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도 간암 원인”…조금 배고프면 암 걱정 줄어든다

[간암의 날 인터뷰] 명지병원 박중원 교수

2일 간암의 날을 맞아 코메디닷컴과 인터뷰 중인 명지병원 소화기내과 박중원 교수. [사진=명지병원]

“암은 대표적인 생활습관 병입니다. 어느날 갑자기 생기는 게 아니에요. 1~2개월 조심한다고 예방되는 그런 병이 아닙니다. 암만큼 생활습관 교정이 필요한 병은 없습니다. 그중에서도 간암은 특히나 더 그렇습니다.”

2월 2일 간암의 날을 맞아 코메디닷컴은 30년 넘게 간암을 연구하고 치료해 온 명지병원 소화기내과 박중원 교수를 만났다. 최근 국립암센터에서 명지병원으로 자리를 옮긴 박 교수는 세계 최초이자 유일하게 간암에 대한 방사선(양성자) 항암치료의 유효성을 입증했으며, 국내 간암 진료 가이드라인 제정과 개정을 이끌었다.

지방간 원인 간암 환자 급증… “BMI 21~24 유지해야”

박중원 교수는 “암은 대표적인 생활습관 병”이라고 강조한다. 오랜 기간 개인의 생활습관이 누적해 암이 발생한다는 말이지만, 그만큼 평소 생활습관을 관리하면 암을 예방할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특히, 박 교수는 “간암은 다른 암보다도 원인이 뚜렷해 비교적 관리와 예방이 쉬운데도 이를 안 하는 게 문제”라고 지적한다.

간암의 원인은 B형 또는 C형 간염 바이러스와 알코올성 간염, (비알코올성) 지방간 등이다. 이들 질환을 오랫동안 앓아 만성화하면 간경화로 간이 딱딱해지며 기능이 손상하는 간경변증이 일어나고, 간경변증은 다시 간암으로 이어진다.

이 중에서 여전히 가볍게 여기는 요인은 지방간이다. 오랜 노력으로 국내에서도 바이러스성 간염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졌고, 알코올성 간염을 일으키는 술과 모든 암의 주요 위험인자인 흡연의 악영향은 익히 알려졌다. 반면, 지방간은 비교적 경증인 만성질환 정도로 여겨진다.

따라서 박 교수는 “비만과 당뇨도 간암의 원인”이라고 강조했다. 비알코올성 지방간을 일으키는 원인이기 때문이다. 실제 최근 서울대병원 연구에 따르면, 당뇨 환자는 술을 마시지 않아도 간암 위험도가 정상 혈당군에 비해 1.64배 높다. 당뇨 환자가 과음까지 하면 위험도는 평균 3.29배, 최대 3.49배까지도 높아진다.

“지방간에 따른 암 발생률은 다른 요인보단 낮은 편이지만, 지방간 환자가 워낙 많아지고 있어 걱정입니다. 과거에는 간암 환자의 75%가 B형 간염 때문이었지만, 이제는 65% 수준까지 떨어졌습니다. 반면, 지방간이 원인인 환자는 과거 5%에 불과했지만, 최근 통계에선 20%까지 늘어났습니다. 끝이 아니라는 게 문제입니다. 지금도 이 수치는 계속 올라가고 있습니다.”

국내뿐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마찬가지다. 전 세계 인구의 약 30%가 지방간의 영향을 받는다고 추산된다. 이런 탓에 최근 유럽과 미국의 간학계는 비알코올성 지방간의 명칭을 ‘대사기능 이상 관련 지방성 간질환'(MASLD)으로 교체했다. 지방간이 비만, 내장비만, 인슐린 저항성, 이상지질혈증 등 다양한 대사 요인에서 발병한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이런 점에서 박 교수는 금주와 금연뿐 아니라 식단과 체중 관리 역시 중요한 간암 예방법이라고 지적한다.

“몸에서 지방을 빼는 습관이 중요합니다. 몸무게(kg)를 키(m)의 제곱으로 나눈 값인 체질량지수(BMI)를 21 이하로 유지하는 게 이상적이지만, 실천하기엔 상당히 어렵습니다. 적어도 BMI를 23~24 이하로 유지하도록 노력하면 좋습니다.

이를 위해선 운동도 필요하지만, 항상 배가 고플 수밖에 없어요. 조금은 배가 고픈 상태에 익숙해져야 합니다. 식단 측면에선 과일을 조심해야 합니다. 채소는 많이 먹어도 좋지만, 과일은 너무 많이 먹으면 오히려 해롭습니다. 과일은 당분이 있기에 일상에서 의외로 살을 찌게 만드는 음식입니다.”

지난해 7월 서울대병원 연구팀이 알코올 섭취량과 혈당 상태에 따른 간암 위험도를 분석한 자료. [자료=서울대병원]
“간건강 관리는 평소에…치료 포기는 금물”

다만, 여전히 B, C형 간염 바이러스와 음주로 인한 간암 발병률도 무시할 수 없다. 특히, B형과 C형 바이러스 간염이 간경변증으로 발전한 환자의 간암 발병 위험도는 각각 100배와 50~100배까지 치솟는다.

따라서, 박 교수는 간암 조기검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고위험군 환자라면 1년에 한 번 조기검진뿐 아니라 2~3개월마다 전문의를 찾아 평소에도 간건강을 관리할 것을 ‘강력하게’ 권고했다. 현재 우리나라에선 간암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는 2가지 검사인 △간초음파 검사와 △종양 표지자 혈액검사(AFP 검사)를 모두 지원한다.

“간암은 특히나 암이 생겼을 때 별 증세가 없습니다. 통증을 느끼는 신경세포가 간 껍질(표면)에만 있기 때문이죠. 간 안에 혹이나 암이 생겨도 느끼지 못하고 평소 앓고 있던 질환의 증세만 보입니다. 만성적 증상이기에 ‘그러려니’ 하고 지나칩니다.

평소 술을 잘 마셔 아무리 괜찮다는 분들도 20~30년이 지나면 결국은 간경변증이 생기고 간암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렇기에 조금이라도 위험요인을 안고 있다면 별다른 증세가 없어도 조기검진을 해야 합니다. 빨리 발견하면 완치할 수 있기에, 간암은 유일하게 조기검진의 효과가 입증된 암입니다.”

아울러, 박 교수는 간암을 진단받았더라도 치료를 섣불리 포기하지 않기를 당부했다. 의학 기술의 발전으로 치료율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암이 크고 전이가 많거나 간 기능이 떨어져 당장 수술하지 못하더라도, 고주파열치료술과 색전술, 전신적 항암치료, 방사선치료 등 다양한 대안이 존재한다.

특히, 치료 약물이 면역항암제까지 발전하면서 항암 부작용도 크게 줄었다. 항암치료를 하며 일상생활을 병행할 수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부작용도 소수에서 피곤함 정도에 그친다. 큰 불편감이 없어 오히려 ‘지난 진료에 정말 항암제를 맞은 거냐’고 묻는 환자도 있을 정도다.

“항암치료가 가능하다는 자체가 ‘다행’인 상태이기에, 이를 너무 두려워하지 않길 바랍니다. 의사가 항암치료를 권하는 건 환자의 몸 상태가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항암치료를 할 수 없는 상태라면 이조차도 권할 수 없습니다. 환자의 답답한 마음은 이해하지만, 과학과 의학에 의해 검증되지 않은 방식을 선택하면 돈을 버릴 뿐 아니라 몸도 함께 버리게 됩니다. 의학은 환자에게 가장 좋은 방법을 제시하기 위해 언제나 노력하고 있습니다.”

간암 예방 수칙 [자료=국민건강보험]
    최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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