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치료제 젭바운드, 고혈압까지 잡는다?
성인 600명 대상 임상시험에서 현저한 혈압 강하 효과 확인돼
미국 제약사 일라이 릴리의 비만치료제 젭바운드가 체중감량과 당뇨병 조절 외에 고혈압도 잡아준다는 새로운 연구결과가 나왔다. 5일(현지시간) 《고혈압(Hypertension)》에 발표된 미국 텍사스대 사우스웨스턴 메디컬센터(UTSW) 연구진의 논문을 토대로 건강의학 웹진 ‘헬스 데이’가 보도한 내용이다.
젭바운드는 일라이 릴리의 당뇨병 치료제 마운자로와 같은 성분(티르제파티드)의 비만치료제다. 지난해 11월 미국에서 정식 승인 후 그보다 앞서 승인된 덴마크 제약사 노보 노르디스크의 위고비와 경쟁하고 있다.
위고비와 당뇨병 치료제 오젬픽의 성분인 세마글루티드는 포만감을 주는 글루카곤유사펩티드1(GLP-1)수용체 호르몬의 분비를 촉진한다. 티르제파티드는 GLP-1뿐 아니라 ‘포도당 의존성 인슐린 분비 펩티드(GIP)’라는 두 종의 호르몬 분비를 촉진해 체중 감량 효과가 더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UTSW 연구진은 비만이 있는 성인 600명에게 세 가지 용량의 젭바운드(5㎎, 10㎎, 15㎎) 중 하나 또는 위약을 일주일에 한 번씩 주사했다다. 36주 후 다음과 같은 혈압 강하 효과가 나타났다.
-5㎎군은 평균 7.4㎜Hg(수은주밀리미터)의 수축기 혈압 감소를 보였다
-10㎎군은 평균 10.6㎜Hg의 수축기 혈압 감소를 보였다
-15㎎군은 평균 8 mmHg의 수축기 혈압 감소를 보였다
수축기 혈압은 이완기 혈압보다 심장 관련 사망을 예측할 수 있는 강력한 예측 인자다. 연구진은 티르제파티드의 혈압 강하 효과는 낮과 밤에 실시한 혈압 측정에서 나타났다고 밝혔다. 수축기 혈압은 낮 시간보다 밤 시간에 측정한 수치가 심장 관련 사망을 더 정확히 예측한다.
연구를 이끈 UTSW의 제임스 드 레모스 교수(심장학)는 “주로 체중감량제로 연구돼 온 티르제파티드의 혈압 감소 효과가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혈압에 미치는 영향이 약물 때문인지 체중 감소 때문인지는 알 수 없지만, 티르제파티드는 다른 고혈압치료제의 맞수가 될 만큼 동일한 치료효과를 보여준다”고 밝혔다.
연구를 검토한 미국 미시시피대학병원의 마이클 홀 미시시피 임상 및 중재 연구센터장(심장전문의)은 “새로운 체중 감량 약들이 체중을 줄이는 데 효과적일 뿐 아니라 고혈압, 제2형 당뇨병, 그리고 심장대사 합병증들을 개선하는 데 효과적이라는 것은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들 비만 관련 합병증의 상당수는 심혈관 질환 위험을 상승시키는 복합적 요소라 작용한다”면서 “따라서 비만 관련 합병증을 완화하는 전략은 심혈관질환 위험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그는 심장마비, 심부전, 기타 심장 관련 건강 문제에 대한 젭바운드의 장기적 영향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티르제파티드와 같은 약이 중단되었을 때 혈압이 반등해 다시 상승하는지 아니면 계속 하강하는지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GLP-1 계열 신약들은 비만과 당뇨병 치료 외에도 다양한 분야에서 약효가 검증되고 있다. 고혈압 같은 심혈관 질환 위험 감소 효과는 물론 항염증 효과, 알츠하이머병과 파킨슨병 같은 뇌 질환 치료 효과에 대한 다양한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다.
해당 논문은 다음 링크(https://www.ahajournals.org/doi/abs/10.1161/HYPERTENSIONAHA.123.22022)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