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목소리 쉬었다?"…당뇨병 징후일 수 있어, 왜?
혈당 높으면 말초신경병증, 근병증 발생…목소리 변화로 당뇨병 진단도 가능
쉰 목소리가 오래 가면 의심해봐야 할 병이 여럿 있다. 쉰 목소리가 3주 지난 뒤에도 가라앉지 않는다면 상태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갑작스럽고 심하게 쉰 목소리는 성대에 생긴 이상(결절, 폴립, 용종, 낭종)은 물론 신물이 넘어오는 역류성 식도염, 편도염, 후두염, 인두염, 폐암, 후두암, 식도암 등 각종 질병의 징후로 나타날 수 있다.
쉬거나 긴장된 목소리를 분석해 당뇨병을 진단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미국 ≪메이요클리닉 회보: 디지털 헬스(Mayo Clinic Proceedings: Digital Health)≫에 실린 연구 결과에 따르면 쉰 목소리로 제2형당뇨병을 진단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녹음한 목소리를 인공지능(AI)으로 분석한 결과를 이용하면 당뇨병을 비교적 간단하게 진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쉰 목소리가 당뇨병의 한 징후일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오랜 기간 혈당 수치가 높으면 말초신경병증 및 근병증이 발생할 수 있다. 이는 본질적으로 신체의 신경섬유, 근육섬유의 손상을 뜻한다. 특히 몸에서 소리를 내는 기관인 후두의 손상은 다양한 음성 장애와 삼킴 장애로 이어질 수 있다. 당뇨병성 신경병증을 앓는 사람에게서 쉰 목소리나 긴장된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건 이 때문이다. 당뇨병이 발성 특성에 미치는 영향은 남녀 성별에 따라 다르다. 남성은 근육 약화로 목소리가 변하고, 성대에 생긴 부종으로 음정이 낮아질 수 있다.
당뇨병 검사에는 공복혈당 검사, 당화혈색소 검사, 경구 내당능 검사(단 음료를 마신 뒤 혈당을 검사하는 방법) 등이 있다. 앞으로는 쉬거나 긴장된 목소리로 제2형당뇨병을 검사할 수 있을 전망이다. 정확도는 86%(남성)~89%(여성)다.
전 세계적으로 당뇨병 환자가 크게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국제당뇨병연맹(IDF)에 따르면 세계에서 약 5억3700만 명의 성인이 당뇨병을 앓고 있다. 2030년에는 환자 수가 약6억4300만 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우려된다. 번거롭지 않고 접근하기 쉬운 진단 방법을 찾는 게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캐나다 토론토 클릭연구소는 제2형 당뇨병 유무에 관계없이 267명을 모집해 휴대전화를 이용한 실험에 참여하게 했다. 참가자들은 2주 동안 매일 특정 문구를 6번씩 녹음해 1만8000개 이상의 음성 녹음을 축적했다. 연구팀은 이 녹음에서 미묘한 음향적 특징을 분석했다. 여기에는 사람의 귀로는 잘 알아차리지 못하는 피치, 강도 변화도 포함됐다.
연구의 책임 저자인 제이시 카우프만 박사는 "제2형당뇨병이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 사이에 상당히 큰 음성 변화 차이가 있었다. 당뇨병 선별검사 방법에 큰 변화가 생길 것 같다"고 말했다. 미국 건강포털 ‘더헬시(Thehealthy)와의 인터뷰에서다. 연구팀은 이 음성분석 기술을 당뇨병 전단계, 고혈압, 여성 건강 등 다른 건강 분야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 탐구 중이다. 이 연구 결과는 당뇨병을 발견하는 데 드는 시간과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