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초에 한 번씩 음식 욱여넣어"...노인 질식사 피하려면?
음식 넣고·씹고 등 하나라도 어렵다면 연하장애...노화와 뇌졸중, 치매 등이 원인
지난해 12월 요양원에 입원한 80대 치매 노인이 요양보호사 A씨가 먹여준 음식을 먹고 기도가 막혀 질식사한 사건이 일어났다. A씨는 노인에게 2분 40초 동안 19차례에 걸쳐 음식물을 떠먹였다. 8~9초에 한 번씩 음식물을 입에 넣은 셈이다. 작년 8월에도 요양보호사에게 죽과 반찬을 급하게 받아먹은 노인이 사망에 이르는 일이 있었다.
요양원에서 억울하게 질식사하는 사고뿐 아니라 가정에서 떡이나 고기 등을 먹다가 숨지는 노인도 적지 않다. 과거 서울 소방재난본부 조사에서 음식을 먹다 질식사한 경우의 93%는 노인이라는 발표도 있다.
나이가 들면 약해지는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음식을 씹고 삼키는 저작·연하능력과 위장기능이 떨어지는 게 대표적이다. 음식물을 잘게 자르고 소화하기 어려운 노인들은 떡, 낙지 등 점성이 있는 끈적이는 음식을 먹고 질식사하는 일도 적지 않다.
노인 3명 중 1명은 삼키기 어려워...음식 넣고·씹고 등 하나라도 어렵다면 연하장애
서울대병원 자료에 따르면 연하장애를 앓는 노인은 3명 중 1명꼴이다. 음식을 입에 △넣고 △씹고 △침으로 잘 섞고 △삼키는 과정 중 하나라도 어려운 상태라면 연하장애에 해당한다. 연하장애는 나이가 들면서 치아를 비롯 식도와 기도 주변 근육이 약해지면서 나타난다.
특정 질환이 원인이 되기도 한다. 뇌졸중, 뇌성마비, 파킨슨병 등 신경질환이 있거나 뇌신경에 문제가 있는 치매 환자는 연하장애가 잘 발생한다. 후두암, 구강암 등 수술을 받은 뒤 나타난 후유증이 연하장애로 이어질 수 있다.
연하장애는 문제가 생긴 위치에 따라 크게 △구강기 △인두기 △식도기로 구분된다. 구강기에 이상이 있으면 음식을 잘 씹지 못하거나 혀로 조절하는 게 어렵다. 음식물을 잘 섞이도록 하는 침의 분비도 제대로 조절되지 않는다. 인두기에 이상이 나타나면 음식이 목에 잘 걸려 사레, 기침 등 증상이 나타난다. 식도기 문제가 생기면 음식물이 위장으로 내려가지 않고 위식도로 역류한다.
자칫하면 질식사까지...음식 먹는 속도 조절하고 바닥보단 의자에 앉아서 식사해야
음식을 먹는 기능이 떨어지면 식사 시 불편할 뿐만 아니라 자칫하면 질식사로 이어질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원인을 찾고 적절한 치료를 받는 동시에 평소 식습관을 개선하는 게 중요하다.
질식사고를 막으려면 음식물이 기도로 들어가지 않도록 음식을 먹는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 식사 시 허리를 곧게 세우고 턱을 아래로 살짝 당긴다. 턱을 당기면 기도가 좁아져 음식물이 기도로 들어가는 걸 막을 수 있다. 점성이 높은 음식보단 푸딩이나 두부 등 부드러운 식감의 음식을 먹는 게 좋다.
바닥에서 식사하는 습관은 멀리하는 게 소화에 도움된다. 바닥에 앉아 먹으면 등이 굽어 음식물을 삼키기 어려운 자세가 된다. 평소 입안 근육을 강화하는 운동을 하는 것도 중요하다. 볼에 바람을 불어 넣거나 혀로 양 볼을 밀어내는 동작을 반복하면 된다. 뇌신경이 손상돼 음식물을 삼키기 어려운 환자는 운동치료, 전기자극치료 등으로 입과 식도 근육을 강화할 수 있다.