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혈증, 끔찍한데 잘 몰라”…40%, 직장 복귀 어려워
정확한 진단 중요…국내 검사, 건강보험 100% 확대…진단 후 한 달 내 20~30% 사망
패혈증(혈액중독)은 매우 무서운 병이지만 일반 사람은 대부분 잘 모른다. 패혈증은 감염에 대해 면역학적으로 심각한 과잉 반응을 일으키는 증상이다. 패혈증 환자의 40%가 감염 후 2년이 지난 뒤에도 직장에 복귀하지 못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노르웨이 과학기술대(NTNU) 연구팀은 18~60세 패혈증 환자 3만6000명을 조사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전 세계 사망자 5명 중 1명이 패혈증으로 사망한다. 패혈증은 장기부전으로 각종 장기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중병이다. 비브리오 패혈증은 어패류를 먹고 비브리오균이 피부의 상처를 통해 침입하면 걸린다. 그러나 패혈증은 세균(박테리아)만이 아니라 각종 바이러스와 곰팡이에 의해서도 걸릴 수 있다. 특히 병원 내에서 감염되는 사례가 매우 많다.
패혈증에 걸리면 수년 간 건강 문제가 생기고 삶의 질이 뚝 떨어진다. 생존자 중 많은 사람이 새로운 만성병을 앓거나 기저질환의 악화를 겪는다. 장기 부전과 집중치료로 인해 일상적인 활동조차 어렵게 돼 근로 능력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비브리오 패혈증만 있는 게 아냐” 각종 세균 바이러스 곰팡이로 감염...병원내 감염도 심각
연구의 제1 저자인 니나 비베체 스카이 박사(레방에르병원 마취전문의)는 “패혈증이 노인에게만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패혈증 환자의 3분의 1은 18~60세다. 이는 많은 결과를 초래한다"고 말했다. 패혈증으로 많은 사람이 직장에 결근하고 있으며, 때로는 몇 년 동안 경력 단절을 빚기도 한다.
연구팀은 노르웨이에서 패혈증이 직업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했다. 연구팀은 패혈증 환자들이 퇴원 후 6개월, 1년, 2년이 지난 뒤 얼마나 직장에 복귀하는지 알아보기 위해서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패혈증 환자가 퇴원 6개월 후 직장에 복귀한 비율은 약 59%에 그쳤다. 1년 뒤엔 약 67%, 2년 뒤에는 약 63%였다. 패혈증 환자 중 약 40%가 퇴원 2년 뒤에도 여전히 직장을 잃고 있다는 뜻이다.
패혈증 치료 후 직장에 복귀할 확률이 그나마 높은 환자 그룹은 젊은 사람, 만성병이 적은 사람, 장기 부전이 덜 심한 사람 등이다. 50~60세 환자는 18~30세 환자에 비해 직장에 복귀할 확률이 31% 더 낮았다. 만성병을 앓고 있거나 다발성 장기부전을 보인 사람은 업무에 복귀할 확률이 크게 떨어졌다. 특히 중환자실에서 집중치료를 받아야 하는 환자는 일반병동에 입원한 환자에 비해 직장 복귀 가능성이 약 50%나 더 낮았다. 이런 차이는 집중치료가 필요한 환자의 패혈증 중증도에 따라 생긴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패혈증에 걸린 사람은 다른 패혈증 환자에 비해 직장에 복귀할 확률이 31% 더 높았다. 노르웨이 패혈증 환자 중 병원에서 퇴원한 지 2년 뒤 직장에 다니는 사람의 비율은 2016년 70%에서 2019년 57%로 오히려 떨어졌다. 철저한 원인 조사가 필요하다.
패혈증에 걸리면 30일 안에 환자의 약 20~30%가 숨진다. 패혈증은 감염 후 한 시간이 흐를 때마다 사망 위험에 직면하는 환자가 최대 7~9%씩 늘어날 수 있는 급성병이다. 이처럼 급격히 진행되는 패혈증을 치료하려면 신속하고 정확한 진단과 적절한 항균제 처방이 매우 중요하다.
이 연구 결과(Return to work after hospitalization for sepsis: a nationwide, registry-based cohort study)는 국제학술지 ≪중환자 관리(Critical Care)≫에 실렸다.
패혈증 환자 진단하고 최적 항균제 처방하는 검사, 올 1월부터 건강보험 전면 적용
올해 1월 1일부터 패혈증(혈액중독)이 의심되는 모든 국내 환자의 ‘패혈증 항균제 감수성 검사’에 건강보험이 적용됐다. 보건의료 분야에서 매우 중요한 조치로 평가된다.
체외진단 의료기기 제조기업 퀀타매트릭스의 ‘패혈증 항균제 감수성 검사’(dRAST)는 지난해까지 중환자실 입원 환자(전체 환자의 약 13%)에게만 건강보험이 적용됐다. 이 때문에 응급실, 혈액종양병동에 있는 환자는 이 검사를 싼값에 받지 못했다. dRAST는 각 환자에게 가장 적합한 항균제를 확인하고 처방하는 솔루션이다. 인공지능(AI) 딥러닝 기술이 적용된다.
개정된 급여 고시에 따라 이미 검사를 받은 환자도 패혈증 재발이 의심되거나 상태가 바뀌었을 때 추가 검사를 건강보험으로 받을 수 있다. 급여 횟수가 1회에서 2회로 늘었다. 지금까지 dRAST는 국내 7개 상급종합병원에 설치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