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 작게 태어난 서러움, 안전한 재건 수술 가능해져
청력 손실 가능성도...왜소증 동반 소이증, 혈관 변이 위치 규명
올해로 12살을 맞은 A 양은 얼마 전 처음으로 가족들의 목소리를 또렷하게 들었다. 선천적으로 귀의 모양이 일부 유실해 태어난 '소이증' 환자였기 때문이다. 단순히 귀가 작다는 점도 외모 콤플렉스로도 이어졌지만, 성장할수록 청력 손실도 심해졌다. 최근 소이증 재건수술 기술이 향상하면서 A 양은 무사히 수술을 마치고 정상적인 귀 모양을 갖게 됐다.
소이증은 선천적으로 귀의 크기가 정상보다 작거나 형태가 없어 귀 모양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은 질환이다. 태아가 자라면서 귀의 생성점 부위에 이상이 생겨 발생하는 안면 기형 질환으로 신생아 7000~8000명당 1명꼴로 발생한다.
대체로 한쪽 귀에서 나타나지만, 전체 환자의 5%가량은 양쪽 귀 모두에 증상이 나타난다. 특히, 단순히 귀가 작은 증상을 넘어 기능적으로 청력 손실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귀의 모양이 없거나 반안면 왜소증을 동반한 경우 등이 대표적이다.
이 경우 재건수술을 통해 귀의 모양과 청력을 모두 회복하는 치료가 가능하다. 귀의 모양은 가슴의 갈비뼈 연골을 떼어 귀 모양으로 조각해 이식하는 재건수술 방식이 보편적이다. 2~3회에 나눠서 수술을 진행하며 완치까지는 1년 반 정도의 기간이 소요한다. 이식한 연골이 귀 모양을 만들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성장한 이후에 수술하는 것이 좋다.
청력손실을 동반했다면 청각재건수술 등 재활을 병행한 치료가 필요하다. 외이도 성형술을 통해 막힌 외이도를 열거나, 골전도 보청기 이식술로 뼈로 소리의 진동을 전달해 들을 수 있다. 수술법은 환자의 상태에 맞춰서 결정하며 수술 후에도 청력 개선을 위해 지속적인 청각 재활 치료가 필요하다.
소이증 재건수술 중 난이도가 가장 높은 경우는 반안면 왜소증을 동반한 환자다. 이 경우, 턱관절을 중심으로 광대뼈 일부가 정상적으로 성장하지 못해 얼굴 비대칭 등의 발육 부전을 유발한다. 문제는 귀와 얼굴 뼈의 성장이 연결돼 있는 탓에 많은 소이증 환자가 이를 동반한다는 점이다. 재건 수술 역시 귀 주변 혈관 변이가 많아 위험도가 높다.
이와 관련해 최근 고려대 안암병원 성형외과 박호진 교수는 이들 환자의 재건수술 정확도와 안전성을 향상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반안면 왜소증을 동반한 소이증 환자의 61.7%가 '측두 두정근막 혈관'에 변이가 있다는 점을 규명한 것이다. 특히, 아래턱이 발달하지 않을수록 혈관 변이 확률이 높았고, 혈관 시작 지점(외경동맥이 아닌 후이개 동맥)도 차이가 있었다.
박 교수는 "측두 두정근막은 귀 재건 수술 시 피부 이식에 사용되는 조직이기에, 혈관 변이가 있다면 수술 위험도를 높일 수 있다"면서 "반안면 왜소증을 동반한 소이증 환자는 재건수술 중 혈관이 다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번 연구로 그 원인을 확인해 향후 안전성을 더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고려대 안암병원이 국내 최초로 설립한 '귀 성형센터'에서 치료를 받은 10~16세 환자 47명을 분석한 결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