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男 정자도 생성될 것”…세계 첫 ‘인공고환’ 탄생, 어떻게?

줄기세포 이용한 고환 오가노이드...실험실에서 쥐 배아로 인공 고환 길러, 불임 연구 기대

실험실에서 만들어진 이 고환은 아직 완전한 기능을 갖춘 정자 생산 기관은 아니지만, 자연 고환과 동일한 구조와 공통된 유전적 특성을 지니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세계 최초로 이스라엘 과학자들이 인공 고환을 ‘기르는 데’ 성공했다. 정확히 말하면 줄기세포를 이용해 자란 ‘고환 오가노이드’다. 오가노이드는 자가 재생 및 자가 조직화를 통해 형성된 3차원 세포집합체로서, 스스로 재생되고 조직화되며 원래 장기의 구조와 생리학을 그대로 ‘복사한 ‘기관이다.

실험실에서 만들어진 이 고환은 아직 완전한 기능을 갖춘 정자 생산 기관은 아니지만, 자연 고환과 동일한 구조와 공통된 유전적 특성을 지니고 있다. 앞으로 정자 생성까지 확실해지면 이를 통해 남성의 불임 문제를 조사하고 인공 정자를 생산해 치료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이 최근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이스라엘 바르 일란 대학교 연구진은 배아 쥐의 고환에서 채취한 줄기세포 샘플로 인공 고환을 성장시키는 데 세계 최초로 성공했다. 줄기세포는 뇌, 근육, 피부, 고환 등 신체의 다양한 세포 유형 중 하나로 발전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졌다.

연구팀은 고환을 성장시키기 위해 이 줄기세포 샘플을 실험실 접시에 넣고 쥐의 고환을 구성하는 다양한 유형의 세포로 발달하도록 유도했다. 몇 주 동안 배양한 후 주기적으로 고환이 자연적으로 성장한 생쥐 고환처럼 보이는지 검사했다. 그 결과, 해당 고환은 원래 고환과 동일한 유형의 세포를 포함하는 모양으로 자라났다. 고환의 원래 기능과 유사하게 작동하는 미니 버전으로서 ‘고환 오가노이드’라는 기관으로 탄생한 것이다.

A)실험실 배양 접시에서 14일 동안 배양된 고환 오가노이드. 세뇨관 구조는 고환 해부학에서 중요한 부분으로, 이 오가노이드가 예상대로 기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B) 새끼 생쥐 세포에서 고환 오가노이드를 배양한 후 21일 동안 배양 접시에서 배양했다. 빨간색이 세르톨리 세포로 고환의 세뇨관 형성을 담당하며, 녹색은 생식세포로 정자 세포를 생성한다.
C) 21일 된 고환 오가노이드 세포. 이 세포를 세르톨리 세포라고 하며 고환이 기능하는 데 필요한 세뇨관 세포를 성장시킨다.
D) 해당 고환 오가노이드는 쥐 배아에서 만들어져 14일 동안 배양 접시에서 배양된 상태다. [사진= 데일리메일 보도 캡처/ 출처=International Journal of Biological Sciences]
이 고환 오가노이드는 배아 발달 단계의 장기와 매우 흡사한 상태를 보이면서, 8주 이상이 지난 후 고환의 수명주기 단계인 감수 분열에 접어들었다는 징후를 보였다. 보통 이 단계에서 정자 세포를 생산한다. 실제 고환은 정자를 생산하고 호르몬을 분비하는 등 다양한 기능을 담당하는 여러 세포 유형으로 구성됐다.

결정적으로 연구진은 고환 오가노이드에 정상적인 고환 기능에 필수적인 구조인 세뇨관, 생식세포, 세르톨리 세포가 포함되어 있음을 관찰했다. 세뇨관은 정자를 운반하고 생식세포는 정자 세포를 생성하며 세르톨리 세포는 세뇨관을 형성하는 데 도움을 준다. 고환 오가노이드에 이 모든 세 포가 존재해 그야말로 ‘인공 고환’이 된 것이다.

고넨 박사는 “고환 오가노이드가 접시에서 완전한 정자를 생산할 수 있는지는 아직 확실하게 말할 수 없지만, 이 오가노이드의 생식 세포가 감수 분열에 들어간다는 징후를 확인했다”며 “감수분열은 정자가 난자와 수정할 준비를 위해 DNA를 절반으로 줄이는 과정로, 정자의 원래 기능을 복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과거 죽은 사람의 고환으로 연구…불임 남성의 원인 연구 발판 더 커질 것   

연구진은 현재 이 오가노이드가 실제로 정자 세포를 생산할 수 있는지, 테스토스테론과 같은 성 호르몬을 생산할 수 있는지 연구하고 있다. 이후 소아암 환자 중 화학 요법을 앞둔 사춘기 이전의 소년에게서 생검을 채취해 이와 유사한 인공 고환을 성장시킬 수 있는지 여부를 확인할 계획이다.

이번 줄기세포를 이용한 쥐 배아에서 인공 고환을 성장하는 데 이어 인간에게도 적용이 되면 불임이 된 소아암 생존자들이 아이를 가질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다. 인공 정자 세포는 자신의 줄기 세포에서 성장하기 때문에 남성의 DNA를 그대로 복사 구현할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고넨 박사는 “고환 세포뿐만 아니라 줄기 세포에서 ‘완전 인공 고환’을 성장시키고 싶다”며 “앞으로 인간 고환 오가노이드를 만들고 거기서 정자가 생성될 수 있는지 여부를 연구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인공 고환을 성장시킨 이번 연구는 환경오염물질, 화학 물질 증가로 인해 남성의 생식력이 떨어진다는 수많은 과학적 분석에 따라 인공 고환이 실제 독소가 어떻게 고환 기능에 영향을 미치는지에도 더욱 분명한 실마리를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남성의 10~15%에서 불임 문제를 겪고 있으며 남성 불임은 임신에 실패하는 부부의 절반 책임을 지닌다. 그럼에도 현재 고환을 연구할 수 있는 실험실 모델이 없기 때문에 과학자들이 남성 불임의 원인을 연구하는데 어려움을 겪어왔다. 과거에는 과학자들이 죽은 사람의 고환에서 수집한 데이터에 의존해야 했다.

이번 연구는 ‘국제 생물 과학 저널(International Journal of Biological Sciences)’에 게재됐다.

    정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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