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스트레스 받으면 배가 싸르르 아플까?
스트레스 받으면 증식하는 장내 젖산균이 장줄기세포의 보호세포 전환 막아
스트레스가 어떻게 과민성대징증후군(IBS) 같은 위장질환을 유발하는지를 설명해줄 수 있는 새로운 단서가 나왔다. 23일(현지시간) 《세포대사(Cell Metabolism)》에 발표된 중국 연구진의 논문을 토대로 과학전문지 《네이처》가 보도한 내용이다.
복통과 설사를 유발하는 IBS는 열 명 중 한 명에 영향을 미친다. 전 세계적으로 1000만 명이 장에 염증을 일으키고 유사한 증상을 유발하는 염증성 장질환(IBD)을 앓고 있다.
중국약과대의 정샤오 연구원이 이끄는 연구진은 이런 장질환이 발병할 때 세포 수준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이해하기 위해 생쥐들을 2주 동안 만성적인 스트레스에 노출시키고 그 결과를 분석했다. 스트레스를 받지 않은 생쥐와 달리 이들 생쥐는 병원체로부터 장을 보호하는 데 도움이 되는 세포들의 수치가 감소하는 게 관찰됐다. 보통 이러한 보호 세포들로 변형되는 장줄기세포(intestinal stem cell)의 대사가 오작동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그 이유를 찾기 위해 소화를 돕는 박테리아와 다른 미생물이 내장에 모여 있는 동물들의 미생물 군집(마이크로바이옴)에 주목했다. 종전 연구는 몸의 '투쟁 또는 도피' 반응에 책임이 있고 종종 정신적인 스트레스에 의해 유발되는 교감신경계의 활성화가 미생물 군집을 재구성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장내에서 자연적으로 생성되며 주로 스트레스를 받는 조건에서 증식하는 젖산균(Lactobacillus)속의 일부 박테리아는 인돌-3-아세테이트(IAA)라고 불리는 화학물질을 생산한다. 연구진은 스트레스에 의해 유발되는 증가된 IAA 수준이 쥐의 장줄기세포가 보호 세포가 되는 것을 막는다는 것을 발견했다.
연구진은 쥐에서 발견된 이런 현상이 인간에게도 적용될 수 있다는 증거를 모았다. 연구진은 우울증이 있는 사람들의 대변에서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전산균과 IAA의 높은 수준을 발견했다. 연구진은 적어도 쥐에겐 적용 가능한 해독제를 발견했다. 스트레스를 받은 쥐에게 보디빌더들이 복용하는 알파케토글루탐산이온(α-ketoglutarate)라는 보충제를 주자, 손상된 장 줄기세포의 신진대사를 촉진시켰다.
논문을 검토한 미국 펜실베니아대 크리스토프 타이스 교수(미생물학 및 신경과학)는 이번 연구가 멀리 떨어진 뇌가 장에 어떻게 영향을 끼치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논문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그는 알파케토글루탐산이온 의 장기적인 효과와 그것이 내장의 기능 장애의 증상을 감소시키는지를 이해하기 위해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경고했다.
타이스 교수 연구진은 지난해 3월 《셀(Cell)》에 발표한 논문에서 스트레스를 받은 뇌가 신호를 보내는 것으로 시작해 내장의 면역 세포가 과도하게 활동하는 것으로 끝나는 별개의 생화학적 경로를 밝혀냈다. 타이스 교수 연구진이 밝혀낸 경로와 이번 연구의 메커니즘이 상호작용하는지, 상호작용하면 어떻게 하는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타이스 교수는 이번 연구가 내장에 대한 스트레스의 '하류 효과(downstream effects)'만을 다루었다고 지적했다. 어떻게 뇌가 박테리아 증식을 시작하는 신호를 전달하는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정 연구원과 그의 동료들은 알파케토글루탐산이온의 안전성과 효능을 더 시험하는 것 외에도 그러한 ‘상류 효과(upstream effects)’까지 조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해당 논문은 다음 링크(https://www.sciencedirect.com/science/article/abs/pii/S1550413123004771?via%3Dihub)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