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같은 RSV" 어린아이 많이 걸리는데...신경계 손상 시켜
RSV 특정 신경 세포 손상 일으켜...최근 RSV 환자 증가 추세, 영유아 70%
최근 유행하고 있는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가 신경세포에 손상을 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RSV는 영유아, 노인들에게 흔히 발병하는 호흡기 감염병으로 침이나 재채기, 접촉 등으로 비말을 통해 전파되며 전염성이 매우 강한 바이러스로 알려져 있다.
생쥐 신경조직 배양 실험, 염증으로 손상
최근 《감염병 저널(The Journal of Infectious Diseases)》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RSV가 말초신경 등의 특정 세포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영국 건강·의료 매체 ‘메디컬뉴스투데이(MedicalNewsToday)’가 소개했다. 연구진은 생쥐 신경조직 배양을 통해 RSV가 신경계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했고 그 결과 RSV가 염증을 일으킨 다음 신경 손상을 유발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연구진은 쥐의 신경조직을 배양해 실험을 진행했으며 1일, 8일, 30일 째 샘플을 채취, 분석해 어떤 변화가 있는지 살폈다. 그 결과 척수에서는 대식세포의 일종인 미세아교세포와 수지상 세포 등 특정 세포가 RSV에 감염됐지만 뉴런에는 영향이 없었고 말초신경 쪽에서는 뉴런은 물론 수지상세포, 대식세포가 RSV에 감염됐다. 대식세포는 신체 면역, 특히 염증 반응에 관여하는 세포로 RSV로 인해 신경이 손상되면 염증에 관여하는 단백질인 케모카인이 방출돼 염증을 일으킬 수 있다. 수지상 세포도 항원에 반응하는 면역계 관련 세포다.
잠재적 위험 확인 의의, 검증은 필요해
이번 연구는 최근 RSV 관련 연구가 호흡기 계통에 미치는 영향에 집중된 분위기 속에서 신경계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는 평가다. 이번 연구에 참여한 미국 툴레인 의대 지오바니 피에디몬테 박사는 "이번 연구는 RSV가 말초신경에 영향을 줄 수 있음을 증명한 최초의 연구로 RSV와 관련한 신경학적 증상 사이의 연관성을 제공할 수 있다"라고 자평했다.
같은 맥락에서 RSV에 감염되면 향후 천식을 앓을 위험이 높아지는 것을 이번 연구 결과로 어느 정도 설명이 가능하다. 앞서 의학전문지 《랜싯(Lancet)》에 생후 1년 내 RSV에 감염되면 5년 내 천식이 생길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게재된 바 있다. RSV에 감염된 적 있는 아이와 아닌 아이 사이의 천식 발병 가능성은 무려 5% 정도 차이가 있었다. 천식은 폐로 연결되는 기관지에 생기는 만성 호흡기 질환으로 기침, 천명, 호흡곤란, 답답함 등 증상이 반복된다.
하지만 RSV와 신경계 사이의 확실한 연관성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인간 줄기세포와 쥐의 신경조직 배양으로 실험을 했기 때문에 이 사실을 입증할 더 많은 근거와 사람을 대상으로 한 검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영향을 주는 과정의 복잡성도 풀어야 할 과제 중 하나다.
최근 환자 급증, 숨소리 이상하면 의심
RSV는 주로 폐를 공격하고 조산아, 신생아, 영유아는 물론 면역력이 저하된 성인, 노인, 만성 폐질환자 등에게 특히 위험한 바이러스로 알려져 있다. 콧물, 발열, 기침 등 감기와 비슷한 증상과 함께 기도가 좁아지면서 '쌕쌕'거리는 숨소리가 들리는 특징이 있다. 흔한 질환이지만 유아의 경우 호흡곤란이 올 수 있고 심하면 모세기관지염, 폐렴 등 중증호흡기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콧물, 기침 등과 함께 예사롭지 않은 숨소리, 호흡곤란 등 이상 증상이 발견 되면 바로 병원을 찾아야 한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RSV가 마이코플라즈마폐렴, 백일해, 코로나19등과 함께 유행하면서 환자 수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마지막주(24~30일) RSV 감염으로 입원한 국내 환자는 450명으로 12월 첫째 주 대비 2.3배 급증했다. 환자 중 약 70%가 0~6세 사이의 영유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