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가 같은 날 죽자"...적극적 안락사, 과연 한국에선?

[박창범의 닥터To닥터]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최근 전 네덜란드 총리부부가 자택에서 동반안락사로 함께 눈을 감은 것이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전 총리와 부부는 70년간 사이 좋게 함께 살았지만 2019년 전 총리가 뇌졸중으로 쓰러진 후 건강이 악화되었고 이에 부부안락사를 선택하였다고 한다. 특히 자살을 금지하고 있는 천주교를 믿는 교인으로 평생동안 산 그가 부인과 함께 안락사를 한 것이 주목을 받았다.

참고로 네덜란드는 2002년 세계 최초로 적극적 안락사를 합법한 나라로 1) 환자의 숙고와 자발적 요청이 있고, 2) 환자의 고통은 견딜 수 없으며 좋아질 가능성이 없고, 3) 환자의 현재 상황과 예후에 대하여 알고 있으며, 4) 다른 적절한 해결책이 없고, 5) 두 명 이상의 독립적인 의사와 상의하였고,6) 위의 내용을 서면으로 제공한 경우 합법적으로 약물투여를 받을 수 있다. 현재 네덜란드 전체 사망의 약 5%가 안락사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안락사란 불치의 중병에 걸린 이유로 생명유지가 무의미하다고 판단되는 사람에 대하여 직접 혹은 간접적인 방법으로 고통없이 죽음을 이르게 만드는 행위를 말한다. 안락사는 크게 소극적 안락사와 적극적 안락사로 나눌 수 있다. 소극적 안락사란 더 이상 살아날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되는 환자에게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중단하거나 하지 않는 것을 뜻하고 적극적 안락사란 현재 임박한 죽음이 없이 환자나 보호자의 요청에 따라 약물 등을 사용해 환자를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를 말한다. 네덜란드 총리부부가 원한 것은 소극적 안락사가 아니라 적극적 안락사이다.

소극적 안락사에 비하여 적극적 안락사는 많은 도덕적 및 법적인 논쟁을 일으키기 때문에 허용하는 국가도 있고 그렇지 않은 국가도 있다. 하지만 이미 적극적 안락사를 허용한 유럽 일부 나라들은 말기 암환자 등을 대상으로 안락사 제한 연령도 없애는 등 그 범위를 넓히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법률에서는 소극적 안락사는 허용되지만 조력자살을 포함한 적극적 안락사는 허용되고 있지 않다. 이러한 이유로 보도에 따르면 2023년까지 10여명의 한국인들이 적극적 안락사가 허용된 스위스로 찾아가 생을 마감하였다고 한다.

문제는 적극적 안락사는 생명과 관련된 많은 논란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인간의 생명의 존엄성은 소중한 것으로 적극적 안락사를 허용한다면 인간생명의 존엄성을 경시할 가능성과 함께 사회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고, 적극적 안락사제도를 악용해서 살인을 안락사로 위장하거나 협박을 하는 등의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사회적으로 강요된 죽음이 될 가능성도 있다. 예를 들어 질병은 고통과 함께 가족들에게 정서적이나 경제적으로 부담을 주는데 환자들은 가족들에게 이러한 부담을 준다는 죄책감으로 인하여 원치 않는 죽음을 선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삶과 함께 죽음도 개인의 삶에서 매우 중요한 것으로 어떻게 어떤 시간에 죽을지를 본인이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도 일리가 있다. 특히 악성종양 등 완치되지 않는 만성질환으로 인하여 조절되지 않는 통증으로 고통받고 있거나, 뇌경색으로 사지의 움직임이 불가능하고 배변이나 급식에서 타인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등 자율적인 삶이 불가능하거나, 혹은 노쇠화로 걷지도 못하는 일상생활에서 타인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등 삶의 질이 급격히 떨어지는 상황이 오면 누구나 스스로 존엄한 죽음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유교의 전통과 함께 이러한 논의를 금기시하는 사회적 분위기에서 최근 들어 적극적 안락사에 대한 논의가 최근 활발해지고 있다. 2019년 서울신문에서 성인을 대상으로 시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성인의 80.7%가 적극적 안락사를 찬성한다고 하였다. 이 중에서 환자인 경우 적극적 안락사를 찬성하는 경우 58.7%이었다. 하지만 적극적 안락사를 직접 시행하는 의사나 이러한 행위를 법적으로 다루는 전공의와 사법연수원생의 경우 각각 21.9%, 39.8%만이 찬성하였다. 2021년 한 대학병원 교수팀이 일반인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76.4%가 적극적 안락사에 찬성하였다고 한다.

오늘날 첨단기술은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고 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 길어진 삶의 의미와 어떻게 삶을 마감할지에 대한 물음도 함께 생기고 있다. 죽음은 누구도 피할 수 없다. 앞으로 네덜란드 총리부부와 같은 사례가 우리나라에도 나오지 말라는 보장이 없다. 이제는 우리나라에서도 소극적 안락사는 물론 적극적 안락사를 허용할지에 대하여 좀 더 많은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박창범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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