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빅파마, 올해 먹거리는 '이것'

릴리 MSD 로슈 사노피 등 JPM콘퍼런스서 계획 발표

[사진=JP모건 홈페이지 캡처]
글로벌 빅파마들이 올해 매출 성장을 위한 잰걸음을 시작했다. 일라이 릴리는 비만 신약 공급을 통해 경쟁 업체인 노보 노디스크와 함께 시장을 더욱 키우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사노피는 염증 치료제 '듀피젠트'를 성장동력으로 꼽았고, 항암제 명가인 로슈와 MSD는 항체 신약 투자를 확대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8일(현지시간)부터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가 진행 중인 가운데, 주요 다국적 제약사들이 2024년 사업 계획을 공개했다. 이번 행사에 참석한 기업들의 향후 행보에 대해 정리했다.

릴리 "노보노와 선의의 경쟁"...GLP-1 비만약 시장 확장할 것

작년 한 해 치료제 시장을 뜨겁게 달군 분야가 비만 신약이다. 이 시장에는 노보 노디스크와 일라이 릴리가 선두권 경쟁을 예고한 상황. 두 회사는 당뇨병 치료제 시장에서 인슐린 공급을 놓고도 오랜 경쟁 관계를 만들고 있다. 비만 치료제 경쟁 품목은 GLP-1 유사체 작용제다. 노보 노디스크의 '위고비(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와 릴리의 '젭바운드(성분명 티르제파타이드)'는 모두 20% 수준의 강력한 체중 감량 효과를 강조하고 있다. 현재 글로벌 출시는 위고비가 앞섰으나, 전 세계적으로 물량 공급에 차질을 겪는 터라 본격적인 경쟁은 올해가 될 전망이다.

일라이 릴리의 데이비드 릭스 최고경영자(CEO)는 9일(현지시간) 기업 발표를 통해 "GLP-1 비만 치료제 시장을 개척한 노보 노디스크의 공로에 상당한 존경심을 가지고 있다"며 "우리는 100년 동안 경쟁해왔고 서로를 잘 알고 있다"고 언급했다. 체중 감소와 혈당 조절 등 더 많은 치료 적응증을 구축하고, 경쟁을 통해 각자 통찰력을 얻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

그는 "제약산업에서 선발주자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비만 시장은 엄청난 수요를 고려할 때 더 많은 기업들의 참여가 필요한 영역"이라며 "기업들이 한정된 시장을 놓고 서로 경쟁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비만과 관련된 심혈관 위험 및 수면무호흡증 등과 같은 여러 건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더 발전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노피, 표적 염증약 '듀피젠트' 성장 모멘텀...매출 기대감

폴 허드슨 사노피 CEO는 콘퍼런스에서 기술 기반의 면역학 강자가 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부임 후 4년이 지난 지금이 기업 성장을 위한 진짜 순간"이라며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새로운 사노피로 거듭나고 있다"고 소개했다.

올해 주력 품목으로는 유전자 재조합 치료제 ‘듀피젠트(성분명 두필루맙)’를 꼽았다. 듀피젠트는 제2형 염증의 주요 원인 물질인 인터루킨-4(IL-4)와 IL-13 사이토카인의 신호 전달에 작용한다. 최근 결절성 양진에 처방 적응증을 확대하며 아토피피부염과 천식, 비용종을 동반한 만성 비부비동염까지 제2형 염증 분야에 총 4개의 적응증을 확보했다.

허드슨 CEO는 "듀피젠트는 올해 약 130억 유로 매출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며 "블록버스터 의약품 듀피젠트에 회사의 성장 모멘텀이 달려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2030년까지 신약 확보를 위해 연구개발 투자에 집중할 계획"이라며 "지금은 다양한 질병 분야에서 기회를 잡을 수 있는 중요한 순간이기도 하다"고 밝혔다.

로슈, 이중항체 신약 '룬수미오' '컬럼비'가 신성장 동력

로슈는 최근 10년간 혈액학 제품이 매출 하락세를 겪은 뒤 다시 반등의 기회를 잡고 있다. A형 혈우병 분야 블록버스터 치료제인 '헴리브라(성분명 에미시주맙)'가 매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상황이지만, 항체 신약 ‘룬수미오(성분명 모수네투주맙)’와 ‘컬럼비(성분명 글로피타맙)’를 새롭게 론칭하며 기대를 걸고 있다. 이들 치료제는 이중특이항체라는 혁신적인 작용 방식을 갖고 있는데, 하나의 표적에 작용하는 기존 단일클론항체와 비교해 표적 능력이 뛰어나고 독성 반응이 적다는 강점이 부각된다.

로슈는 기업 발표를 통해 "이 두 약물은 순조로운 출발을 보이고 있고, 초기 치료제로 확대하기 위한 다양한 연구들을 진행하고 있다"며 "2020년과 2021년에 상당한 매출 감소를 보인 혈액암 프랜차이즈가 2026년까지 연평균 14%의 성장을 이룰 것"으로 내다봤다.

MSD, 면역항암제 '키트루다' 특허절벽...ADC·암백신 개발로 대응

MSD는 면역항암제 분야 리딩기업으로 평가된다. 다만, 회사의 주요 매출을 담당하는 면역항암제 대표품목 '키트루다(성분명 펨브롤리주맙)'가 2028년 특허 만료를 앞둔 상황.

롭 데이비스 CEO는 "지난해 다이이찌 산쿄로부터 라이선스를 취득한 세 가지 항체-약물 접합체(ADC) 후보물질과 모더나와 제휴한 암 백신을 포함한 약물 파이프라인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며 "키트루다 특허 절벽의 영향을 완화하려고 노력 중"이라고 설명했다.

회사는 자사의 항암제 파이프라인이 궁극적으로 연간 100억 달러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기대하는 눈치다. 데이비스 CEO는 "키트루다 특허 종료에 대한 얘기들이 많이 나오는 것을 알고 있다"며 "항암제 자산 확보에 집중할 뿐, 특허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원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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