’를 의미한다. 소금에 절이거나 지나치게 간을 하면 오히려 건강에 안 좋을 수 있다. 당연히 소금도 먹어야 한다. 문제는 세계보건기구(WHO)의 권장량(5g)보다 2~3배를 먹고 있다는 게 문제다. 미국 등 서구의 음식도 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분들이 있지만 한국이나 일본처럼 짠 음식과 직결된 위암이 매우 적다. 위암이 많은 한국과 일본은 다양한 국물 음식이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보건 당국은 짬뽕 등 면을 먹을 때 짠 국물을 남기라고 강조하고 있다.
왜 낯설고 비싼 식품을 구입할까?...우리 땅에서 자란 채소-과일이 최고
근육 유지를 위해 단백질 흡수가 잘 되는 육류도 먹어야 한다. 비계를 제외한 살코기 위주로 양파, 마늘, 상추 등을 곁들이면 알릴 화합물이 고기의 유해 성분을 줄여준다. 밥이나 빵, 면 등 탄수화물을 먹을 때 채소와 같이 먹으면 혈당이 빨리 상승하는 것을 억제한다. 채소-과일은 단독으로 먹거나 다른 음식과 함께 먹어도 도움이 된다.
채소-과일만 많이 먹으라는 얘기가 아니다. 탄수화물(곡류)-단백질(육류·달걀)-지방 등을 적절하게 먹되 채소-과일을 꾸준히 함께 먹으라는 것이다. 건강을 위해 낯설고 비싼 식품을 구입할 필요가 없다. 우리 땅에서 자란 우리 채소-과일이 최고의 건강식이 될 수 있다. 요즘 과일-채소 값이 너무 비싸 아쉽다. 세심한 작황 관리에 유통 구조를 혁신하여 채소-과일을 부담 없이 먹게 될 날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