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헬스케어, 만성질환 게임체인저 될 것”

[바이오VIBE] 마틴 할루지크 교수 인터뷰

최근 코메디닷컴은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의 활용 방안을 놓고 만성질환 분야 글로벌 석학인 마틴 할루지크 교수(체코 프라하 임상의학연구소 당뇨병센터장)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제2형 당뇨병 분야에서 디지털 바람이 거세다. 효과적인 치료와 관리를 돕는 다양한 헬스케어 기기와 소프트웨어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혈당 등 데이터의 실시간 수집, 치료 정보 모니터링 등이 가능해지는 것은 물론 동반질환 발생 가능성도 분석할 수 있게 된다. 유병기간이 길어질 수록 온갖 합병증에 시달리는 환자들에게는 더 없는 희소식이다.

환자는 물론이고 의료계에서도 디지털 기술이 가져올 변화에 대한 기대감을 숨기지 못하고 있다. 당뇨병 분야 글로벌 석학인 마틴 할루지크 교수(체코 프라하 임상의학연구소 당뇨병센터장)는  코메디닷컴과의 인터뷰에서 “앞으로의 만성질환 치료는 환자 ‘개인화’에 초점을 맞춰 진행될 예정”이라며 “디지털 헬스케어는 약물 요법과 병행하는 옵션으로 질환 관리에 게임체인저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할루지크 교수는 현재 비만과 당뇨약 시장에서 뜨거운 관심을 받는 GLP-1 유사체 관련 연구에 참여하고 있으며, 국제학술지 ≪내분비학 저널(Journal of Endocrinology)≫의 공동 편집장을 맡고 있다.

디지털 헬스 기기 당뇨병에서 차세대 혁신 이끌 주요 이슈 

대한당뇨병학회는 물론 미국당뇨병학회(ADA)와 유럽당뇨병학회(EASD) 진료지침에서는 피를 뽑지 않고 혈당을 잴 수 있는 연속혈당측정기(CGM)나 인슐린 펌프와 같은 디지털 기기 사용에 주목하고 있다.

할루지크 교수는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은 당뇨병 분야에 ‘차세대 혁신(next big thing)’을 이끌 주요 이슈 중 하나”라며 “이미 제1형 당뇨병에서는 환자 관리에 표준으로 자리잡았는데, 결국 제2형 당뇨병도 따라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집중적 인슐린 치료를 받는 제2형 당뇨병 환자들이라면 CGM이나 자동혈당측정기(FGM)가 혈당 모니터링에 폭넓게 사용될 수 있다. 이밖에도 스마트 펜, 스마트 캡 등의 기기도 인슐린 치료 환자의 혈당, 약물 투약 모니터링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최근에는 펜 타입 자가 주사제에 붙이는 스마트 센서 기술도 나왔다. 지난 1일 카카오헬스케어가 선보인 디지털 플랫폼 서비스 ‘파스타’에도 스마트 센서가 도입됐다. 세계적인 제약업체 노보 노디스크가 개발한 ‘말리아’ 스마트 센서를 통해 인슐린 주사 데이터 자동 수집 및 실시간 치료 반응을 관찰할 수 있다.

할루지크 교수는 실제 임상 현장에 이들 기술이 접목될 경우, 환자 진료나 연구 데이터 혁신에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봤다. 그는 “디지털 기기들은 환자들에게 투약 시간을 알려주는 ‘리마인더(reminder)’ 역할을 할 수 있다”며 “환자별 투약 이력과 순응도를 확인할 수 있는 객관적인 지표로 활용이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이어 “기술의 원활한 사용을 위해서는 환자들의 투약 관련 데이터가 플랫폼에 매끄럽게 연동되는 것이 중요하다”며 “투약 이력 뿐만 아니라 운동량, 혈압 등 기타 건강 정보를 하나의 플랫폼에 연동하고 관리할 수 있도록 만드는 다양한 연구들이 진행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Q. 제2형 당뇨병 분야는 최근 10년 간 신약의 등장으로 많은 변화가 있었다. 현재 치료의 방향성은 어떻게 잡아가나.

– 새로운 치료 옵션인 GLP-1 유사체와 SGLT-2 억제제가 등장하면서 혈당 조절만이 아니라 동반질환까지 고려한 맞춤 치료 전략이 강조되고 있다. 특히, 심혈관질환이나 만성 신장질환을 동반한 제2형 당뇨병 환자에서는 이들 약물의 사용을 먼저 고려할 수 있다. 이제는 단순히 당뇨병만 치료하기보다는, 환자의 동반질환까지 관리할 수 있는 약제 선택으로 치료의 방향이 전환되는 상황이다. 내분비내과 전문의 입장에서는 효과가 좋은 신약들이 개발되고 임상 데이터가 다양하게 나오는 지금이 가장 많은 기대가 모이는 시기라고 생각한다.

실시간으로 병을 볼 수 있어…”디지털 기기 환자들에 치료 동기 부여” 

Q. 체중 감량 효과가 큰 GLP-1 유사체나 SGLT-2 억제제는 심혈관질환을 포함한 여러 동반질환에서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온다. 학회 진료지침에서 이들 치료제의 권고 상황은 어떤가.

-SGLT-2 억제제는 심혈관질환에 이어 만성 신장질환이나 신부전에서도 효과를 인정받고 있다. GLP-1 유사체 역시 심혈관질환에 강력한 임상 근거들을 쌓고 있다. 미국당뇨병학회(ADA)와 유럽당뇨병학회(EASD)에서도 이들 치료제의 사용을 적극 권고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학회 진료지침의 권고사항과 실제 진료 환경에서 채택 여부는 다른 문제다. 가급적 신약을 많이 사용하는 것이 대부분의 환자들에게 이상적일 수 있겠지만, 현실적으로는 비용 문제가 있다. 실제로 대다수의 국가들이 보험 재정 문제로 신약 사용에 어려움을 겪는다. 강연을 돌면서 현황을 들어보면, 아직 모든 당뇨병 환자에게 이들 신약을 쓸 수 있는 여건을 가진 나라는 많지 않다.

Q. GLP-1 옵션에서는 위 마비, 장 폐색 등의 안전성 이슈가 자주 거론된다. 계열 약제들의 전반적인 부작용으로 봐야하나?

-현재 확인되는 이상반응들은 GLP-1 유사체 성분마다 발생 비율이 거의 유사하기 때문에 ‘계열효과(class effect)’로 보는 것이 맞을 것 같다. 예외로 세마글루티드의 SUSTAIN-6 연구에서 안과적 이상반응 발생율이 조금 더 높게 나타났으나, 성분 자체의 특이적인 이상반응이라기보다는 약물 투여 초기에 나타나는 증상으로 볼 수 있다. 증식성 당뇨망막병증이 있었던 환자들에게 주로 관찰되기에, 혈당 조절 효과로 인해 발생하는 증상 중 하나로 생각된다. 약제 용량을 천천히 증량하는 등의 방법으로 충분히 대처가 가능하다.

Q. 향후 제2형 당뇨병 치료에 패러다임이 어떻게 변화해 나갈 것으로 예상하는가.

– 조기 치료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예상한다. 전당뇨 단계에서 당뇨병으로의 진행을 막게 되면 장기적으로는 국가의 보건의료비 지출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데이터도 많이 나오고 있다. 앞으로는 환자들이 자신들의 치료 과정에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될 것이다. 스마트 센서 등 디지털 헬스케어 기기는 환자들의 치료 동기 부여에 도움을 준다. 실제 진료 경험에서도, 스마트폰을 통한 의료진과 환자 간의 긴밀한 소통이 가능해지고, 의료진은 환자들의 혈당, 혈압, 체중, 운동 상황 등 객관적인 건강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다. 환자들은 의료진이 자신의 건강 정보를 확인 가능하다는 사실만으로도 조금 더 동기부여를 받고 운동 등 생활습관 교정에 적극적으로 임할 수 있을 것이다.

    원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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