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긴 어디, 나는 누구"...레이저로 기억상실 치료?
연구진 "레이저 효과...기억력 치료에 희망 생겨"
머리에 반복적인 충격을 받아 기억상실증에 걸린 쥐의 뇌세포에 레이저를 쬐면 기억을 되살릴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에 머리 충격이 잦은 격투기 선수나 미식축구 선수의 기억력 저하나 기억상실증을 치료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이 나올 수 있다는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미국 조지타운대 번즈 교수 연구팀은 머리에 크고 작은 충격을 반복적으로 받아 기억을 잃은 쥐의 뇌세포에 레이저를 조사해 쥐의 기억을 회복시키는데 성공했다.
연구팀은 머리 충격은 급성·만성 인지 장애의 발생과 관련이 있다면서도 이로 인한 기억 상실은 퇴행성 신경질환에 의한 영구적 병리 현상이 아니라고 말한다. 이에 머리 충격으로 인한 인지 장애를 임상적으로 되돌릴 가능성을 동물 실험으로 입증했다.
연구팀은 먼저 두 그룹의 쥐들에게 이전에 경험한 적이 없는 자극을 줘 공포스러운 기억을 주입했다. 이어 한 그룹의 쥐들에겐 일주일간 머리에 충격을 가해 뇌진탕성 기억상실을 일으켰다. 이들은 일주일이 지나자 공포 기억을 떠올리지 못했다. 다만 연구팀은 쥐들에게 가한 머리 충격 자체는 생명에 지장이 없는 매우 경미한 수준이라고 전했다.
이어 두 그룹에게서 새 기억을 학습하는 데 관여하는 신경세포(뉴런)를 관찰했다. 그 결과 기억 뉴런은 머리 충격 그룹과 대조 그룹 모두에 동일하게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시 말해 머리 충격 그룹은 기억상실증이 동반됐음에도 뇌 자체에는 크게 손상을 입지 않은 것이다.
연구팀은 이를 두고 머리 충격에 의한 기억 상실이나 기억력 저하는 뇌 신경세포가 영구적으로 손상돼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신경세포 재활성화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이를 바탕으로 연구팀은 기억상실증 쥐들의 뇌 기억세포에 빛을 조사할 수 있는 광섬유를 삽입한 뒤 빛을 쬐 인위적으로 기억세포를 활성화 했다. 그러자 해당 쥐들은 공포 기억이 되살아났다.
연구를 이끈 번즈 교수는 "쥐의 기억을 되살리는 데 사용한 이 침습적인(기술 장비가 몸에 들어가는) 기술은 사람에게는 적용할 수 없다"며 "현재 위험하지 않게 뇌를 기억상실 이전 상태로 되돌릴 수 있는 비침습적인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연구 결과는 머리에 충격을 받은 뇌를 정상 상태로 되돌리고, 일부 권투 선수나 미식축구 선수와 같이 반복적 머리 충격으로 기억력이 저하된 사람의 인지 기능을 회복시키는 치료법 개발이 가능할 것이라는 희망을 갖게 됐다"고 부연했다.
이번 연구는 국제 학술지 《신경과학 저널(the Journal of Neuroscience)》에 17일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