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인데 X염색체가 두개? '성염색체증후군' 고대인 발견
뼈와 치아 추출 DNA에서 성염색체와 상염색체 비율 비교로 5명 확인
인간에게 보통 한 쌍으로 존재하는 성염색체(X염색체와 Y염색체)가 더 적거나 더 많은 경우를 성염색체증후군이라고 한다. 여성이지만 X염색체가 하나뿐인 터너증후군과 남성이지만 하나 이상의 Y염색체를 갖거나 둘 이상의 X염색체를 갖는 클라인펠터증후군이 대표적이다.
고대 인류 중에 이런 성염색체증후군을 지닌 다섯 명(여자 1명과 남자 4명)을 처음 확인했다는 새로운 연구결과가 나왔다. 《커뮤니케이션스 생물학(Communications Biology)》에 발표된 영국 연구진의 논문을 토대로 과학전문지 《네이처》가 12일(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이다.
논문의 제1저자인 영국 프랜시스 크릭 연구소의 키리아키 아나스타시아두 연구원(고대유전체학)은 “이 사람들이 인류 역사 전반에 걸쳐 존재했음을 보여주는 연구”라며 “고대사회에서 그들이 어떻게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 살았는지를 상상해보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라고 말했다.
성염색체증후군을 지닌 사람은 외모와 행동에서 차이가 나는 경우가 많다. 연구진은 이러한 유전 증후군을 가진 개인들을 밝혀 냄으로써 과거 사회가 어떻게 차이가 있는 사람들을 바라보고 대했는지에 대한 궁금증을 환기시켰다.
연구진은 고대 DNA 염기서열 분석을 통해 약 5000년 전에 살았던 다운 증후군(21번 염색체가 하나 더 있어 발생)을 갖고 태어난 유아를 포함하여 비정형적 수의 상염색체를 가진 고대인 2명을 발견해 이미 학계에 보고한 바가 있다. 연구진은 같은 연구를 통해 이번엔 성염색체 이상이 있는 고대인을 처음으로 발견했다고 보고한 것이다.
첫 번째 사례는 터너증후군을 지닌 최초의 고대인이다. 주인공은 약 2500년 전 철기 시대에 영국 서머셋에 살았던 여성이다. 터너증후군은 주로 여성에게서만 발견되는데 평균보다 키가 작은 경향이 있고, 출산능력에 문제가 있는 경우가 많다.
두 번째 사례는 야곱증후군을 지닌 남성 중 가장 오래된 사람이다. 야곱증후군은 보통 하나만 갖고 태어나는 Y염색체를 두 개 갖는 경우로 평균보다 키가 큰 경향이 있다. 해당 남성은 약 1100년 전 중세 초에 태어난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진은 또한 클라인펠터증후군을 지닌 고대 남성 3명도 발견했다. 이들은 보통 하나만 갖고 태어나는 X염색체를 두 개 갖고 있어 평균보다 더 크고 더 넓은 엉덩이와 더 큰 가슴을 지녔을 것으로 추정됐다.
연구진은 두개골, 턱, 귀뼈와 치아에서 추출한 DNA 샘플을 분석했다. 각 개인에 대해 특별히 개발한 컴퓨터 도구를 이용해 X와 Y 성염색체에서 파생된 DNA 조각의 수를 계산하고, 이를 상염색체에서 파생된 DNA 조각의 양과 비교했다. 이를 통해 그들은 각 사람의 X 염색체와 Y 염색체의 존재와 비율을 추론했다. 연구진은 그 컴퓨터 도구를 공유하기 위해 온라인(https://github.com/kyriaki-anast/karyo_RxRy)에 이를 공개했다.
아나스타시아두 연구원은 성염색체증후군이 있던 이들이 다른 사람과 다른 대우를 받았다는 증거는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는 “그들이 어떻게 죽었는지, 어떻게 묻혔는지에 대해 언뜻 보기에는 아무것도 다른 것이 없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미국 위스콘신대 밀워키캠퍼스(UWM)의 베티나 아놀드 교수(인류학)는 “이것은 중대한 돌파구이며 고대 사회의 차이에 대한 인식과 치료에 대한 창을 우리에게 제공해 준다”고 말했다. 핀란드 투르쿠대의 울라 모일라넨 교수(고고학)는 "이와 같은 연구가 더 많이 이루어질수록 과거 사회가 성과 성별을 어떻게 바라보았는지 또 과거에 장애를 얼마나 이해했는지를 더 잘 탐구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해당 논문은 다음 링크(https://www.nature.com/articles/s42003-023-05642-z)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