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절로 온몸에 멍 생겨"... 21년간 의사도 모른 '이 병', 女의 사연은?
희귀질환 엘러스-댄로스 증후군(EDS) 앓았지만...21년 만에 진단받은 스웨덴 20대 여성의 사연
스웨덴에 사는 21세 리나 안버그는 어렸을 때 온몸에 멍이 들고 관절에 심한 통증을 경험했다. 학교 선생님들이 아동 학대를 의심하기도 했을 정도다. 왜 이런 증상들이 나타나는지 그 어떤 누구도 명확하게 진료하지 못했고, 그동안 의사들은 스트레스 때문이라고 증상을 무시해 왔다.
최근 미국 뉴욕 일간 뉴욕포스트 등 외신이 21년 만에 밝혀진 병의 정체를 알고 그나마 안도해야 했던 안버그의 사연을 소개했다.
딱히 그렇다할 병명도 못 얻었던 안버그는 지난해 10월, 21년 만에 처음으로 온 몸에 멍이 심각하게 든 원인이 희귀 유전성 질환인 엘러스-댄로스 증후군(EDS) 때문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이 병에 걸리면 관절이 약해지거나 늘어지고 피부도 매우 예민한 상태가 되어 쉽게 멍이 들거나 찢어지는 증상을 겪는다. 치료법은 없지만 마침내 명확한 병 진단을 받았다는 것에 안버그는 마음을 한결 놓게 됐다.
안버그는 "살면서 아프지 않았던 때가 있었나 싶을 정도로 통증을 경험하지 않은 때가 기억나지 않는다"며 " 민감한 피부와 멍들, 만성적으로 허리가 아팠음에도 불구하고, 통증을 호소할 때마다 오랫동안 의사들은 내게 스트레스 때문이라고만 했다"고 말했다.
대화를 나누거나 샤워를 하는 것과 같은 단순한 일상 동작도 안버그는 너무 피곤해서 곧바로 휴식을 취해야 했고, 때때로 위경련과 메스꺼움도 겪었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유치원 선생님이 부모님께 집에 괜찮은지 물어볼 정도로 온몸에 멍이 들었다"며 "통증과 변비 등 위장 문제로 인해 8살 때 섭식 장애가 생겼고, 이후 거식증 진단을 받아 목숨을 잃을 뻔한 적도 있었다"고 회상했다.
10대가 되면서 증상은 더욱 악화됐고, 심박수가 불안정했으며 부비동 빈맥을 비롯한 새로운 증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의료진은 그가 거식증에서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건강상태가 안좋은 절망적 케이스라고 진단하기도 했다.
2023년 10월, 안버그는 자신의 병력과 증상이 담긴 진단자료를 들고 스웨덴 웁살라에 있는 울투나 보건 센터를 찾았고, 거기서 자신의 병명이 확진됐다.
안버그는 "담당 의사는 내 과잉 운동성을 평가하고 EDS에 대한 다양한 기준을 모두 검토했다"며 "21년 만에 드디어 누군가 내 증상이 '진짜'라고 말해주니 안도감이 들었다"고 말했다. 며칠 동안 울었던 기억이 나지만 슬픔은 아니었다고.
EDS는 전 세계 신생아 5000명당 1명 꼴로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되며, 13가지 결합 조직 장애를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쉽게 멍들고 관절이 과하게 운동이 되고, 피부에 탄력이 없어지고 조직이 약하다. 콜라겐 유전자의 이상이 그 원인인 것으로 보고되며, 해당 유전자를 통해 유전된다.
환자에 따라 증상은 차이가 있다. 피부가 종이장처럼 약한 것이 특징으로 작은 외상에도 쉽게 찢어지고, 이마, 정강이 등에 주로 상처가 난다. 관절도 유연하여 탈골 등이 동반되기도 하며 심장질환, 혈관질환에 걸리기도 쉽다.
안버그는 "EDS는 많은 동반질환을 나타내기 때문에 단순히 몸이 구부러지고 피부가 늘어나는 것 이상의 문제라는 것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안버그는 물리 치료, 뼈를 강화하는 비타민 D 보충제, 관절 통증 치료제와 같은 치료 옵션으로 증상 관리에 도움을 받고 있다. 현재 어느 정도 건강을 유지하고 있고 섭식 장애에서도 회복됐지만, 여전히 위장 문제를 겪고 있다.
그는 "내게 EDS의 가장 힘든 부분은 질병 자체가 아니라 여러 병원에 예약해야 하는 일"이라며 "병원 예약을 중심으로 일주일을 계획해야 한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