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 해로 93세 부부(네덜란드) 동반 안락사... 내 생각은?
뇌졸중 투병 네덜란드 전 총리 부부 나란히 안락사 선택
70년을 함께 산 90대 노부부가 손을 잡고 나란히 안락사했다. 네덜란드 총리(1977~1982)를 지냈던 드리스 판 아흐트(93) 부부 얘기다. 네덜란드에선 인위적으로 죽음을 앞당기는 안락사가 합법이다.
11일(현지 시간) 유럽 언론들은 “2019년 뇌졸중으로 쓰러진 뒤 후유증으로 고생해온 판 아흐트 전 총리가 역시 건강이 나빴던 부인과 생의 마지막을 함께 했다”고 보도했다. 유족으로는 세 자녀가 있다.
동반 안락사는 안락사가 합법인 네덜란드에서도 드문 경우다. 2020년 13쌍(26명)이 보고된 이후 2021년 16쌍, 2022년 29쌍 등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네덜란드는 2002년 세계 최초로 안락사를 합법화했다. 환자가 견딜 수 없는 고통을 겪고 있고 회생 가능성이 없는 상태 등을 살피는 엄격한 심사를 거쳐 안락사를 허용하고 있다. 2022년 네덜란드에서 안락사를 선택한 사람은 모두 8720명이다.
무엇이 다른가... 존엄사 vs 안락사
안락사와 존엄사는 엄연히 다르다. ‘안락사’는 환자의 죽음을 ‘인위적으로 앞당기는 것’이다. 영양분 공급 등을 중단(소극적)하거나 의사가 직접 치명적 약물을 주입(적극적)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반면에 ‘존엄사’는 임종을 앞둔 환자가 본인 또는 가족의 동의로 치료 가능성 없이 생명만 연장하는 연명치료를 중단하는 것이다. 심폐소생술, 혈액 투석, 항암제 투여, 인공호흡기 착용 등 의학적 시술을 법적으로 중단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통증 완화를 위한 의료행위와 영양분, 물, 산소의 단순 공급은 중단할 수 없다.
우리나라는 2018년 2월부터 연명의료결정법(일명 존엄사법)이 시행되고 있다. 지금은 건강하더라도 훗날 투병 과정에서 소생 가능성이 없을 경우 무의미한 연명 치료는 받지 않겠다고 서약한 ‘사전의향서’ 작성자가 200만 명을 넘었다. 회생 가능성도 없는 상태에서 온몸에 기계장치를 주렁주렁 달지 않고 ‘존엄하게’ ‘품위있게’ 죽겠다는 것이다.
존엄사가 정착하면서 우리나라에서도 소극적 안락사에 대한 주장도 있다. 하지만 환자, 가족 그리고 의료 전문가의 공감대가 없으면 부작용 위험이 크다. 연명치료를 중단하는 존엄사나 안락사 모두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말기 환자가 죽음을 편안하게, 품위 있게 맞고 간병하는 가족을 배려하겠다는 마음에서 안락사를 선택하지만 여전히 민감하고 부담스러운 영역이다. 안락사 주장을 하기에 앞서 우리 사회에서 죽음에 대한 논의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