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때 우울하다고 약 먹다간...아이 조울증 위험 높아져
항우울제 세로토닌 성분이 뇌 기분 조절부위에 영향
임신 중 우울증 약을 복용하면 아이의 정동장애, 즉 조울증의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동장애는 기분조절이 어렵고 비정상적인 기분이 장시간 지속되는 정신 장애를 말한다. 뇌 기분 조절 부위에 이상이 생겨 나타나며, 기분이 들뜨는 조증과 우울해지는 우울증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조울증을 뜻한다.
2021년에는 미국 마운트 시나이 아이칸 의과대학 정신의학 전문의 안나-소피 로멜 교수 연구팀이 1998~2011년 태어난 아이 4만2000여 명을 대상으로 최장 18년 동안 진행한 추적 조사 결과 연구팀에 따르면 임신 전부터 먹던 항우울제를 임신 중에도 계속 복용한 여성이 출산한 아이는 임신 중 항우울제 복용을 끊은 여성에게서 태어난 아이보다 정동장애 발생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약물이 어떻게 작용하는 지를 규명한 연구는 없었다. 미국 콜로라도 대학교 안슈츠 의과대 연구팀은 출산전후 우울증 치료에도 사용되는 약물이 태아의 전전두엽 피질 발달에 직접적 영향을 주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프로작이라는 상품명으로 더 유명한 항우울제 플루옥세틴은 세로토닌 수치를 높이는 역할을 한다. 세로토닌은 신경전달물질의 하나로, 감정, 수면, 식욕 등의 조절에 관여를 한다. 행복감을 느끼게 하므로 행복 호르몬으로도 불린다. 플루옥세틴은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 또는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저해제(Selective Serotonin Reuptake Inhibitors· SSRI)로 세로토닌의 재흡수를 막음으로써, 좀 더 오랫동안 세로토닌이 뇌 속의 신경전달체계에 잔류할 수 있도록 하여 감정상태를 개선하는 데 도움을 준다.
연구팀은 세로토닌이 전전두엽에서 초기 및 미성숙한 흥분성 시냅스 연결에 직접적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규명했다. 흥분성 시냅스는 신호를 보내는 신경세포가 신호를 받는 신경세포의 활성을 증가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한다.
만약 흥분성 시냅스가 제대로 연결되지 않을 경우 다양한 정신건강 장애가 생길 수 있다. 안슈츠 의대 약리학과의 오원찬 박사는 "세로토닌이 뇌 발달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특히 전전두피질에서 영향을 미치는 메커니즘은 명확하지 않았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전전두엽피질은 인간의 고차 인지능력 발달에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이 부분에서 세로토닌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를 찾는 데 연구의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플루옥세틴은 태반을 통과하며, 모유로도 전달된다.
이 효과를 연구하기 위해 연구진은 세로토닌의 결핍과 과잉이 생쥐의 뇌 발달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했다. 그들은 세로토닌이 전반적인 뇌 기능에 관여 할뿐만 아니라 신경 사이의 개별 연결 방식에 영향을 미치는 특정 역할을 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번 연구는 플루옥세틴을 복용 할 때 세로토닌이 발달하는 전두엽 피질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실험적 증거를 제공한 것이라고 연구팀은 밝혔다.
오 박사는 "이같은 상관관계를 제대로 이해할 경우 세로토닌 조절 장애와 관련된 신경 발달 장애에 대한 조기 개입과 새로운 치료법 개발에 도움을 줄 수 있다"라고 밝혔다.
연구진은 항우울제의 이점과 부작용, 산후 우울증에 대한 가능한 비약물적 개입에 대해 논의하는 등 임산부를 위한 개별화된 치료에 대해 의료 전문가 참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