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장기에 암이...린치증후군 더 쉬운 진단법 나와
분당서울대병원 산부인과 김기동 교수팀, 저비용 검진 시스템 고안
린치증후군은 여러 장기에 암을 유발하는 질환이다. 이 병의 환자 70~80%는 대장암이, 40~50%는 자궁내막암이 발생한다. 원인으로는 DNA 복제 시 나타난 손상을 찾아내 고치는 유전자가 변이돼, 더 이상 역할을 하지 못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증후군은 유전성을 동반해, 환자의 가족과 친인척도 잠재적 위험군이 된다.
모든 자궁내막암 환자가 린치증후군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 증후군이 있으면 가장 먼저 생기는 것이 자궁내막암이며 추후에 대장암, 비뇨기계 암으로 이어질 수 있어 정밀 유전자 검사는 필수다. 그러나 이 검사에는 비용과 자원의 한계가 따라 대안이 요구됐다.
최근 분당서울대병원 산부인과 김기동 교수 연구팀은 자궁내막암 환자에게서 비교적 저렴한 면역조직화학 검사를 일차적으로 실시해, 린치증후군 고위험군을 선별하는 공중보건 시스템을 고안해냈다.
연구팀은 면역조직화학(IHC) 검사가 비교적 비용이 적게 들고 간편하다는 점에 주목했다. 저비용의 IHC 검사로 린치증후군 고위험 환자를 1차 선별한 뒤, 정밀 유전자 검사를 시행하는 투트랙 체계를 제시하고 그 효용성을 규명했다.
연구에는 분당서울대병원에서 2018~2022년까지 자궁내막암으로 수술과 정밀 유전자 검사를 환자 데이터가 사용됐다.
연구 결과, 전체 자궁내막암 환자 중 약 2~5%의 환자에게서만 린치증후군이 관찰됐다. 실제로 발견되는 사례가 적어 고비용의 정밀 유전자 검사를 모두 실시할 시 경제성이 상당히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비용이 십분의 1 수준인 IHC 검사를 통해 환자를 선별한 후 정밀 유전자 검사를 실시했을 시 린치증후군을 진단받는 비율이 약 21%까지 상승하는 결과를 보였다.
연구를 이끈 김기동 교수는 "자궁내막암 환자에게서 린치증후군의 비율은 소수지만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며 "전체 환자를 대상으로 정밀 검사를 하기에는 다소 비효율적이라 검사 대상을 선별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번 연구 결과는 공중보건 측면에서 보다 효율적이고 경제적인 유전성 암 검사 전략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며 "국제 가이드라인 수립은 물론 향후 유전성 암 검사가 건강보험 등 제도권에 편입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자궁내막암은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여성에서 유방암, 갑상선암, 대장암, 폐암 등을 이어 여덟 번째로 많은 암이다. 이 암은 자궁체부암의 90%를 차지한다. 2020년 기준 국내 자궁체부암 환자 수는 3만3785명으로 2022년(927명) 대비 36배 폭증했다.
자궁내막암 위험인자로는 린치증후군 말고도 △에스트로겐 과다 △비만 △당뇨 △이른 초경 △늦은 폐경·출산 △미출산 등이 있다. 자궁내막암은 초기에 발견되면 5년 생존율이 약 90%이상으로 높지만, 3기에는 50% 내외, 4기에는 10% 내외로 급감해 조기 발견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