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잡는 '암 돌연변이'... '강화 CAR-T 치료제' 개발 가능성
암으로 돌연변이 발생한 T세포 장착...고형암에도 항암효과 기대
암세포는 건강한 세포를 죽게 만드는 수많은 돌연변이를 일으키지만 결국 그 돌연변이를 이겨내고 최종적으로 살아남아 번성한다. 암세포가 면역세포인 T세포(암세포를 인식하면 직접 공격해 죽이는 킬러세포)를 감염시켜 발생시키는 돌연변이 중에서 암세포를 효과적으로 공격할 수 있는 특이한 돌연변이가 최근 발견됐다. 7일(현지시간) 자체 게재된 미국 연구진의 논문을 토대로 과학전문지 《네이처(Nature)》가 보도한 내용이다.
암세포는 우리 몸의 면역체계 감시를 회피하는 기전을 갖고 있다. 그래서 초기에 암세포를 인지하고 공격하던 면역세포가 시간이 지나면 암세포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게 된다. 면역항암제는 이렇게 암세포를 인식하지 못하게 되는 면역체계가 제 기능을 하거나 더 효과적으로 암세포를 공격하도록 한다.
이런 면역항압제 중 최근 가장 각광받는 치료제가 CAR-T 세포치료제(키메라 항원 수용체 T세포 항암제, 카티 치료제 혹은 제품명 킴리아)다. 암 환자의 T세포를 추출해 암세포를 찾아내고 파괴하는 데 도움을 주는 CAR(키메라 항원 수용체)라는 단백질이 발현하도록 유전자 편집을 거친 뒤 다시 암 환자에게 주입돼 암세포를 제거하게 하는 치료제다.
CAR-T 세포치료제는 지금까지는 주로 림프종과 다발성 골수종과 같은 혈액암에 효과적인 반면, 유방암과 폐암 같은 고형암에는 잘 들지 않았다. 과학자들은 고형암에도 효과적인 CAR-T 세포치료제를 찾고 있다.
캘리포니아대 샌프란시스코캠퍼스(UCSF)의 콜 로이발 교수(면역학)와 노스웨스턴대 최재혁 교수(피부과)가 이끄는 연구진은 그 연구의 일환으로 암에 걸린 T세포의 돌연변이에 초점을 맞췄다. 로이발 교수는 “자연 상태의 T세포로 충분하지 않기에 극한 상황에 놓인 T세포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면서 “강력한 T세포를 더 단단하고 암이 많은 T세포로 바꾸는 돌연변이”에 주목하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그들은 T세포에서 발견된 71개의 돌연변이가 CAR-T세포에 발현되도록 한 뒤 T세포 기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조사하다 한 가지 돌연변이를 주목하게 됐다. CARD11-PIK3R3이라고 불리는 이상 단백질을 운반하는 CAR-T세포는 암세포에 잘 침투할 뿐 아니라 암을 효과적으로 제거하는 능력을 지속적으로 발휘했다. 최재혁 교수(피부과)는 “그것은 우리의 모든 실험을 이겨낸 매우 특별한 분자였다”라고 말했다.
연구진은 혈액암과 고형암을 가진 생쥐에게 CARD11-PIK3R3로 강화된 CAR-T세포치료제를 투약하자 암세포들이 녹아내리는 것을 발견했다. 보통 생쥐의 암치료를 위해선 약 100만 개의 CAR-T세포를 사용하지만, CARD11-PIK3R3 강화 CAR-T세포는 2만 개만으로도 충분했다고 최 교수는 밝혔다.
연구진의 일원인 미국 제약사 마블 테라퓨틱스의 닉 레스티포 연구원은 “이는 놀랍도록 적은 수의 세포”라고 밝혔다. 그는 돌연변이가 발생한 이들 T세포가 암세포로 변할 위험은 있지만 생쥐실험의 데이터는 그 같은 우려를 불식시키기 충분했다고 말했다. CARD11–PIK3R3 돌연변이는 암세포가 근처에 있을 때만 편집된 T세포의 기능을 증폭시키는 것으로 보인다는 것.
논문을 검토한 미국 MD 앤더슨 암센터의 매들린 듀빅 연구원은 “미래에 더 나은 CAR-T 치료법을 위한 문을 열어주는 아름다운 연구”라는 찬사를 보냈다. 로이발 교수와 최 교수는CARD11-PIK3R3 강화 CAR-T세포치료제 개발을 위해 미국 시애틀에 문라이트 바이오(Moonlight Bio)라는 스타트 업체를 공동 설립했다. 향후 2~3년 안에 임상시험 착수를 목표로 T세포의 항암 능력이 강화된 또 다른 돌연변이가 없는지도 함께 연구 중이다.
해당 논문은 다음 링크(https://www.nature.com/articles/s41586-024-07018-7)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