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 있으면...간 뻣뻣하지 않아도 간암 조심!” 왜?

미일중 공동 연구팀 “간의 끈끈하고 튀는 ‘점탄성’이 간암 발생에 큰 역할”

당뇨병 환자는 간 수치에도 꾸준히 관심을 가져야 한다. 간이 뻣뻣해져도, 끈끈하고 튐성이 있어도 간암 위험이 더 높기 때문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간경변증이 없는 제2형당뇨병 환자도 간암에 걸릴 위험이 당뇨병이 없는 사람에 비해 2~3배 더 높다. 당뇨병 환자에겐 간의 경직성(뻣뻣함)도 문제지만, 간의 점탄성(끈끈함과 튐성)이 간암 발생과 더 밀접한 관련이 있을 수 있다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스탠퍼드대 의대 등 공동 연구팀은 인간과 생쥐를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 제2형당뇨병 환자의 경우 간 경직성보다는 간 점탄성이 간암과 더 깊은 관련이 있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구의 책임 저자인 나탈리 토록 교수(위장병학·간장학)는 “간암의 진행에서 점탄성이 하는 역할을 처음으로 규명했다”고 말했다.

의사는 환자의 건강을 평가하기 위해 의사는 관절을 유심히 살펴보고 배를 손으로 만져 진단(촉진)한다. 오랜 기간 손을 필수적인 진단 도구의 하나로 사용해 왔다. 정상적이라면 탄력이 있어야 하는 조직과 기관에서 덩어리 같은 게 만져지거나 그 부위가 비정상적으로 뻣뻣하면 의사는 암을 의심한다. 최근 간암, 유방암에서 암과 경직성의 관계가 정립됐다. 예컨대 간이 뻣뻣해지는 것은 간암으로 진행될 수 있는 간경변증의 주요 특징이다.

전 세계적으로 간암 발병률이 높아지고 있다. 부분적 원인은 당뇨병 유병률의 증가 추세에 있다. 건강한 음식 선택과 규칙적인 운동 기회가 부족한 당뇨병 환자에겐 특히 그렇다. 토록 교수는 "간암의 주요 예측 인자인 간 경직성의 중요성이 도전받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의 간암 검진 지침에는 간경변증 환자에게만 정기적인 간암 검진을 권장하고 있다. 많은 제2형당뇨병 환자는 간암 검진 대상에서 빠져 있다.

연구팀은 스탠포드대 기계공학과 오비짓 차우두리 부교수 등과 함께 환자 검체, 동물모델, 실험실 세포 등에서 점탄성이 간암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했다. 인간과 생쥐 모델에서 체외 3차원(3D) 배양 연구, 컴퓨터 시뮬레이션에 이르는 각종 데이터로 암 발생과 관련한 점탄성의 역할을 분석했다.

연구팀은 상당수 제2형당뇨병 환자의 최종당화산물(AGE) 수치가 제2형당뇨병이 없는 사람보다 더 높고 점탄성도 더 높지만 딱딱하지는 않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생쥐를 자세히 살펴봤더니 AGE 수치가 높은 사료를 먹은 동물은 표준 사료를 먹은 동물에 비해 간 세포외기질 콜라겐 섬유의 길이가 더 짧고 서로 덜 연결돼 있었다.

최종당화산물은 혈당이 제대로 조절되지 않고 당 분자의 수치가 높아지면 생긴다. 이 ‘당독소’는 단백질이나 지방이 풍부한 음식, 튀김이나 구이 등 고열로 조리한 음식에도 있다. 간 경직성은 특정 영상기술(MR 탄성 조영술)로 측정된다. 간 경직도가 일정 수준을 넘으면 간경변증으로 진단된다. 간경변증 환자는 6개월마다 복부 초음파 검사, 혈액 검사 등을 통해 간암 검진을 받는다. 강직성은 단백질, 당분, 미네랄로 가득 찬 장기의 세포 사이와 주변 공간인 세포외 기질에서 비롯된다. 기질은 세포를 지지하고 조직하는 물리적 틀을 제공해 세포가 제대로 기능하는 조직을 만들게 돕는다. 기질이 파괴되면 나쁜 암세포나 전암 세포는 쉽게 길을 잃는다. 다른 부위로 퍼지거나, 걷잡을 수 없이 분열하거나, 더 위험한 상태로 바뀐다.

연구팀은 “다행히 강직성처럼 점탄성도 영상 기술로 평가할 수 있었으며 앞으로 점탄성, 제2형당뇨병, 간암 진행 등에 대한 종합 연구를 추가로 수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의학계는 당뇨병과 지방간 질환을 앓는 사람이 간암에 걸리기 쉬운 이유와 이를 해결하는 방법을 찾는 데 관심을 쏟고 있다. 많은 사람이 암 검진을 일찍 받아 생명을 구할 확률을 높이기 위해서다.

토록 교수는 "이번 연구는 제2형당뇨병 환자 등 정기적으로 간암 검진을 받아야 할 사람을 선택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콜라겐 구조의 변화가 점탄성과 간암 진행을 촉진한다는 사실을 입증한 것은 큰 성과”고 덧붙였다.

연구에는 미국 퍼듀대, 피츠버그대, 캘리포니아대 데이비스 캠퍼스, 알버트 아인슈타인의대, 펜실베이니아대와 중국 칭화대, 일본 게이오대 등도 참여했다. 이 연구 결과(Matrix viscoelasticity promotes liver cancer progression in the pre-cirrhotic liver)는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 온라인판에 실렸다.

    김영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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