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코파이 팔아 레고켐 투자, 오리온이 왜?
"글로벌 신약 개발 위해 대규모 투자 결정"
식품회사 오리온이 레고켐바이오의 최대주주로 올라서 세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초코파이 등 스낵류를 주력 상품으로 갖고 있는 기업이 바이오 기업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 이례적 빅딜에 대한 증권가 분석은 엇갈리고 있다.
지난 15일 오리온은 5485억원을 투자해 레고켐바이오의 지분 25.73%를 취득한다고 공시했다. 오리온은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약 796만주(21.88%)를 배정받고 레고켐바이오 창업자 김용주 대표와 박세진 사장에게서 140만주(지분율 3.85%)를 매입한다. 절차가 마무리되면 오리온은 레고켐을 계열사로 편입한다. 기존 경영진과 운영시스템은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레고켐바이오는 차세대 항암제로 불리는 ADC(항체-약물 접합체) 분야 국내 대표 기업이다. 지난달 글로벌 제약사 얀센에 2.2조원 규모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하는 등 연구 성과를 이어가고 있다.
오리온은 2020년부터 바이오산업을 눈여겨 봤다. 바이오를 간편식, 음료와 함께 3대 신사업으로 낙점했다. 이후 지노믹트리와 대장암 조기진단 기술 중국 도입, 큐라티스와 백신 공동개발 계약 등을 체결했다. 2022년에는 오리온바이오로직스를 자회사로 설립했고, 지난해에는 바이오기업 알테오젠 경영권 인수를 시도하기도 했다.
이번 투자로 오리온은 바이오사업 분야 확장 의지를 분명히 보여줬다. 다만 다른 업종 간의 대규모 거래인 만큼, 향후 가시적 성과를 내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박상준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음식료 업체가 보유한 실적 안정성 측면의 투자 포인트가 희석되고, 이종 사업 투자에 따른 시너지 효과에 대한 의문이 커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또한 주주 구성이 변화하는 과정에서 주가 밸류에이션(기업가치) 변동성이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명선 DB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바이오에 대한 관심과 성과 도출은 다르다"며 "오리온은 아직 뚜렷한 성과가 없는 만큼 국내 대표 신약개발 기업을 인수한 후의 행보에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레고켐바이오에 대한 반응도 엇갈린다. 신약 연구개발(F&D)을 지원할 든든한 자금줄이 생겼다는 기대감이 있는 반면 창업자 지분율이 낮아졌다는 점을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이들도 있다.
서근희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주요 경영진 지분율이 낮아지는 점, 시가 대비 프리미엄이 미미한 점 등을 시장에서 부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면서도 "유상증자를 통한 기업 가치가 희석될 가능성이 제한적인 것은 매력적으로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오리온과 같은 대기업의 인수를 통해 대주주 지분이 낮아지는 것은 기업 가치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오리온은 레고켐바이오에 투자를 아끼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전날 허인철 부회장은 "세계적 바이오 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는 레고켐바이오와 함께 글로벌 신약 개발을 위해 대규모 투자를 결정했다"며 "최대주주로서 사업이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