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까운 내 건보료”... 줄줄이 새는 돈 막는 길은?

[김용의 헬스앤]

은퇴자들의 건보료 부담을 줄이기 위해 사무장 병원 단속, 건보공단의 내부 혁신이 필요하다. [사진=뉴스1]

건강보험 지역가입자들의 원성을 샀던 자동차 부과 건보료가 다음달부터 폐지된다. 수입이 없는 은퇴 직장인이라도 작은 아파트 한 채-자동차 한 대만 갖고 있어도 월 20~30만 원의 건보료를 내야 한다.

정부는 지난 5일 지역가입자 재산에 대한 보험료 부과 시 공제액을 현행 5000만 원에서 1억 원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차량 가액 4000만원 이상에 부과하는 보험료는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지역가입자 중 9만6000 세대가 자동차 건보료를 내고 있다. 이로써 333만 세대의 건강보험료가 월평균 2만5000원씩 줄어든다. 다만 연 1조 원에 육박하는 건보료가 줄어드니 건보 재정 고갈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은퇴자들의 한숨... “명퇴도 서러운데, 건보료까지 부담

건강보험 직장가입자는 건보료가 소득에만 부과되고 회사가 절반을 내주고 있다. 하지만 은퇴자에겐 소득뿐 아니라 재산에도 보험료가 붙는다. 회사를 나왔으니 100% 본인이 내야 한다. 살고 있는 집 한 채, 자동차에도 보험료가 부과되다 보니 “명퇴도 서러운데, 건보료까지 고통”이라는 원성이 높았다. 소득이 끊긴 명퇴 직장인은 한 달 10만원도 큰 돈이다. 손해를 감수하고 노후 최후의 보루인 국민연금까지 앞당겨 받는 중년들이 늘고 있다.

건보료가 소액이라도 줄어드니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건강보험 재정 악화에도 눈길이 간다. 나이 들면 병원 갈 일이 많은데 건강보험에 문제가 생기면 낭패이기 때문이다. 이번 건보료 개편으로 건보공단의 보험료 수입은 연간 9831억원 줄게 된다. 전체 건강보험료 수입(91조6000억원)의 1.07% 규모다. 급격한 고령화로 지출이 갈수록 늘어나는 상황에서 요양병원 간병비 급여화, 필수의료 지원까지 기다리고 있다.

가짜병원 발본색원, 건보공단 혁신... “줄줄이 새는 돈 막아야

국민이 낸 건보료를 아끼고 건보재정 효율화를 꾀해야 한다. 외국인에 대한 과도한 건보 특혜, 이른바 ‘사무장 병원’의 발본색원, 그리고 건보공단 내부의 혁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특히 의사의 명의만 빌린 ‘가짜’ 병원은 은퇴자가 한숨지으며 낸 막대한 건보료를 불법으로 가져가는 패륜 집단이다. 패륜의 국어사전 의미는 사람으로서 지켜야 할 도리에서 벗어난 것을 말한다. 살만한 사람들이 더 큰 돈을 벌기 위해 건강보험 재정까지 갉아먹고 있는 것이다. 일부 사무장 병원 불법개설자는 이렇게 번 돈을 유흥비로 탕진했다는 말도 나온다.

정기석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은 ‘사무장 병원’으로 불리는 불법개설 의료기관을 단속하는 특별사법경찰관(특사경) 제도 도입을 강조하고 있다. 이런 가짜 병원으로 새나가는 건강보험료가 연간 2000억원 이상이어서 매우 심각하다는 것이다. 불법개설기관은 의료기관이나 약국을 개설할 수 없는 비의료인 또는 비약사가 명의만 빌려 개설·운영하는 의료기관·약국을 말한다.

매년 2000억원 줄줄이 새고... 누적 피해액 34090억원

매년 2000억원 이상이 불법으로 새고 있지만 환수 건수는 미약하다. 2009년부터 작년 10월 말까지 불법개설기관으로 인한 누적 피해액은 3조 4090억원이나 된다. 환수 결정이 나도 실제 징수한 금액은 2316억원에 불과하다. 징수율 6.79%의 초라한 성적이다. 누적 불법개설기관은 1717개나 된다.

사무장 병원은 돈 버는 일에 혈안이 되어 있다. 과잉 진료, 불필요한 입원 등으로 환자들에게 큰 피해를 입힌다. 건강보험의 재정 누수도 가중시킨다. 건보공단은 사무장 병원 적발 시 법적 절차를 거쳐 부당청구한 요양급여를 환수하고 있지만,  그 기간이 너무 길다. 2014~2021년 수사 의뢰 후 결과를 내기까지 평균 352일이나 걸렸다. 경찰이 수사하는 동안 불법을 저지른 이들은 증여, 허위매매 등의 방법으로 재산을 은닉해 환수를 어렵게 한다.

건보공단의 특별사법경찰관 도입 주장 힘 받는 이유

전문성을 갖춘 건보공단에 특별사법경찰관(특사경)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건보는 특사경이 있으면 수사 기간이 크게 단축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전문가들의 빠른 수사로 빼돌린 부당이익을 조기 환수할 가능성도 높아질 수 있다. 건보재정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도 건보공단에 특사경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는 보고서를 이미 내놨다.

건보 직원 46억 횡령 사건 멍에... “은퇴자 건보료 부담 더 덜어줘야

건보공단의 재정-관리 혁신도 서둘러야 한다, 공단은 직원 한 명이 2022년 4월부터 총 7회에 걸쳐 17개 요양기관의 압류진료비 지급보류액 46억 2000만원을 횡령한 불명예를 안고 있다. 횡령이 5개월간 이어졌지만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횡령 혐의를 받고 있는 이 직원은 지난 10일 경찰의 1년 4개월 수사 끝에 외국에서 검거됐다. 건보공단은 전직 직원이 검거된 데 대해 횡령액 환수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건보료에는 은퇴-명퇴 직장인들의 한숨이 담겨 있다. 한 푼이라도 생활비를 아끼기 위해 친구 모임에도 안 가는 은퇴자가 매월 20~30만원을 꼬박꼬박 내야 한다. 피같은 돈이 따로 없다. 이들 중 매년 병원-약국 한 번 가지 않는 건강한 사람도 많다. “너무 큰 돈을 낸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줄줄이 새는 돈만 차단해도 돈 없는 사람의 건보료 부담을 덜어 줄 수 있다.

    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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