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대 당한 어린이, 뇌 신경망 곳곳 파괴돼
기억력 등 인지 능력과 감정 조절에도 영향
아동학대가 어린이 뇌 발달에 커다란 악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년이 되기 전 경험한 정신적 트라우마가 주요 뇌 신경망을 파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영국 엑시스 대학교의 메간 클라분데 박사 연구팀은 최근 밝혔다.
미국 생물정신의학 학회(Society for Biological Psychiatry) 학술지 «생물정신의학: 인지 신경과학·신경영상(Biological Psychiatry: Cognitive Neuroscience and Neuroimaging)» 최신호에 발표된 이번 연구는 아동·청소년기 트라우마가 뇌 발달에 미치는 영향을 더욱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연구팀이 트라우마를 가진 아이들의 뇌를 관찰했다. 인공지능을 사용해 수백 건의 뇌 스캔을 재검사하고 패턴을 식별했다. 또한 580명 이상의 어린이가 참여한 14개 연구를 분석했다. 연구팀은 어린이들의 기능적자기공명영상(fMRI) 스캔본을 재검토했다. fMRI는 혈류와 관련된 변화를 감지하여 뇌 활동을 측정하는 기술이다. 뇌의 어떤 부위가 사용될 때 그 영역으로 가는 혈류의 양도 따라서 증가한다는 사실을 이용해 어떤 부위의 신경이 활성화되었는지를 파악한다.
분석 결과 학대 피해를 입었던 아이들의 기본모드신경망(default mode network, DMN)과 중앙집행기능신경망(CEN: Central Executive Network)이 일반 아이들과 커다란 차이를 보였다.
DMN은 정신건강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신경망이다. 아무 것도 하지 않을 때 더욱 활성화되는 곳이다. 흔히들 멍을 때린다고 표현되는 상태와 유사하다. 우리는 아무 생각을 하지 않는다고 생각하지만, 뇌는 활동을 멈추지 않고 계속 움직인다. DMN가 활성하되면 여러가지 생각, 예를 들어 미래나 과거 문제 혹은 나의 존재가치 등 나의 내면과의 대화가 이뤄진다.
DMN이 손상을 입으면 뇌의 여러 부분이 영향을 받는다. 내측 전두엽 피질, 후측 대상 피질, 하두정엽, 측면 측두 피질, 해마 형성 등에 문제가 생기면서 뇌 기능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CEN은 우리가 집중하거나 어떤 일을 수행할 때 활성화한다. 우리가 위험한 상황을 해석하거나 자기 통제력을 발휘하거나 부정적 감정의 연상을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 CEN이 제대로 기능을 못하면 자기통제력이 약해지는 것은 부정적 감정에서 벗어나는 회복능력도 심각하게 떨어지게 된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 결과에 따르면 현재 아동·청소년기 트라우마 치료에는 중요한 퍼즐 조각이 빠져 있는 것 같다"면서 "무서운 상황을 떠올리지 않도록 돕는 것 외에도 실제로 트라우마로 손상을 입은 부분이 어딘 지 제대로 파악하고 치료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뇌 손상이 얼마나 이뤄졌는 지를 파악하고 각 부위의 치료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자아감, 정서와 감정 처리를 비롯해 관계 형성에서 문제가 생길 경우 평생동안 정신건강 문제를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아동학대 피해 경험률은 2021년 아동 십만명당 502.2건으로 2020년 401.6건에 비해 증가했다. 2001년 아동 십만명당 17.7건에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2007년 이후 안정된 추세를 보이다 2014년부터 다시 급격히 늘어나는 추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