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각 턱’ 잘라냈는데 네모 얼굴 그대로…왜?

[박준규의 성형의 원리]

‘사각 턱’을 그대로 영어로 옮기면 square jaw 정도로 쓸 수 있지만, ‘사각 턱’과 square jaw(사각형 턱)는 미묘하게 그 뜻이 다르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지난번에 이어 언어로 발생한 오해 때문에 잘못 시행되는 성형수술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지난주에는 ‘매부리코’와 ‘눈꼬리가 내려갔다’라는 표현에 대해 설명드렸습니다.

용어가 그 본질을 정확히 반영하지는 못해 오해를 낳는 경우는 자주 발생합니다.

특히 ‘환자의 일상어’가 그대로 ‘의사의 진단’이 되기도 하는 성형외과에서 이런 일은 더 잦을 수 밖에 없습니다. 환자의 상태와 맞지 않는 수술이 시행되다, 이후 수술법이 바뀐 예들도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때로는 성형수술의 발전 단계가, 언어로 인한 오해를 해소하는 과정인 경우도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들 수 있는 예가 ‘사각 턱’입니다.

‘사각 턱’이라는 용어는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합니다. 그런데 생각보다 그리 오래 쓰인 말 같지는 않습니다. 1980년대까지도 ‘사각 턱’이란 말은 신문 기사에 전혀 나오지 않기 때문입니다. ‘사각 턱’은 1990년대 초반이 되어서야 신문에 등장하는데, 출처는 모두 성형외과 관련 기사나 칼럼입니다. 그러니, 성형외과에서 처음 쓴 말일 수도 있습니다.

‘사각 턱’을 그대로 영어로 옮기면 square jaw 정도로 쓸 수 있지만, ‘사각 턱’과 square jaw(사각형 턱)은 미묘하게 그 느낌이 다릅니다. 전체적인 형태를 표현하는 ‘사각형 턱(sqaure jaw)’와 과 달리, ‘사각 턱’은 ‘각’ 자체에 좀 더 초점을 두는 느낌입니다. 그래서인지 구글에서 한글로 ‘사각 턱’을 검색하면 각진 부위가 두드러지게 나온 측면 사진이 상대적으로 많이 보이고, 영어로 ‘sqare jaw’를 검색하면 각이 잡혀 보이는 남성의 정면 얼굴 사진이 많은 것 같습니다.

‘사각 턱’을 검색하면 각진 부위가 두드러지게 나온 측면 사진이 상대적으로 많이 보입니다. [사진=구글 검색 화면 캡처]
‘sqare jaw’를 검색하면, 각이 잡혀 보이는 남성의 정면 얼굴 사진이 많이 보인다. [사진=구글 검색 화면 캡처]
‘사각 턱’이라는 말이 ‘각’에 초점은 두고 있어서인지, ‘사각 턱 수술’ 초기인 1990년대에는 의사들도 ‘각’을 없애는 데 집중했습니다.

사각 턱 수술 초기인 90년대 초에는 ‘각(하악각, 귀밑각)’을 잘라 없애는데 집중했다.

하지만, 각(angle)을 잘라내는 수술의 결과는 그리 좋지 않았습니다. 각 부위를 잘라도 정면에서 보이는 ‘사각형 얼굴’ 느낌은 별로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또 다른 문제도 발생했습니다. 각만 잘랐더니 그 앞쪽으로 새로운 각(2차 각)이 생겨 얼굴선은 더 어색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각을 잘라도 정면 효과가 크지 않고, 기존 각 부위 앞으로 새로운 각(2차 각, 노란 동그라미) 가 생기는 것을 보여주는 1995년 논문. 박철규 등. [사진=Aesthetic Plastic Surgery volume 19,93(1995)]
​오늘날, 이렇게 ‘각’을 자르는 구식 수술은 더 이상 시행되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턱 끝에서 하악각으로 향하는 턱 선의 ‘각도(angle)’ 였습니다. ‘각’과 ‘각도’는 같은 angle이지만, 각을 줄이는 수술이 아닌 ‘각도’를 줄이는 수술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중요한 것은 ‘각’이 아닌 ‘각도’였다. 현재는 턱 선의 ‘각도’를 줄여주는 수술이 시행된다. [사진=Aesthetic Plastic Surgery volume 19,93(1995)]
이렇게 ‘각’을 줄이는 것에서 ‘각도’를 줄이는 것으로 수술법이 발전했습니다. ‘사각 턱 수술’이라는 용어 보다, 이의 상위 개념인 ‘안면윤곽 수술’이라는 말이 훨씬 많이 쓰이게 된 것도 이런 이유와 관련 있을 것입니다.

‘사각 턱 수술’이 큰 인기를 끌고 난 후, 새로 등장하게 된 말이 ‘개 턱’입니다. ‘개 턱’은 각(하악각, 귀밑각) 이 없는턱을 낮잡아 부르는 표현입니다.

(좌) 개의 아래턱뼈 [사진=오번 대학교 제공] (우) 인간의 아래턱뼈 [사진=영문 위키백과] 하악각(하늘색 원)이 개에게는 발달되지 않음.
각만 잘라내는 구식 사각 턱 수술을 했더니, 하악각(귀밑각)이 없어서 마치 ‘개의 턱’과 같은 느낌을 준다는 의미로, 어색한 수술의 한 상징처럼 쓰이기도 합니다.

하악각(귀밑각)을 잘라 ‘개 턱’처럼 보이는 얼굴선. [사진=Aesthetic Plastic Surgery volume 19,93(1995)]
앞서 말씀드렸듯 귀밑각(하악각)만 잘라내는 구식 수술이 거의 시행되지 않은지 20년 가까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오늘날에도 얼굴뼈 수술을 받고 ‘개 턱’ 느낌이 된 분들이 있습니다. 이는 ‘귀밑각’을 잘라내서 생긴 20년 전의 개 턱과 다릅니다. 얼굴 크기를 더 줄이고 싶은 욕심에 뼈를 과도하게 줄이면 상대적으로 남는 살이 턱 아래로 늘어지며 마치 예전의 ‘개 턱’과 비슷한 느낌을 주는 것입니다. 그러니 오늘날의 ‘개 턱’은 대부분 ‘하악각(귀밑각)’ 과 관련이 별로 없고, 오히려 ‘노화’와 매우 유사한 양상을 보입니다.

현재 발생하는 ‘개 턱’느낌은 귀밑각 때문이 아닌 경우가 대부분이다. 살이 늘어진 데 주원인이 있으므로, ‘노화’와 유사한 양상을 보인다.

하지만, 2024년에도 여전히 얼굴뼈 수술 시 ‘개턱이 되지 않게 귀밑각은 남겨주세요’라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이 또한 용어에서 생긴 오해인 것입니다.

이런 ‘개 턱’은 귀밑각이 없어서가 아니라, 살이 늘어져 생기는 것이므로, 뼈를 덜 줄이거나 늘어진 살을 당겨주는 식으로 해결해야 합니다.

전체적으로 늘어진 살이 당겨주며 ‘개턱’ 느낌도 완화되었다.

그러나 ‘개 턱’ 이란 말에 대한 오해는 여전히 널리 퍼져 있습니다. 이 때문에 늘어진 얼굴선의 원인이 ‘귀밑각(하악각)을 잘라낸 것(과절제)’ 에 있다 생각하시는 분들을 매우 자주 뵙습니다. 심지어 잘라낸 각을 되살려야 한다는 생각으로, ‘귀밑각’을 이물질로 다시 만들어 넣는 수술을 받는 분도 있습니다. 귀밑각이 원인이 아니므로, 이런 수술로 얼굴선이 자연스럽게 회복되기 힘듭니다. 언어에 대한 오해가 또 다른 안타까운 결과를 낳고 있는 것입니다.

귀밑각(하악각)이 원인이 아니므로, 본시멘트를 넣어 각을 되살린다고 해서 얼굴 모습이 좋아지지 않는다.

오해 때문에 시행되는 수술의 결과를 더 아쉽게 하는 또 다른 오해가 있습니다. 귀밑각을 되살린다며 쓰는 이물질 재료 ‘본 시멘트’에 대한 오해입니다. 일반인들이 ‘본 시멘트’라는 재료를 큰 거부감 없이 받아들인 것도 ‘이름’과 관련이 있습니다. 본(bone, 뼈)이라는 용어 때문에 뼈 성분과 관련 있거나, 뼈와 유사한 물성을 가졌다고 쉽게 생각해 버리는 것입니다. 뼈를 너무 많이 깎아낸 것을 후회하는 분들이 ‘본 시멘트’를 사용하면 마치 원래 턱으로 되돌아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본 시멘트는 ‘뼈 사이를 붙이는 시멘트’라는 뜻으로 그 성분은 PMMA라는 플라스틱일 뿐입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용어로 ‘아크릴 수지’입니다. 높은 압력을 버티면서 투명한 물리적 특성으로 아쿠아리움의 유리에도 쓰이는 딱딱한 플라스틱입니다

‘본(bone 뼈) 시멘트’라 부르지만 뼈의 성분과는 전혀 상관없는 아크릴 수지, 딱딱한 물성 때문에 인체에 삽입 시 불편한 느낌을 주기 쉽다. [사진=영문 위키백과]
이전 얼굴뼈 수술의 아쉬운 결과 때문에, 원래 얼굴대로 돌리고 싶은 분들이 ‘본(bone, 뼈)’이라는 말에 이끌려 검증도 충분하지 않은 보형물을 썼다가, 딱딱하고 불편한 물리적 특성에 결국 다시 제거하는 경우도 자주 뵙습니다. 이 또한 언어에서 비롯된 오해라는 점에서 안타까움을 더합니다.

앞으로 더 발전된 수술법과 함께, 더 정확한 용어가 쓰이길 기대할 따름입니다.

    박준규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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