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대에도 들었다? 조산 유발할 수 있는 흔한 화학 물질
플라스틱에 포함된 프탈레이트가 조산율 2배로 높여
물, 음식, 화장품을 담는 플라스틱 용기를 유연하고 내구성 있게 만드는 것은 프탈레이트라는 화학 물질이다. 플라스틱 용기가 보급되면서 프탈레이트는 피하기가 거의 불가능해 ‘어디에나 있는 화학 물질’이라고 불린다. 그런데 이 화학 물질이 조산을 유발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학술지 《랜싯 지구 건강(Lancet Planetary Health)》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혈중 프탈레이트 수치가 가장 높은 임산부의 10%는 37주 이전에 아기를 출산할 가능성이 두 배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만기 임신은 39~40주로 37주 이전에 분만하면 조산으로 분류된다.
뉴욕대 그로스먼 의대 연구진은 임신 중 세 시기에 걸쳐 임산부들로부터 소변을 채취한 뒤 20가지의 다른 대사 산물을 측정했다. 또 의료 기기에서 흔히 발견되는 디-2-에틸헥실 프탈레이트(DEHP)를 포함한 특정 유형의 프탈레이트도 측정했다.
연구진은 측정한 대사 산물 수치와 조산 사이의 연관성을 분석했다. 소변 내 DEHP 대사 산물의 양을 기준으로 임산부들을 나눴는데 수치가 가장 높은 10%는 37주 전에 아기를 출산할 확률이 50%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케이블 와이어, 어린이 장난감, 의료용 튜브, 빨대 등에서 흔히 사용되는 DEHP 대체 물질에 많이 노출된 여성은 노출이 거의 또는 전혀 없는 여성에 비해 조산 위험이 두 배 더 높았다.
이전 연구에서도 프탈레이트가 임산부와 태아를 포함한 아이에 유해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었다. 스웨덴과 미국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2018년 연구에 따르면 자궁 내 프탈레이트 노출 수준이 높을수록 어린이가 의사소통 및 언어 장애를 겪을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두 가지 유형의 프탈레이트에 두 배 더 노출된 어머니의 자녀는 언어 지연의 한계점인 50단어 미만을 이해할 가능성이 30% 더 높았다. 출생 전 DEHP 노출은 어린이의 행동에 영향을 미쳐 장기적으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보고서에 따르면 조산은 2014년 7.7%에서 2022년 8.7%로 증가했다. 연구진은 “2018년 전체 조산의 약 10%가 프탈레이트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러한 결과는 프탈레이트를 한 번에 하나씩 다루려고 하기보다는 하나의 등급으로 규제해야 할 필요성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