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조 삼킨 암..."미리 막을 방법 있다"

[세계 암의 날] 국립암센터 서홍관 원장 인터뷰

국립암센터 서홍관 원장 [사진=국립암센터]
"저도 과거엔 흡연자였어요. 그런데 레지던트 때 흡연의 해악에 대한 글을 쓰게 될 일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논문을 쭉 읽었습니다. 담배를 피우면서요. 읽다 보니 너무 끔찍한 거예요. 하루에 수십 번씩 내 몸에 발암물질을 집어넣는 게 '자해'와 뭐가 다를까요. 이렇게 담배의 해악을 제대로 알아야 합니다. 저는 그렇게 11년 만에 담배를 끊었습니다."

2월 4일은 세계 암의 날이다. 암은 한국인 사망원인 1위다. 투입되는 의료 자원도 어마어마하다. 2022년 기준 암 진료비는 10조를 넘었다. 환자가 늘면서 대중의 관심도 나날이 커지고 있다. 코메디닷컴은 국립암센터 서홍관 원장을 만나 암 발생 현황과 예방법에 대해 들어보았다. 국립암센터는 암 환자 치료부터 연구, 정책 개발 및 수립, 인재 양성까지 종합적인 역할을 하는 암 전문 국가 기관이다.

서 원장은 30년 넘게 금연운동에 헌신해 왔다. 국내 금연 클리닉 도입 등 다양한 활동을 벌였다. 1980년대 80%에 육박했던 한국 남성 흡연율은 현재 30%로 내려왔다. 금연은 대표적인 암 예방 방법이다. 서 원장은 국가가 앞으로도 암 예방에도 더 많은 자원을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미리 막는다면 환자는 암으로 고통 받지 않아도 되고, 국가는 의료비용 낭비를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담배 진열을 아예 금지하는 나라도."술에 대한 경각심 너무 낮아"

5%. 호주 정부가 내건 2030년 흡연율 목표다. 이를 위해 정부는 다양한 규제를 내놓았다. 담뱃갑 디자인 제한, 멘톨과 같은 첨가물 금지 등이 대표적이다. 광고 규제도 강화한다. 담배 소매점에서 담배 광고를 금지한 나리는 111개국이다. 담배 진열 자체를 막은 나라는 86개국이나 된다.

서 원장은 "예방만큼 중요한 건 없다. 흡연자를 보자. 담배를 피우면 병에 걸리고 고통스럽다. 의료비 낭비도 생긴다. 반면 담배를 아예 피지 않는다면? 애초에 이런 고통과 낭비가 없다. 국가도 암에 대한 전략을 짤 때 치료뿐만 아니라 예방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암 센터 원장으로 예방을 꾸준히 강조해 왔는데

"정책은 국민을 건강한 방향으로 이끄는 쪽으로 수립돼야 한다. 담배 위험성은 어느 정도 알려졌지만, 술은 여전히 많은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 술에도 경고 그림을 붙이고, 술 광고를 제한해야 한다. 술 광고는 엄청나게 많이 나오고 있다. 과연 어떤 예방 정책이 가장 효과적인 지에 대한 연구도 필요하다. 예산은 암 치료에 집중돼 있는 경향이 있는데, 예방에도 많은 자원을 투입해야 한다."

-암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식생활도 중요하다고 들었는데

"암 유발 비중을 보면 흡연이 30%를 차지하고, 음식의 비중도 30%나 된다. 짜고 기름진 음식, 탄 음식 등은 피하는 게 좋다. 특히 가공육은 1군 발암물질이다. 다 제한하면 먹을 게 없다는 말도 나온다. 그러나 잘 둘러보면 먹을 게 정말 많다. 지중해 식단이니 하는 화려한 이름의 식단을 안 챙겨 먹어도 된다. 채식을 많이 하는 게 가장 좋다. 개인적으로도 집 식사에서 시래깃국, 콩나물국 등으로 간소히 먹으려고 한다. 과거 1960년대 우리가 먹던 음식들이 사실 건강에는 좋다. 물론 당시에는 영양결핍의 문제가 있었지만, 지금은 그런 걸 걱정할 시대는 아니지 않나?"

연구부터 치료까지 다 하는 암 센터. 검진이 높은 생존율의 비결 

2021년 기준 신규 암 발생자 수는 27만 7,523명이다. 2020년 대비 무려 10.8%나 늘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최근 5년간 진단받은 암 환자의 5년 상대 생존율이 72.1%로 10년 전에 비해 6.6%P(포인트) 높아졌다는 점이다. 서 원장은 "많은 이들이 높은 생존율이 우리 국내 암 치료 기술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가장 크게 기여한 건 세계 최고 수준의 국가 암 검진 프로그램이다. 국립암센터는 2001년 암 검진 권고안을 만들고, 5대 암종의 국가암검진사업이 구축되도록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국립암센터를 병원으로만 알고 있는 이들도 많다

“암 센터에는 병원뿐만 아니라, 연구소, 국가암관리사업본부, 국제암대학원대학교도 있다. 임상 현장부터 연구와 교육, 국가정책 마련을 위한 통계 사업 등이 모두 수행하는 국내 유일의 기관이다.

암 센터는 연구소를 통해 신약과 신치료 기술 개발에도 적극적으로 나선다. 2023년 4월 한미 정상회담 기간에 미국 국립암연구소(NCI)와 암 연구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국립암센터는 NCI와 단백 유전체 기반의 암 정밀 의료 연구, 세포치료 기술 개발, 암 예방과 조기 진단 등 공동연구를 함께 한다.

국가 암 등록 통계 산출 역시 암 센터가 맡고 있는 중요한 역할 중 하나다. 2005년부터 통계를 내고 있다. 정확한 정보 산출을 통해 효과적 정책의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이 밖에도 각 학회와의 협력 아래 암 치료의 표준 진료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것도 주도하고 있다.“

-병원으로서 암 치료에서 차별화된 점이 있나

"국립암센터는 2007년 양성자치료기를 국내 최초로 도입해 운용하고 있다. 양성자 치료는 차세대 방사선 치료다. 일반 방사선 치료에 비해 정상세포의 손상이 적다. 암 환자의 생존율 향상과 삶의 질 개선에도 도움을 준다. 국립암센터는 덩어리가 생기는 고형암, 예를 들면 뇌종양, 두경부암, 폐암, 식도암 등에 양성자 치료를 사용하고 있다. 2019년 양성자치료기 시설개선 사업을 계획하고 2022년부터 독립형 소형양성자치료기 도입 건축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2015년에는 삼성서울병원에서 양성자 치료기를 도입했다. 중입자 치료기는 최근 연세대학교에서 도입했으며, 서울대학교도 부산 기장에 중입자 의료기기를 도입하여 2027년부터 가동한다. 두 치료법의 실제 치료 성적 및 장기 생존율에 큰 차이가 없다. 차세대 치료법들이 많이 등장하고 있는데 향후 임상 치료 성적 등을 종합하여 효과 검증을 충분히 해야 한다."

-향후 암 센터와 정책의 방향은 어떻게 가야할까

"국민들의 건강 증진을 위해 암 센터를 비롯한 정부, 민간단체, 언론이 힘을 합쳐야 한다. 특히 암 예방을 위해 큰 노력이 필요하다. 한 곳만 열심히 한다고 되는 일도 아니다. 협력과 연대가 필요하다. 정부는 특히 예방 부분에 더욱 중점을 두고 예산으로도 힘을 실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윤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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