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간병 힘들어"...남편 요양원 보내고 홀로 남겨진 아내의 삶은?
극심한 간병부담 덜지만 절반이 매일 요양원 찾으며 죄책감 시달려
배우자가 요양원에 들어가게 되면 남은 배우자는 극심한 간병 부담에서 해방된다. 하지만 사랑하던 사람을 끝까지 돌봐 주지 못했다는 죄책감과 불안감 그로 인한 지속적 우울증에 시달리게 된다. 그래서 거의 매일 요양원을 찾고 배우자의 주변을 도는 삶을 살게 된다. 미국의 뉴욕타임스(NYT)가 3일(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이다.
미국 애틀랜타에 사는 올해 79세의 조셉 드롤레 씨는 33년간 서로 독립된 집에 살면서 연인 관계를 유지한 레베카(71, 결혼한 사이가 아니기에 드롤레 씨와 다른 성은 그의 요청으로 익명 처리)라는 파트너가 있다. 지금은 은퇴했지만 두 사람 다 변호사였다. 레베카는 2019년 운전 중 길을 잃기 시작하면서 치매 증상이 나타났고 2021년 알츠하이머병 진단을 받았다.
가정에서의 24시간 돌봄, 요양원 보낼 수밖에 없는 이유
드롤레 씨는 레베카를 자신의 집으로 옮겨 돌보기 시작했다. 그는 어떻게든 레베카를 장기요양시설로 보내지 말아야지 했다. 하지만 24시간 간병인으로 일하는 것은 지치고 견딜 수 없는 일이었다. 레베카는 밤중에 동네를 배회하거나 여행을 간다며 짐을 챙기는 일을 반복하다 지난해는 급기야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도 분간하지 못하게 됐다. 드롤레 씨는 결국 레베카를 집 근처 장기요양원에 보낼 수밖에 없었다.
드롤레 씨는 “매우 취약한 사람을 돌보기 위한 24시간 근무의 짐을 다른 누군가가 짊어줘 졌다”고 말했다. 그가 죽거나 다칠 경우 누가 레베카를 돌보나 하는 걱정도 누그러졌다. 그럼에도 그는 매일 요양원에 있는 레베카를 만나러 간다. 그는 그녀를 돌봐야 한다는 육체적 피로가 죄책감과 불안감으로 대체됐다고 느꼈다.
문제는 요양원 보낸 쪽에서 발생해..."요양원 보내는 것 책임의 포기로 여겨"
레베카는 요양원의 보살핌에 만족해 보였지만 문제는 드롤레 씨에게 있었다. 매일 요양원 방문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면 ‘레베카가 없다’는 상실감에 암도당한다면서 그는 전화 인터뷰 도중 울음을 터뜨렸다.
노년 환자의 시설 전입에 대해 많은 연구를 해온 미네소타대의 조셉 고글러 교수(노인학)는 “간병인들은 자신이 짊어져야 했던 일상적인 책임에서 벗어날 수 있어 안도감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간병인의 우울증과 부담감이 실제로 상당히 크게 감소한다는 여러 연구가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하지만 환자를 요양원에 보내는 것은 특히 배우자에게 부담감으로 작용한다.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장기요양에 관해 자주 인용되는 2004년의 초기 연구결과에 따르면 배우자는 다른 가족 구성원보다 시설 전입 전에 우울증을 겪는 경우가 많을 뿐 아니라, 그 후에도 우울증과 불안감을 더 많이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의 주요 저자인 리처드 슐츠 박사(전 피츠버그대 사회심리학 교수)는 “배우자는 아들이나 딸보다 더 강한 책임감을 느낀다고 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일부에서는 요양원에 보내는 것을 환자에 대한 방기나 포기해선 안 되는 책임의 포기로 여긴다”고 지적했다.
성인이 된 자녀나 형제자매는 환자와 수십 년 동안 한 집을 같이 사용했을 가능성이 낮고, 환자가 떠난 후 공허함을 경험할 가능성이 낮다. 그들이 아무리 주의를 기울인다고 해도, 별도의 직업과 가족이 있는 한 “우리는 그들이 그렇게 많은 일을 하리라 기대하지 않는다”는 것. 오직 배우자만이 죽음으로 헤어질 때까지 상대의 질병과 건강에 대한 서약을 지킨다.
고글러 교수 "요양원 보내는 것 가족 간병의 종말 아냐"
슐츠 박사의 연구에 따르면 간병인이 배우자일 경우 거의 절반이 적어도 매일 한 번은 보호시설에 있는 사랑하는 사람을 방문했다. 반면 배우자가 아닌 간병인은 약 4분의 1만이 그러했다.
가족 구성원은 그러한 방문에 대해 여러 가지 일을 수행한다. 그들은 음식 공급이나 몸치장과 같은 개인적인 보살필 뿐만 아니라 환자의 이동성, 활동성 및 사교성을 돕는다. 2022년 발표된 한 연구는 이들을 “보이지 않는 노동력”이라고 일컬었다.
고글러 교수는 “요양원에 보내는 것을 가족 간병의 종말로 생각하는 경우가 너무 많은데 그렇지 않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돌봄을 감독하고 환자를 대신해 권리를 지켜주고 요양원 직원을 감시하는 새로운 임무를 맡는다는 것은 "어떤 면에서 한 가지 과제를 다른 과제로 대체하는 것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사회복지사 모이라 켈러는 애틀랜타의 피에몬테 헬스케어에서 23년 동안 간병인을 위한 지원 단체를 운영했다. 지금은 은퇴했지만 여전히 드롤레 씨가 회원으로 있는 지역그룹을 이끄는 자원 봉사하고 있다.
그는 배우자들이 요양원으로 보내는 결정과 그 여파로 더 큰 어려움을 겪는다고 지적했다. 특히 아내들은 남편이 도움을 필요로 하기 전에 보통 아이들과 나이 드신 부모를 돌본 경험이 있어 돌봄 역할에 익숙하기에 더 그렇다. “그들은 요양원에 보내야 한다는 사실을 인정하기가 더 어렵기 때문에 배우자가 요양원에 들어가도 아내들은 매일 요양원을 찾는다”고 그는 지적했다. 그것이 “그들의 새로운 일과이자 새로운 목적”이 된다는 것이다..
켈러 씨는 가끔 배우자에게 요양원 방문 횟수를 줄이고, 사람들과 다시 만나 즐거움을 주는 활동을 하도록 권한다. 치매 환자는 자신의 배우자가 일주일에 세 번, 여섯 번 방문했는지, 아니면 한두 시간, 네 시간 동안 머물렀는지 기억하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배우자는 "이게 지금의 내 삶“이라며 도리질 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86세 남편 집에서 치매 증상 보여도 10년간 간병하다 요양원 보냈지만...이틀에 한 번씩 방문
미주리주 세인트 조셉에 사는 메이시 셔런-루이스 씨(68)는 확실히 그렇게 느끼고 있다. 그는 86세 된 남편 진이 치매 증상을 보이고 거의 10년간 집에서 그를 간병해왔다. 홀로 간병이 힘들어지자 간호조무사를 고용하기도 했지만 점차 그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워져 결국 집에서 43㎞ 떨어진 비영리단체가 운영하는 요양원에 남편을 보내야 했다.
셔먼-루이스 씨는 요양원이 집에서 너무 멀어 매일 오갈 수 없기에 이틀에 한 번씩 운전해 찾아가 남편과 시간을 보낸다. 그는 요양원 직원들을 천사라고 불렀다. 또 “남편에게 스무디를 가져다주고 TV를 함께 보며 지낸다:고 했다. 하지만. 남편의 삶의 질이 자신보다 더 나쁘다는 생각에 죄책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녀의 삶도 쉬운 게 아니다. 그는 죄책감과 불안에 거의 잠을 자지 못하는데다 몸무게가 13kg나 빠졌다. 게다가 두 종의 항우울제와 폐 감염을 막기 위한 약물까지 복용하고 있다.
셔런-루이스 씨나 드롤레 씨처럼 배우자를 시설에 보낸 사람들을 돕기 위해 지역사회 지원단체가 많아지고 있다. 이들 단체는 환자를 돌보는 방법을 교육하는 것은 물론 간병하는 배우자의 고민을 들어주고 달래주는 심리치료도 병행한다고 켈리 씨는 설명했다.
실제 드롤레 씨는 지원단체의 조언을 받아 매일 방문하는 시간을 일주일에 네 번으로 줄이고, 지역 사회 활동을 재개하고 친구들도 만나고 약물의 도움으로 잠도 잘 잘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레베카가 호스피스 병동으로 옮기면서 그는 이제 요양원 방문 횟수가 매일 두 번으로 늘었다. 레베카는 편안해 보였지만 더 이상 그를 알아보지 못하는 듯 했다. 그로 인해 이미 몇 개월째 레베카를 애도하는 상태에 놓여있는 그는 “이런 상황에서 행복한 내일은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한건필 기자 hanguru@kormed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