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법이 없잖아" 마에스트라 '이영애의 병"...실제 치료제는?
현재까지 3개 제품 승인...완치 안되고 증상만 늦출 뿐
"나도 살고 싶어. 그런데 방법이 없잖아."
오케스트라 공연 중 지휘자가 쓰러지자 '레밍턴병'에 걸렸다는 의혹이 커졌다. 차세음(이영애)은 맡고 있던 오케스트라 지휘자 자리를 내려놓고 떠나려고 한다. tvN 토일드라마 '마에스트라' 9회 예고편 내용이다.
차세음은 어려서부터 엄마의 병이 유전될까 불안에 떨었다. 유망한 바이올리니스트였던 그녀의 엄마는 병 때문에 악기를 다룰 수 없게 됐고, 정신착란으로 인해 자식인 차세음을 죽일 뻔했다. 차세음은 그 유전자를 자식에게 물려줄 수 없었다. 그래서 아이도 낳지 않았다.
드라마 속 이야기는 현실에서도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레밍턴병이 실제 '헌팅턴병'이라는 이름으로 존재하는 퇴행성 유전질환이기 때문이다. 염색체에 있는 헌팅턴 유전자 돌연변이로 발생하는 병은 우성유전이기 때문에 부모 가운데 한 사람이 병에 걸리면 50%의 확률로 자녀도 병에 걸린다.
헌팅턴병에 걸리면 자신도 모르는 새 춤을 추는 것처럼 움직이게 돼 '무도병'이라고도 불린다. 손 등을 미세하게 떠는 것부터 시작해 알츠하이머, 정신착란 등이 생긴다. 주로 30~40대에 발병해 15~20년 후 사망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9회 예고편에 나온 대사처럼 이를 치료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현재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승인된 헌팅턴병 치료제는 세 가지가 있다. '오스테도'(성분명 듀테트라베나진)과 '제나진'(성분명 테트라베나진), 그리고 지난해 8월 승인받은 '인그레자'(성분명 발베나진)다.
이 약들은 도파민 등 신경전달물질의 수송과 재활용을 담당하는 단백질인 소포체 모노아민 수송체2(VMAT2)의 활성화를 억제한다. 신경세포에서 방출되는 도파민을 감소시켜 의도하지 않은 움직임을 줄인다. 하지만 이 약들은 움직임을 줄이고, 증상을 완화할 뿐 병을 완전히 치료하는 것은 아니다.
그간 헌팅턴병이나 알츠하이머 등 중추신경계 질환은 약물 분자가 '혈뇌장벽'을 통과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치료제 개발이 어려운 분야였다. 혈뇌장벽은 뇌와 척수에 물질이 유입되는 것을 막는 기능을 한다. 하지만 알츠하이머 치료제 개발이 가속화하면서 헌팅턴병 연구개발도 활발해지고 있다.
최근 스위스 제약사 노바티스는 미국 생명공학 기업 보이저 테라퓨틱스와 헌팅턴병과 척수성 근위축증 신경학 질환 유전자치료제 개발을 위한 라이센스 계약을 체결했다. 보이저는 노바티스에 혈뇌장벽을 투과할 수 있고, 유전자치료제가 신경에 넓게 발현되게 돕는 캡시드(바이러스 외피를 형성하는 단백질)를 제공하기로 했다.
지난 9월 다국적 제약사 로슈도 미국 제약사 아이오니스 파마슈티컬스와 헌팅턴 치료제 개발 협력을 맺은 바 있다. 아이오니아는 이전에도 헌팅턴병 치료제 관련 후보물질 '토미너센'을 개발한 기업이다. 토미너센은 2021년 임상 3상까지 갔지만 효능 부족으로 실패했고, 임상을 다시 설계해 현재 2상을 진행 중이다.
국내에서는 진코어가 개발 중인 유전자치료제가 국가신약개발사업 연구과제로 선정돼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진코어는 초소형 유전자가위를 이용해 신경세포의 기능 저하에 관련된 유전자를 교정하는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