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형외과 갔는데...성형외과 의사가 없다, 무슨 소리?
[박준규의 성형의 원리]
최근 마약사건에 연루된 의사에 대해 '성형외과 의사'라는 기사가 인터넷을 채우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실 그 의사는 성형외과 의사가 아니었습니다.
성형외과 진료를 하면 다 성형외과 전문의 아닌가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은 것이 사실입니다. '성형외과 간판'을 보고 찾아갔는데 성형외과 의사가 아니라면, 일반인들 입장에선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의료 소비자로서 나를 진료하는 의사가 '전문의'인지 명확히 알 수 있어야겠지만, 이를 정확히 알기는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이것이 헷갈리기 쉬운 이유는 '진료과목'이라는 말에 대한 오해입니다. '진료과목'이란 말은, '전문과목'과 비슷하게 생각되기 쉽지만, 오히려 반대의 뜻에 가깝습니다.
의대(6년)나 의전원(4+4년)을 졸업하고 의사 면허를 받으면 법적으로는 모든 진료과의 진료를 할 수 있습니다. 이때 의사 본인이 원하는 대로 쓰는 것이 '진료과목'입니다. 빠르면 대략 26세 전후로 의대를 졸업하자마자 개원해서 간판에 '진료과목'으로 '성형외과'를 써도 됩니다.
성형외과 의사(전문의)가 되려면, 의사 면허를 받은 후 다시 5년간의 수련과정을 거치고, 국가에서 자격을 인정받아 전문의가 됩니다. 전문의가 되면 '성형외과'를 '전문과목'으로 표시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진료과목'이라는 말은 사실 '비전문 과목'이라는 뜻입니다.
하지만 병원 간판에 '진료과목 - 성형외과'라고 쓰인 의미를 정확히 아는 일반인들은 많지 않습니다. '진료과목'과 '전문과목'은 실상 반대의 의미에 가깝지만, 일반인들에겐 비슷하게 인식되기 쉬운 것입니다. 심지어 간판에 '진료과목'이라는 말을 작게 써서 잘 보이지 않게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마약 사건에 연루되어 최근 많은 기사에 오르내리는 '성형외과 의사' 역시 사실은 성형외과 의사가 아닙니다. 스스로 간판에 '진료과목'으로 '성형외과'를 쓰고 성형외과 진료를 하던 것뿐입니다. 실제 성형외과 진료가 얼마나 이루어졌을지도 의문입니다. 마약류나 향정신성의약품을 처방하기 위해 '성형외과 간판'을 내걸었을 수도 있습니다.
한국의 전문의 양성 과정 및 자격시험은 미국식 시스템과 유사합니다. 특히 한국은 전문의 양성과정을 국가(보건복지부)에서 매우 엄격하게 관리하는 편입니다. 일본만 해도 유럽식 시스템으로 국가에서 관리하는 전문의 제도가 아닙니다. 일본은 '장인 도제식'인 유럽 시스템에 가깝습니다.
한국 성형외과뿐 아니라, 한국 의료 수준이 세계적으로 높은 배경에, 국가에서 관리하는 전문의 양성 시스템이 있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모든 전문의가 모든 비전문의보다 실력이 뛰어나다고 말하기는 어렵겠지만, 5년의 엄격한 수련 과정과 자격시험을 거친 의사의 진료 수준이 어느 정도 보장되는 것은 당연한 이야기입니다.
최근 한 일간지에 '피부질환 진료하는 피부과 찾는 것이 하늘의 별 따기'라는 기사가 실렸습니다. 마치 피부과 전문의들이 미용진료만 선호하여 피부질환 진료를 하지 않는다는 느낌을 주는 기사였습니다. 그런데 이는 무척 이상합니다. 미용진료를 주로 하는 피부과 전문의라고 해서 피부질환 진료를 보지 않을 이유가 별로 없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피부질환 진료를 하는 것을 '실력'의 증거로 내세우는 곳들이 많습니다.
기사를 잘 읽어보니, 습진으로 피부 진료를 원하는 환자가 '피부과'로 검색해서 전화를 했지만, 다들 '피부질환 진료는 보지 않는다'라고 해서, 10곳 이상 전화한 끝에 겨우 '피부과 전문의가 진료하는 피부과'를 찾았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러니 앞선 10곳의 '피부과'에는 '피부과 전문의'가 없었던 것입니다. 기사에 나온 환자가 피부질환 진료를 받기 힘들었던 이유는 '피부과 전문의'가 없는 '미용 클리닉'에 전화했기 때문입니다.
피부과는 전문적이고 특별한 진료 분야입니다. 피부 질환 진료를 위해서는 매우 전문적인 지식을 요합니다. 때문에 5년간의 전문의 수련과정에서 수많은 피부질환의 진단과 치료를 배우는 것입니다. 하지만, 비전문의가 레이저 등 미용진료 몇 가지를 간단히 배워 'OO 클리닉 진료과목 피부과'라고 개원하여 '피부 미용' 진료를 보기 위해서는 그다지 큰 전문 지식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피부과 전문의'가 아닌 '진료과목 피부과 클리닉'에서 피부질환 진료를 할 수 있는 능력 자체가 없었을 것이라 추측하는 것이 어렵지 않습니다.
기사에서 피부질환 진료를 받기 힘들었던 원인은 '피부과 전문의'를 찾기 어려웠기 때문이지, '피부과 전문의'가 피부질환 진료를 보지 않아서가 아닙니다. 그렇지만 기사를 읽은 일반인들은 '피부과 의사들 돈만 밝혀서 피부질환 진료는 안 하고 미용만 좋아한다'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의료소비자로서 나를 진료하는 의사가 '전문의'인지 명확하게 알 수 있는 것은 당연히 매우 중요합니다. 하지만, 일반인들이 이를 정확히 알기는 그리 쉽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간판에 ' OO 의원 - 진료과목 성형외과'라고 쓰여있다면 성형외과 전문의가 아니라는 뜻입니다. 그런데, 간판에 '진료과목'을 아주 작게 쓰는 등 일반인들이 알아보기 쉽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성형외과 전문의만이 'OO 성형외과 의원'이라고 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전문의가 1인만 있어도 이렇게 쓸 수 있으므로, 의사 모두가 꼭 성형외과 전문의라는 뜻은 아닙니다.
쉽고 정확하게 알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대한 성형외과의사회 홈페이지에서 운영하는 '성형 코리아'게시판(http://www.prskorea.co.kr/search/doctor/index.jsp)에 성형외과 전문의 검색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므로, 이를 이용하는 것을 권해드립니다.
뭔가 아주 잘못 된거 같습니다.납득이 잘안되네요.도대체 왜이럴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