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담배의 배신...금연 의지 오히려 2배 이상 낮춰
계명대 의과대학 가정의학교실 김대현 교수팀 연구
같은 흡연자라도 전자 담배를 이용하는 흡연자가 일반 담배를 피우는 흡연자보다 금연 의지가 더 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액상형 전자담배 흡연자는 일반 담배 이용자보다 금연 의지가 2배 이상 떨어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계명대 의과대학 가정의학교실 김대현 교수 연구팀은 국민건강영양조사(2019∼2020)에 참여한 19세 이상 성인 흡연자 2264명을 대상으로 담배 종류에 따른 금연 의지를 조사했다. △일반 담배(1695명) △액상형 전자담배(155명) △궐련형 전자담배(330명) △액상형+궐련형 전자담배(84명) 네 그룹으로 나눠 분석했다. 각 그룹의 남성 비율은 80% 이상이었다.
설문 조사 결과, 가장 의지가 강한 문항인 '1개월 안에 금연할 의향이 있다' 에선 △일반담배 18.9% △액상형+궐련형 전자담배 13.1% △액상형 전자담배 11.6% △궐련형 전자담배 11.2% 순으로 일반담배 그룹에서 가장 금연 의지가 강했다.
이어 그 다음 문항인 '6개월 안에 금연할 계획이 있다' 문항에서는 △액상형+궐련형 전자담배 15.5% △궐련형 전자담배 14.6% △일반 담배 11.7% △액상형 전자담배 8.4% 순으로 액상형 전자담배 그룹이 가장 낮았다.
반면, '현재로서는 전혀 금연할 생각이 없다' 질문에서는 △액상형 전자담배 36.8% △액상형+궐련형 전자담배 34.5%로 △일반 담배 32.8% △궐련형 전자담배 30.1% 순으로 '액상형 전자담배 그룹'에서 금연 의지가 가장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나아가 연구팀은 이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이들(흡연자)이 6개월 이내 금연 계획 없이 흡연을 지속할 위험성을 분석했다. 그 결과, 액상형 전자담배를 피우는 사람의 흡연 지속(6개월 이내에 금연 계획 없음) 위험은 일반 담배 이용자보다 1.8배 높았다.
주목할 점은, 참여자들의 △연령 △소득수준 △교육수준 △거주지 △결혼 여부 등 변수를 추가한 결과, 액상형 전자담배 이용자는 일반 담배 흡연자와 비교해 흡연 지속 위험이 2.1배나 높아졌다. 같은 비교로 궐련형 전자담배 이용자는 그 위험이 1.5배 증가했다.
연구팀은 "전자담배 흡연자는 일반 담배 이용자보다 흡연 지속 위험이 더 높았으며 특히 액상형 전자담배를 피우는 흡연자에게 더욱 두드러졌다"며 "일반 담배 이용자들은 금연 대안으로 전자담배를 이용하는데, 이는 의존성이 높아 금연과의 상관성이 낮게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본 연구는 액상형과 궐련형을 구분해 전자담배의 종류에 따른 사용 실태와 금연 계획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분석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며 "향후 전자담배의 종류에 따른 금연의 상관성에 대한 지속적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담배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큰 공중 보건 위협 중 하나로 꼽힌다. 매년 800만 명 이상이 흡연으로 사망하고 있다. 흡연자 대부분은 담배의 위험성을 인식해 금연을 원하지만, 담배에 든 니코틴 성분은 매우 중독성이 강해, 금연을 성공하는 흡연자는 단 4%에 이른다고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전자 담배는 하나의 담배 대체제이자 금연 보조제로 출시됐다. 전자담배는 액상형과, 궐련형으로 나뉜다. 액상형은 니코틴, 첨가 향, 식물성 글리세린(당알코올) 등으로 이뤄진 액상을 가열해 에어로졸(액체 입자)를 만들어 흡입하는 식이다.
반면 궐련형은 일반 담배보다 낮은 온도(300℃–350℃)에서 담뱃잎을 가열해 에어로졸을 흡입하는 형태다. 해당 제품은 출시 초기 일반 담배와 비교해 유해 물질이 평균 90% 적게 포함돼 덜 해로운 담배로 홍보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