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 "한미·OCI 통합 긍정적, 다만..."
한미그룹과 OCI 그룹 간 통합에 대해 증권가는 대체로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상속세 납부를 위한 오버행(잠재적 매도물량) 우려를 해소하고 신약 개발 투자가 가속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기대감을 나타냈다. 다만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과 경영권 분쟁 가능성이 제기됨에 따라 가치 조정은 지켜봐야 한다는 분위기다.
박재경 하나증권 애널리스트는 15일 보고서를 통해 "OCI의 현금 창출 능력을 기반으로 신약 개발에 투자가 이뤄질 수 있다는 점, OCI 해외 네트워크를 활용해 수출 비중을 확대할 수 있다는 점은 기대해 볼 수 있다"면서도 "단기간에 사업적 시너지가 발생하긴 어렵다"고 예상했다.
오버행 우려가 해소된 점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2020년 고(故) 임성기 회장 별세 후 가족들은 한미사이언스 지분 34.29%를 상속받았다. 당시 상속세 규모는 약 5400억원으로 현재까지 3개년간 납부했으나 여전히 2000억원 가량 자금이 필요했던 상황으로 추정된다.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은 이번 OCI홀딩스와 계약을 통해 마련한 현금으로 상속세를 낼 것으로 알려졌다.
박 애널리스트는 "오너 일가 지분에 대한 오버행 우려가 일단락된 점은 긍정적이고, 지분 경쟁에 대한 기대감도 대두되고 있다"며 "이를 통해 주가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으나 불확실성이 큰 만큼 중장기적 펀더멘탈(기초체력)에 기반한 주가 흐름을 전망한다"고 말했다.
이희영 대신증권 연구원은 "지속해서 제기됐던 상속세 우려가 해소되는 점, 지배구조 개선과 현금 흐름 확보에 유리할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보인다"면서도 "상속세와 맞물려 지속적으로 이슈가 됐던 한미사이언스 형제 간 갈등이 표면으로 드러나게 됐다. 이와 관련해 진행 상황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오의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계약이 한미약품 주가에 근본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내용은 없다고 봤다. 오 연구원은 "향후 두 그룹간의 시너지 발생을 위한 사업 전략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통합이 진행되면서 기업가치 변화가 확인될 때 추가 가치를 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12일 한미약품그룹은 OCI홀딩스와 주식양수도, 현물출자, 신주인수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계약 내용에 따르면 OCI홀딩스는 한미사이언스 보통주 27.03%를 보유하는 최대주주가 되고, 임주현 사장은 OCI홀딩스 최대주주가 된다.
하지만 13일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이 그룹 통합 사실을 몰랐다고 밝혀 경영권 분쟁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한미약품그룹은 통합 절차에는 문제가 없으며, 임종윤 사장과 소통해 설명하겠다는 입장이다.
한미약품그룹은 "통합은 한미사이언스 이사회 구성원 만장일치로 결정된 사안으로, 임종윤 사장은 지주회사인 한미사이언스 이사회에는 속해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임종윤 사장이 대주주로서 의견을 표명한 것으로 알고 있으며, 계속 만나 통합 취지와 방향성에 대해 설명해 통합이 차질 없이 진행되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그룹 통합 전 한미사이언스 지분은 송영숙 회장(11.66%), 임종훈 한미약품 사장(10.56%), 임주현 사장(10.20%), 임종윤 사장(9.91%) 순으로 보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