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긴 말상”…턱 줄이면 과연 얼굴도 줄어들까?

[박준규의 성형의 원리]

수회에 걸쳐 ‘언어로 인한 오해’에 대해 이야기 드리고 있습니다.

지난번에는 ‘광대가 높다’라는 표현이, 동서양에서 전혀 다른 의미로 쓰인다 말씀드렸습니다.

동서양의 언어에서 공간을 보는 관점에 차이가 있습니다. 동양인의 언어가 ‘관계’중심이라면, 서양인의 언어는 ‘개인’ 중심이라 할 수 있습니다.

EBS 다큐 프라임 ‘동과 서’에서 이런 내용을 다룬 적이 있습니다.

[사진=EBS 다큐 프라임]
​어떤 것이 가장 앞에 있을까요?

한중일 3국에서는 가장 큰 (가장 아래에 있는) 것이 가장 앞에 있다고 말합니다.

[사진=EBS 다큐 프라임]
우리는 이것이 당연하다 느낍니다.

그런데 영미권에서는 가장 작은(가장 위에 있는) 것이 가장 앞에 있다고 말합니다.

[사진=EBS 다큐 프라임]
왜 가장 작은 것이 앞인지 우리는 금방 이해할 수 없습니다.

서양인의 관점을 이해해야 이 이유를 알 수 있습니다. 서양인의 공간은 ‘개인’ 중심입니다. 이 관점에서 ‘앞’이란 나를 기준으로 나의 앞쪽 방향에 있다는 의미입니다.

[사진=EBS 다큐 프라임]
이런 차이는 언어 전반에서 발견됩니다. 우리말에서 ‘광대가 높다’라는 말은 얼굴과의 ‘관계’에서 높은 것, 즉 광대가 돌출되었다는 뜻이고, 영어에서 광대가 높다’high’라는 말은 ‘나’를 기준으로 ‘위쪽’에 위치한다는 뜻입니다.

‘길다’라는 말을 봐도 그렇습니다. 영어로 얼굴이 길다거나, 턱이 길다 long는 것은 거의 항상 위아래로 긴 것을 뜻합니다. 그런데, 우리말에서 ‘얼굴이 길다’ 혹은 ‘턱이 길다’라는 표현을 쓰는 경우는 다양합니다. 기준점과의 ‘관계’에 따라 긴 부위가 달라지는 것입니다. 영어처럼 수직 길이가 긴 것을 뜻하기도 하고, 주걱턱처럼 앞으로 솟은 것을 말하기도 하며, 턱이 좁고 뾰족한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턱뿐 아니라 소위 ‘말상’이라며 가운데 얼굴(중안면) 이 두드러진 경우도 길다고 부릅니다. 턱 끝만 놓고 보면 턱끝이 앞으로 나와도 턱이 길어 보이고, 턱끝이 뒤로 빠져도 중안면이 길어 보일 수 있으니, 반대의 상황이 ‘길다’라는 하나의 말로 표현되기도 하는 셈입니다.

성형외과 의사들이 ‘긴 얼굴이 어렵다’라는 이야기를 합니다. 그런데, 실상을 보면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닙니다. 우리 말에서 ‘길다’라는 말은 매우 다양하게 쓰이는데, 서양 교과서를 기준으로 ‘수직 길이를 줄이는 것’ 위주로 생각해서 어긋나는 경우가 많아 보입니다.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이 얼굴은 분명 ‘턱이 길다’라는 인상을 줍니다. 우리말에서 주걱턱처럼 턱 끝이 앞으로 돌출된 경우 턱이 ‘길다’라고 흔히 표현합니다.

그런데, 영어로 쓰면 이런 턱은 긴 턱이 아니라 ‘돌출된 protruding’ 턱입니다. 이 사진에서는 잘 보이지 않지만, 얼굴 전체 비율을 놓고 분석해 보면, 오히려 이 턱의 수직 길이는 살짝 짧습니다.

이 턱은 턱 끝이 좁고, 앞으로 돌출되어 있으며(빨간색 타원), 입꼬리 아래가 꺼진(남색 타원) 세 가지가 합쳐지며, 짧은데도 길어 보이는 턱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턱이 ‘길다’라는 생각만으로 ‘짧게’만드는 수술을 한다면, 더 짧고 돌출된 느낌을 주는 어색한 턱이 될 것입니다.

이런 턱을 수술로 교정한다면, 원인에 따른 각 요소를 해결해 줘야 합니다. 앞으로 돌출된 턱끝은 뒤로, 뒤로 꺼진 입꼬리 부분은 앞으로, 좁은 턱끝은 넓게 만들어야 할 것입니다. 수직 길이는 짧으니, 살짝 늘이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이렇게 수술한 결과를 보면 ‘긴’ 느낌이 많이 완화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긴 느낌이 좋아졌지만 턱의 수직 길이는 오히려 길어졌다는 점입니다.

수직 길이는 오히려 더 길어졌습니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길다’라는 말에 대한 오해로 얼굴에 맞지 않는 수술이 시행되는 경우가 무척 많습니다.

‘안면윤곽 재수술’을 위해 상담 오신 분의 사연을 보겠습니다. 이분은 다른 곳에서 신경에 바짝 붙도록 뼈를 깎아서 턱이 짧아진 상태였습니다. 턱을 너무 짧게 바짝 깎아서 얼굴은 오히려 넓어 보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분이 상담실에서 처음 꺼낸 말씀에 전 깜짝 놀랐습니다. ​

“얼굴이 길어서 마음에 안 들어요.”​

‘네? 얼굴이 길다고요?’

이분의 이야기를 자세히 듣고서야, 현재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원래 얼굴이 길어서 긴 얼굴을 줄이기 위해 턱 길이를 신경선까지 바짝 깎는 수술을 받으셨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분은 원래 ‘중안면이 긴 얼굴’이었는데 얼굴이 ‘길다’라는 환자의 말에, 의사는 하관을 바짝 깎았고, 결과적으로 하관이 너무 짧아져 뭉뚝해졌습니다. 그런데, 정작 중안면이 긴 느낌은 조금도 호전되지 않았습니다. 도리어, 하관이 짧아지며 중안면은 수술 전보다 더 길게 느껴졌을 것입니다.

너무 짧게 깎은 턱을 다시 늘이며 얼굴 모양은 호전되었습니다.

이분은 너무 짧게 깎은 턱 길이를 다시 늘여주고, 앞으로 전진시키며, 작은 턱뼈는 확장하는 재수술을 받은 후에 얼굴 모양이 나아졌습니다.

우리말에서 ‘얼굴이 길다’ 혹은 ‘턱이 길다’라는 표현은 매우 다양한 의미로 쓰입니다. ‘길다’라는 말 하나에, 얼굴에 대한 분석 없이 ‘짧게만’ 깎으면 안 되는 이유입니다.

‘긴 얼굴이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 ‘길다’라는 말을 어떤 의미로 썼는지 면밀하게 파악하지 않으면 수술 결과가 나빠지기 쉬운 것입니다.

    박준규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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