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빙 어지럽다가 귀 먹는 '이 난청'...귀 아닌 혈관이 문제?
어지러움 동반한 돌발성 난청 원인 규명...스테로이드 치료 대시 혈관기능 개선 접근 필요
어지럼증을 동반한 돌발성 난청 질환의 원인이 귀 기관 내 혈관장애 때문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돌발성 난청은 아무런 전조 증상 없이 짧게는 수 시간에서 길게는 2~3일 이내에 급격히 청력이 떨어지는 질환이다. 갑자기 한쪽 귀가 먹먹하고 이명이 들리며 어지럼과 현기증 증상을 동반할 수도 있다. 특히, 치료가 늦어지면 환자의 3분의 2가량에서 영구적인 청력 손실이 발생할 수 있기에 이비인후과의 대표적인 응급질환으로 꼽힌다.
대체로 달팽이관 내 바이러스 감염 혹은 혈관장애 등을 주요 원인으로 꼽고 있다. 바이러스 감염 치료를 위해선 고용량 스테로이드 약물을 투약한다. 반면, 혈관장애가 원인이면 스테로이드 투약보단 고압산소치료나 항응고 요법 등의 치료 방법이 더 효과적이다.
하지만, 달팽이관의 구조가 복잡해 돌발성 난청의 발병 원인을 특정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각각의 원인에 따라 치료 방법도 달라져야 하지만, 현재로선 고용량 스테로이드 약물 투약만이 표준 치료법으로 활용된다.
이에 강북삼성병원 이비인후과 김민범 교수 연구팀은 어지럼증을 동반하는 등 혈관장애가 원인으로 의심되는 돌발성 난청 환자에서 스테로이드 요법의 치료 예후가 불량하다는 사실을 규명했다. 2017~2022년 병원에서 돌발성 난청 치료를 받은 152명의 환자의 돌발성 난청의 치료 효과를 비교 분석한 결과다.
스테로이드 치료 결과에서 이들 환자의 대다수인 106명이 예후가 좋지 않았다. 증상 개선이 부분적이거나 전혀 없었다. 특히, 주목할 지점은 예후가 좋지 않은 환자는 대체로 달팽이관에서 평형과 속도 감각을 조절하는 후방 반고리관의 기능에 문제가 있었다는 것이다. 즉, 어지럼증이나 현기증의 증상이 동반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실제 어지럼증을 동반한 73명의 환자는 전반적으로 후방 반고리관의 기능이 저하했다는 검사 결과도 나왔다. 어지럼증을 동반하지 않았던 나머지 79명의 환자에서도 56.2%(44명)가 후방 반고리관 기능에 문제를 보였다.
반면, 치료 후 증상이 완전히 개선한 환자는 46명 수준이었다. 이들 환자는 대체로 달팽이관이 아닌 전정기관에 포함한 평형기관인 구형낭에 문제가 있었다. 어지럼증이 없던 환자에선 20.3%(16명)가량이 구형낭의 문제가 나타났고 어지럼증을 동반한 환자에선 전반적으로 유의미한 검사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이에 따라, 연구진은 어지럼증을 동반하거나 후방 반고리관의 기능이 저하한 돌발성 난청 환자의 경우 귀 기관 내 혈관 장애가 원인일 가능성이 높다는 결론을 냈다. 이들 환자의 치료 예후를 개선하기 위해선 스테로이드 요법보다는 고압산소치료나 항응고 요법 등 혈관 기능 개선 치료에 중점을 둬야 한다고도 제언했다.
김민범 교수는 "돌발성 난청은 초기에 적절한 치료를 시행해도 영구적 증상이 남는 경우가 4-~50%에 이른다"면서 "그렇기에 정확한 원인을 빠르게 찾고 적합한 치료를 시행해야 하는데, 이번 연구로 새로운 치료법을 조기에 고려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해당 논문은 이비인후과 분야의 최상위 국제학술지 중 하나인 «이비인후과학 두경부 수술(Otolaryngology-Head and Neck Surgery)»에 게재됐다. 다음 링크(https://aao-hnsfjournals.onlinelibrary.wiley.com/doi/10.1002/ohn.422)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