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NA 편집보다 안전한 RNA 편집 치료법 개발 잇따라
RNA 편집 기술을 적용한 3가지 치료법 임상시험 들어가
리보핵산(RNA) 편집을 기반으로 한 최소 세 가지 치료법이 미국과 한국에서 이미 임상시험에 들어갔거나 허가를 받으면서 RNA 편집 치료법 실현될 날이 성큼 가까워졌다. RNA 편집은 크리스퍼(CRISPR) 유전자 가위와 같은 DNA 편집 기술보다 더 안정하고 유연한 대안이 될 가능성이 높다며 과학 전문지 《네이처》가 16일(현지시간) 이들 치료법에 대해 상세히 보도했다.
RNA는 단백질 합성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DNA에 암호화된 유전 정보는 메신저RNA(mRNA)로 변환된 뒤 세포질 안의 리보솜에 전달돼 그에 입각한 단백질이 만들어진다. RNA 분자는 핵산(뉴클레오티드)이라는 빌딩 블록으로 구성돼 있다. 각각의 핵산은 4종의 염기 중 하나를 포함한다.
RNA 편집 기술은 RNA의 서열을 변경하여 정상적인 단백질이 합성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유해한 돌연변이를 보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RNA 편집은 또한 유익한 단백질의 생산을 증가시킬 수 있다.
크리스퍼 유전자 편집과 달리 RNA 편집은 유전자를 바꾸지 않는다. RNA 분자는 일시적이기 때문에 영구적인 변화도 일으키지 않는다. 치료 효과가 지속되는 기간이 더 짧을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런 일시적인 변화는 안전상의 이점을 제공할 수 있다. CRISPR 치료법의 위험 중 하나는 표적을 벗어난 효과, 즉 표적 유전자 영역 외부에 의도하지 않은 변화를 발생시키는 것이라고 미국 해양생물학연구소의 조슈아 로젠탈 박사(신경생물학)는 지적했다. 로젠탈 박사는 “DNA에서 목표 외 효과는 잠재적으로 매우 위험하지만 RNA에서는 그것이 뒤집히기 때문에 덜 그렇다”라고 설명했다.
아데닌이라는 염기를 이노신으로 바꾸는 단일 염기 편집..."한 번에 한 글자만"
일반적인 RNA 편집 방법 중 하나인 ‘단일 염기 편집’은 세포 내에 있는 RNA 아데노신 탈아미노 효소(ADAR)를 이용한다. 이 효소는 RNA 서열의 아데닌이라는 염기를 이노신이라는 염기로 바꾼다.
미국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에 있는 ‘웨이브 라이프 사이언스(이하 웨이브)’라는 업체는 폐와 간을 손상시킬 수 있는 ‘알파-1 항트립신 결핍증(AATD)’이라는 유전 질환을 치료하기 위해 단일 염기 편집을 연구하고 있다. 이 질병은 오염된 공기나 기타 자극 물질을 흡입해 발생하는 손상으로부터 폐를 보호하는 간세포에서 생성되는 단백질인 AAT의 생성을 감소시킨다.
웨이브의 제품은 알파-1 항트립신(AAT) 생산에 영향을 미치는 돌연변이를 수정하기 위해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ADAR 효소가 각 mRNA 분자의 특정 문자를 변경하도록 지시하는 짧은 핵산 사슬이다. 웨이브의 폴 볼노 최고경영자(CEO)는 “세포의 내인성 기계를 사용해 단일 염기를 편집하면 정상적인 단백질이 만들어지게 되는데 우리는 정상적인 단백질이 높은 수준으로 발현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이 약물은 생쥐실험에서 간세포의 표적 mRNA의 약 50%만 편집했는데 충분한 치료 효과를 발생시켰다. 웨이브즌 지난해 12월 영국과 호주에서 임상시험을 시작해 안전성 등을 평가할 예정이다.
RNA 엑손 편집..."한 개의 오타 수정이 아닌 문단 전체를 편집하는 것"
‘RNA 엑손 편집’이라고 불리는 또 다른 방법은 한 글자만 바꾸는 것이 아니라, RNA 분자 안에 있는 수천 개의 유전자 글자를 한 번에 바꾸는 것이다. 영국 케임브리지대의 앤드류 레버 교수(생물학)는 한 개의 오타를 수정하는 것이 아니라, 한 문단 전체를 편집하는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 엑손 편집은 한 사람의 게놈에 있는 여러 개의 돌연변이로 인해 발생하는 장애에 특히 중요하다. 그러한 돌연변이 배열은 단일 염기 변화로 해결하기 어렵다.
엑손 편집은 DNA에서 전사된 다음 mRNA를 만드는 pre-mRNA를 대상으로 한다. Pre-mRNA에는 RNA 전사체의 엑손과 인트론이 모두 포함돼 있다. 엑손은 단백질을 만드는 지침이 담긴 부분을 말하고 인트론은 그런 지침이 없는 부분을 말한다. RNA 스플라이싱(RNA splicing)을 거치면서 인트론은 잘려지고 남겨진 엑손만 이어져 최종 mRNA가 형성돼 단백질이 생성으로 이어진다.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에 있는 ‘애시디언 테라퓨틱스(Ascidian Therapeutics)’ 같은 회사들은 RNA 스플라이싱 과정을 활용해 돌연변이를 포함하는 엑손을 제거하고 이를 건강한 엑손으로 대체한다. 애시디언은 지난달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시력 저하를 일으키는 스타가르트병을 치료하기 위한 엑손 편집기의 임상시험을 승인받았다. 스타가르트병에 걸린 사람은 유전자 하나에 여러 개의 돌연변이가 생겨 정상적일 경우 망막을 보호해야 하는 단백질에 결함이 발생한다.
애시디언의 치료법은 정상적인 RNA 엑손을 생산하도록 조작된 DNA조각을 세포내로 들여보내는 것이다. 이들 DNA조각들은 스플라이싱 과정에서 돌연변이로 생성된 단백질을 대체할 기능성 단백질을 생성한다. 또한 엑손 편집을 용이하게 하는 RNA 서열도 이들 DNA 조각에 의해 생성된다. 애시디언의 연구 책임자인 생물학자 로버트 벨은 “한 분자로 한 번에 22개의 엑손을 대체할 수 있다”고 말한다.
암세포 파괴하는 RNA
RNA를 이용한 치료제의 가능성은 유전자 질환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한국 바이오 제약회사인 알지노믹스(Rznomics)는 간암의 가장 흔한 종류인 간세포 암종 치료 목적의 RNA 편집기에 대한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2022년 9월 한국에서 임상시험을 시작했으며, 이를 해외로 확대할 계획이다.
알지노믹스의 접근 방식은 mRNA 스플라이싱을 포함하지만 애시디언의 접근 방식과는 달리 세포 자체의 스플라이싱 기계를 사용하지 않는다. 대신 mRNA의 표적 부위에서 스플라이싱을 유도할 수 있는 RNA 분자인 자연 발생 리보자임을 선택했다.
연구진은 리보자임을 조작해 암세포에서 열린 mRNA를 절단하고 세포 사멸을 유도하는 독소를 생성하는 단백질을 생성케 하는 RNA 서열을 삽입했다. 주변의 암세포는 이 세포들과 접촉하면 독소가 퍼져 죽게 된다. 이 치료용 분자는 종양 성장과 관련된 RNA 서열을 대체한다.
RNA 스플라이서 치료법을 연구 중인 스타트업 스플라이서(Spliceor)의 최고의료책임자이기도 한 레버 교수는 “코로나 팬데믹과 RNA 백신연구로 RNA기술에 대한 이해가 향상되면서 RNA는 이제 중요한 치료분자가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RNA 편집기술이 “다른 방법으로는 치료할 수 없는 질병에 대한 완전히 새로운 치료 가능성을 열어주고 있다”고 말했다.
한건필 기자 hanguru@kormed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