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란 안 되는 ‘이 병’ 있으면 인지력도 떨어진다?

다낭성 난소증후군 여성, 중년 이후 주의력 11% 떨어져

다낭성 난소증후군을 받은 여성은 그렇지 않은 여성보다 중년기 인지검사 점수가 낮게 나왔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여성에게 가장 흔한 내분비질환이 있는 여성은 중년 이후 기억력과 인지력에 문제를 가질 가능성이 더 높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신경학(Neurology)》에 발표된 미국 캘리포니아대 샌프란시스코캠퍼스(UCSF) 연구진의 논문을 토대로 건강의학 웹진 ‘헬스 데이’와 CNN이 보도한 내용이다.

UCSF 다낭성 난소증후군(PCOS) 클리닉 책임자인 헤더 허들스턴 박사가 이끄는 연구진에 따르면 이 질환 진단을 받은 여성은 그렇지 않은 여성보다 중년기 인지검사 점수가 낮게 나왔다. 특히 주의력, 기억력, 언어능력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허들스턴 박사는 “이 질환을 가진 사람이 중년에 기억력과 사고력이 낮고 미묘한 뇌 변화를 보인다는 것을 시사하는 연구결과”라고 말했다.

다낭성 난소증후군은 난소에서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은 정상 분비되지만 배란이 일어나지 않아 자궁내막의 과도한 증식을 막아주는 황체호르몬이 생성되지 않아 발생하는 만성질환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전세계 가임 여성의 약 8~13%에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10명 중 1명 꼴로 발생하는 셈이다.

한국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이 만성질환은 배란 장애와 함께 난소에서 남성호르몬이 과다 생성돼 다모증, 탈모, 여드름, 남성호르몬 과다혈증, 난임을 유발할 수 있다. 또 자궁내막의 위험이 3~5배 치솟는다. 환자의 35%에서 당 대사의 이상이 발견되는데 이로 인해 40세 이전에 제2형 당뇨병이 생길 수 있다.

연구진은 30년 동안 일련의 인지검사를 꾸준히 받은 18세~30세 여성 907명의 여성을 추적했다. 이들이 받은 인지검사는 기억력, 언어능력, 주의력과 처리 속도가 포함됐다. 예를 들어 주의력 측정 검사는 색깔을 나타내는 단어와 그 단어를 쓴 잉크 색깔이 일치하지 않았을 때 이를 구별해내는 것이었다.

주의 집중력 검사에서 다낭성 난소증후군이 있는 66명의 여성은 그렇지 않은 참가자에 비해 평균적으로 약 11% 낮은 점수를 받았다. 다낭성 난소증후군이 있는 사람은 기억력과 언어 능력 측정에서도 낮은 점수를 받았다.

연구진은 잠재적인 원인을 추정하기 위해 약 300명의 참가자가 25세와 30세가 됐을 때 촬영한 뇌 스캔을 살펴봤다. 그 중 25명이 다낭성 난소증후군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들 여성의 뇌 백질의 완결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백질은 뭉친 신경 섬유들로 만들어졌고, 뇌의 다른 영역들 사이의 의사소통을 조정하도록 돕는다는 점에서 노화의 표지로 간주된다.

이번 연구는 여러 한계가 있다고 CNN은 지적했다. 연구진도 인정했듯이 다낭성 난소증후군과 인지능력 저하 사이의 연관성을 보여줬지만 인과관계를 증명한 것은 아니다. 둘째 다낭성 난소증후군 진단이 의사의 소견이 아니라 안드로겐 수치와 참가자들의 기억에 의존했다. 높은 안드로겐 수치는 다낭성 난소증후군의 여러 징후 중 하나일 뿐이다.

이번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독일 출신 내분비학자인 비에브케 알트 영국 임페리얼칼리지런던대(ICL) 임상과학연구소 소장은 “다낭성 난소 증후군 진단할 때 안드로겐 수치는 통상 기준 범위의 95번째 백분위수 이상인데 연구진은 그보다 높은 75번째 백분위수 이상을 적용했다”고 지적했다. 허들스턴 박사는 “이런 한계를 감안할 때 연구 결과를 검증하고 이런 변화가 어떻게 일어나는지를 파악하기 위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며 “사람들이 생각할 기회와 기억 문제를 줄이기 위해 할 수 있는 변화를 살펴보는 것도 포함된다”고 말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다낭성 난소증후군과 인지기능 저하 사이의 연결고리에 대한 가설을 갖고 있다.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미국 토머스제퍼슨대 의대의 캐서린 셰리프 교수(산부인과)는 “인슐린 저항성, 염증, 내당능 장애와 같은 대사 이상이 혈관과 심장뿐 아니라 뇌를 포함한 모든 장기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인지 노화 가속화의 메커니즘”이라고 말했다. 미국 앨러배마대 버밍엄캐퍼스(UAB) 의대의 리카르도 아지즈 교수(산부인과)는 유전학도 다낭성 난소증후군과 인지기능 저하 사이의 연관성에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미국 일리노이대 여성정신건강연구프로그램 책임자인 폴린 마키 교수는 “우리 모두는 노년기에도 알츠하이머병에 저항할 수 있는 건강한 뇌를 갖기를 원한다”면서 “따라서 다낭성 난소증후군이 있는 여성은 당뇨병을 조절하고, 운동을 하고, 혈압을 조절하고, 콜레스테롤 수치를 건강한 범위로 유지하되 만일 이번 연구결과가 입증될 경우 안드로겐 수치를 그들 연령대의 정상 범위로 유지하는 노력을 더하면 된다”라고 말했다.

해당 논문은 다음 링크(https://www.neurology.org/doi/10.1212/WNL.0000000000208104)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건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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