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면 후회한다”... 왜 내 몸에 무관심할까?
[김용의 헬스앤]
50·60대는 갱년기(更年期)의 절정이다. 사전적 의미로 중년기에서 노년기로 접어드는 시기다. 40대에 시작한 노화가 본격적으로 진행되어 노년으로 향하고 있다. 신체 기능이나 대사 작용이 중년 초입인 40대에 비해 큰 차이가 난다. 여성의 경우 월경이 없어지고 여성호르몬이 줄어들며 몸의 변화가 두드러진다. 불안이나 우울감 등의 정신적 변화도 겪는다. 남성도 크고 작은 갱년기 증상을 경험하지만 여성에 비해 강도는 약한 편이다.
20대부터 누적된 식습관-생활 습관이 질병으로 나타나는 시기가 바로 50·60대다. 암, 혈관 질환 등 생명을 위태롭게 하고 몸의 마비 등 장애가 남는 병들이 50·60대에 많이 생긴다. 이 시기를 잘 넘기면 노년을 비교적 건강하게 보낼 수 있다. 50·60대는 남편의 퇴직, 자녀 결혼 등으로 인해 경제적 어려움, 정신적 스트레스도 가중되는 시기이기도 하다.
주요 암의 절반이 50·60대 환자... 수십 년 동안 누적된 결과물
50·60대에는 암이 폭발적으로 늘어난다. 수십 년 동안 몸에 쌓인 결과물이다. 보건복지부 중앙암등록본부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주요 암의 절반 정도가 50·60대 환자였다. 대장암은 남녀를 합쳐 3만 2751명(2021년)의 환자가 발생, 암 전체 2위(갑상선암 1위)를 차지했다. 연령대별로 보면 60대가 26.3%로 가장 많았고 50대가 19.6%였다. 50·60대 환자가 45.9%로 절반에 육박했다. 70대는 22.3%였다.
위암은 2만 9361명의 환자 가운데 역시 60대가 31.5%로 가장 많았고 50대가 19.1%를 차지했다. 50·60대 환자가 50.6%로 대장암보다 더 많았다. 70대가 25.8%였다. 간암은 1만 5131명 환자 가운데 60대 29.9%, 70대 25.9%, 50대 20.1%의 순이었다. 역시 50·60대 환자가 절반이었다.
매년 국민건강영양조사... 50대 연령층의 건강 악화 두드러져
암 외에도 당뇨병, 고혈압, 혈관병 등 만성질환이 크게 느는 시기가 50·60대다. 질병관리청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국민건강영양조사'(2022년) 결과에 따르면 50대 연령층의 건강이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여자는 고콜레스테롤혈증, 남자는 비만 등 만성질환이 두드러졌다. 고콜레스테롤혈증 유병률은 2022년 남자 20.9%, 여자 22.6%으로 여자가 더 많았다. 2021년과 비교하면 남자는 큰 변화가 없었지만, 여자는 2.3%p 증가했다. 이유는 갱년기 호르몬 변화, 생활 습관 영향 등 복합적이다.
심상찮은 50·60대 건강 위기...가장 나쁜 습관은?
그렇다면 50·60대를 건강하게 보내는 방법은 무엇일까? 무엇보다 ‘내 몸에 대한 관심’이 중요하다. 내 몸을 아끼고 건강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50·60대는 노화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는 시기다. 이를 거스리면 몸에 탈이 날 수밖에 없다. 젊을 때에 비해 소화액, 췌장액 등 소화 관련 몸속 액체가 줄었는데 과식을 자주 하면 몸이 부대끼고 비만, 당뇨병 예방-관리에 어려움이 생긴다.
세계보건기구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에 따르면 암 사망의 30%는 음식, 30% 흡연, 10~25%는 만성감염에서 비롯된다. 그밖에 유전, 음주, 호르몬, 방사선, 환경오염 등이 각각 1~5% 정도 관여한다. 암을 막으려면 담배부터 끊어야 한다. 식습관, 음주, 감염 등의 위험요인을 건강한 생활 습관으로 바꾸는 것이 일상에서 할 수 있는 암 예방 생활 습관이다.
주요 암들은 남자 환자들이 더 많다. 간암은 남녀 비율이 2.8대1, 위암은 2대1, 대장암은 1.4대1이다. 남자가 술, 담배를 더 많이 하고 잦은 음주 회식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여성 흡연자도 늘고 있다. 30대 여성 흡연자가 많은데 지금 담배를 끊어도 갱년기까지 흡연 후유증이 남는다. 신체 구조상 흡연은 여성에 더욱 취약하다. 여성은 갱년기에 혈관병이 급증하는데 담배를 피우고 있다면 위험을 자초하는 것이다.
내 몸 못 지키면 자식들이 고생한다... 병상에서 “미안하다”?
우리 주위에는 내 몸에 무관심한 사람들이 적지 않다. 건강보험 가입자라면 무료로 받을 수 있는 위 내시경, 대변 검사조차 ‘귀찮다’고 받지 않는다. 암을 늦게 발견하면 나는 물론 가족들을 힘들게 한다. 건강보험이 안 되는 신약을 쓸 경우 엄청난 돈이 든다. 자녀들이 살고 있는 집까지 팔아야 하는 최악의 상황도 맞을 수 있다. 그때 서야 “미안하다...”고 후회할 것인가. 내가 스스로 몸을 돌보지 않으면 자녀의 미래까지 망칠 수 있다.
50·60대 여성은 건강정보에 관심이 높은 편이다. 필자의 건강 기사를 읽는 독자 분들의 76%가 여성이고 특히 50·60대 여성이 70%나 된다. 갱년기 후유증 등 몸의 변화를 직접 겪고 있는 분들이어서 질병 정보, 음식, 운동 등에 주목하는 것 같다. 건강 전문 기자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50·60대에 건강을 다져 놓아야 비교적 건강한 노년을 보낼 수 있다. 혹시 지금 아픈 분이 있다면 빠른 쾌유를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