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빠서 바로?”...드라이클리닝 후 그냥 입으면 '이것' 위험
파킨슨병 위험 높인단 연구 결과...국내에서도 잦은 TCE 사고에 사용 강력히 규제
날이 풀리면서 겨울에 입던 옷을 깔끔히 세탁해야 할 때가 왔다. 코트, 패딩 등 세탁이 번거로운 옷은 드라이클리닝 맡기는 일이 흔하다. 드라이클리닝이 끝난 후 비닐에 싸인 옷을 그대로 보관하는 사람이 많다. 먼지가 앉는 걸 막을 수 있는 보관법이지만 건강을 해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드라이클리닝 과정에는 트리클로로에틸렌(Trichloroethylene, TCE)이 사용된다. 옷을 세탁하고 건조하는 과정 등에 옷에 잘 묻을 수밖에 없다. TCE는 석유화학 부산물로 옷, 금속, 기기 등의 세척하기 위한 목적으로 널리 쓰이지만 2014년 세계보건기구가 1급 발암물질로 지정한 물질이다. 우리나라를 비롯 미국, 유럽 등 전 세계적으로 70년 넘게 쓰인 화학물질이지만 인체에 유해하단 연구 결과가 지속적으로 발표된 것이다.
파킨슨병 위험 높인단 연구 결과...국내에서도 잦은 TCE 사고에 사용 강력히 규제
작년 3월 국제학술지 《파킨슨병 저널(Journal of Parkinson’s Disease)》에 게재된 미국 로체스터대(University of Rochester) 연구에 따르면 TCE가 파킨슨병을 유발할 수 있다. TCE가 뇌, 신체 조직에 침투해 도파민을 생성하는 뇌 흑질 부위의 신경세포를 파괴하고 파킨슨병 위험을 높인다는 설명이다.
분석 결과 TCE에 오랜 시간 노출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이보다 파킨슨병에 걸릴 위험이 5배 넘게 높았다. 연구를 이끈 레이 도시 박사는 “TCE 수치가 높은 장소에 살거나 근무하는 사람은 파킨슨병 발병 위험이 높다”고 밝혔다. TCE가 해당 지역의 식수를 오염시키고, 이 물을 마신 사람에게 각종 질병을 일으킬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국내에서도 TCE 관련 산업재해가 발생하면서 2016년부터 환경부에서 배출 허용 기준은 50ppm으로 제한하는 등 사용을 규제하고 있다. 실제 2006년 TCE에 노출된 근로자가 피부가 벗겨지는 피부병인 스티븐존슨증후군으로 사망하는 사건이 있었다. 2015년 경기도 안산에서도 TCE로 세척탱크 세척 작업을 하던 근로자들이 숨졌다. 이들은 탱크에 들어있던 TCE 용액을 다 제거하고 면포로 탱크 안을 닦다가 유독한 증기를 들이마셔 사망한 것으로 추정됐다.
드라이클리닝 끝난 옷 그대로 입지 않기...비닐 벗겨서 3~5시간 통풍해야
TCE 노출을 피하려면 드라이클리닝이 끝난 옷은 비닐을 벗겨 바깥에서 3~5시간 널어두는 게 좋다. 마당, 옥상 등 외부에서 옷을 널기 어렵다면 베란다 등에서 창문을 열고 최대한 오래 통풍시켜야 한다. 햇빛에 건조시키는 것도 중요하다. TCE는 햇빛을 받으면 온도가 높아져 공기 중으로 빨리 날아가는 특성이 있다. 단, 모직코트 등은 직사광선이 드는 곳에 두면 옷감이 상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비닐 포장 그대로 보관한 옷을 나중에 입으면 잔여 TCE가 피부 등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다. 같은 맥락에서 드라이클리닝이 끝난 옷을 바로 입는 행동도 멀리해야 한다. 갓 세탁한 옷이 깨끗해 보일 수 있지만 TCE가 피부에 묻을 뿐만 아니라 호흡기로 유해물질을 흡입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